‘정전기 밧줄’ 던져 폐기 위성 견인…우주 교통사고 막을 수 있을까
정전기 이용해 위성 견인한 뒤 먼 우주에 버려
스타링크로 위성 급증 환경서 나온 ‘청소 대책’
버려진 인공위성을 눈에 보이지 않는 일종의 밧줄로 결박한 뒤 잡아당겨 지구에서 먼 우주로 끌고 가 버리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미국 공상과학(SF) 시리즈 <스타 트렉>에 등장하는 ‘견인 광선(트랙터 빔)’이 현실에서 연구 중인 것이다. 최근 스타링크 사업 등으로 지구 궤도에서 위성끼리 충돌하는 사고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기술이 해결책이 될지 주목된다.
5일(현지시간) 미국 과학매체 스페이스닷컴 등은 미 콜로라도 볼더대 소속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한 연구진이 우주에서 특정 물체를 끌어당기기 위한 견인광선을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구진이 견인광선을 개발하는 이유는 지구 궤도가 버려진 위성들로 매우 혼잡해서다. 현재 지구 궤도에는 인공위성 약 6000기가 돌고 있다. 이 가운데 절반이 버려진 위성으로 추정된다.
버려진 위성은 연료가 없기 때문에 자세나 궤도를 지상 관제소의 의지대로 바꿀 수 없다. 대표적인 ‘우주쓰레기’이다. 우주쓰레기는 지구 궤도를 도는 물체 가운데 특정한 임무 없이 폐기된 물체를 통칭한다.
연구진은 “견인광선을 음전하와 양전하가 서로 달라붙는 원리, 즉 정전기를 이용해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버려진 위성을 잡아내는 청소용 위성에는 양전하를, 버려진 위성에는 음전하를 띠게 할 예정이다. 버려진 위성을 향해 음전하를 발사하는 일종의 총을 고안 중이다.
견인광선 길이는 20~30m이다. 이 거리를 유지한 채 수개월 동안 폐기된 위성을 끌고 지구에서 3만6000㎞ 떨어진 정지 궤도 너머로 이동한다. 이곳은 외딴 우주다. 여기서 견인광선을 해제해 폐기된 위성을 밀어 버리면 임무는 끝난다.
연구진이 우주쓰레기 제거를 위해 이런 독특한 기술을 고안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우주쓰레기가 많아지면 ‘교통사고’가 생겨서다. 2009년 그런 일이 처음 발생했다. 러시아의 군용 통신위성 ‘코스모스 2251’가 미국 상업위성 ‘이리듐33’과 지구 궤도에서 충돌했다. 코스모스 2251은 임무를 마친 채 지구 궤도를 떠돌던 우주쓰레기였지만, 이리듐33은 정상 작동 중인 위성이었다. 이 일로 두 위성은 대파됐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더 많이 생길 수 있다.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구축 중인 스타링크 때문이다. 스타링크는 우주에 기지국 역할을 하는 소형위성을 다수 띄워 지구 어디서든 인터넷을 할 수 있게 하는 거대 프로젝트다.
스타링크 구축용 위성은 현재까지 4000여기 발사됐다. 2020년대 말까지는 총 1만2000여기가 우주로 올라갈 예정이다. 향후 위성 숫자를 4만2000여기까지 늘린다는 것이 스페이스X의 계획이다. 지구 궤도가 지금보다 훨씬 많은 위성들로 붐비는 만큼 버려진 위성들로 인한 교통사고 가능성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연구진은 적절한 재원 투입이 이뤄진다면 5~10년 안에 견인광선을 쏘는 위성 시제품을 만들어 우주에 보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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