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간판과 전통 악기, 미술이 되다
타렉 아투이·정지현 개인전
북을 뜯어낸 뒤 북피 대신 고무나 종이 등의 재료로 대체하는 식으로 기대를 배반하는 소리를 만들었다. 소리를 만드는 도구로 청각만이 아니라 촉각도 관여한다. 북 위에 전지로 움직이는 고양이 장난감을 작동시켜 소리를 만들었다. 이 불협화음들이 모여 하나의 합주를 이룬다.
레바논 출신으로 파리에서 활동하는 작가 아투이의 첫 개인전 ‘더 레인’이 아트선재센터 더그라운드와 스페이스1에서 개막해 내년 1월 21일까지 이어진다.
한국 전통음악과 그 철학에서 영감을 받은 악기, 음향 기기, 작곡 아이디어를 한데 섞은 ‘세상에 없는 악기’의 소리로 만든 전시는 비엔날레급으로 야심차면서 동시에 난해하다. 아투이는 “소리와 사람의 관계에 주목했다. 고대원소인 물, 불, 흙, 공기에 관심이 많고 물에 집중한 작업을 특별히 접목했다”고 설명했다. 빗방울을 연상시키듯 물장구 위로 떨어지는 물 소리, 직접 작곡한 빗소리 등이 전시장에 울려퍼진다. 무형문화재인 서인석 악기장을 비롯해 정희창 옹기장, 도예가 강지향 등 국내 예술가와도 협업했다. 1층에는 관람객이 직접 악기를 연주하는 공간도 마련되어 어린이들이 참여하는 워크숍도 열린다.
거대한 전시장에는 정체불명의 초대형 비정형 조각들이 가득하다. ‘오른쪽 페기’ ‘왼쪽 페기’는 폐차장 인근에서 찾은 자동차 폐기물을 아이폰으로 3D 스캐닝한 뒤, 이를 3D프린터로 재현했다. 사물의 기능이 사라졌지만, 다시 새로운 물질과 이름을 얻은 것. 기존 용도와 달라진 이 사물들에는 빛과 연기와 바람 등이 조각의 ‘조력자’가 되어 생명력을 더한다. 죽거나 버려진 사물은 노동과 기술을 통해 운동성을 획득한다.
난지도 매립지의 폐자재에서 가져온 간판 같은 사물도 있다. 서울시 마스코트 ‘해치’가 버려져 있는 걸 발견해 조각의 형태로 구현했다. 인천의 갈매기 마스코트도 빛바래 버려진 모습 그대로 전시장에 재현했다. 정지현은 “쓸모가 사라지면 원래의 기능은 어디로 갈까라고 풍경이 질문을 던졌다. 예전에는 흙이나 메쉬(Mesh)로 틀을 떴는데 이제는 아이폰으로도 스캔이 된다. 이상한 비정형은 디지털 기술로 구현된다. 하나하나 저마다 이야기가 숨어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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