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 시총보다 큰 1.7조 기술수출 '잭팟'… 10년 R&D 빛 봤다

이창섭 기자 2023. 11. 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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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KD-510 노바티스에 기술수출, 1조7300억원 규모
희귀질환 치료제로 개발되던 물질… 다양한 질환으로 확대 가능성
해마다 매출 대비 R&D 비용 12% 투자, 개발 10년 만에 결실

종근당이 신약후보 물질 'CKD-510'을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에 1조73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했다. 창사 이후 최대 규모의 계약이며 최근 회사 시가총액인 1조2756억원보다 많다. 해마다 매출의 약 12%를 R&D(연구·개발)에 투자한 종근당은 CKD-510 개발 10년 차에 큰 결실을 이뤘다.

종근당은 CKD-510의 전 세계 R&D와 상업화 권리를 노바티스에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6일 밝혔다. 계약 규모는 13억500만달러(약 1조7302억원)다. 한국에서의 개발과 상업화는 종근당이 계속 맡는다.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이 8000만달러(약 1061억원)다. 이후 신약 개발과 상업화에 따라 받는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이 12억2500만달러(약 1조6241억원)다. 상업화 이후의 판매에 따른 로열티는 별도다.

노바티스는 글로벌 수준의 제약 대기업이다. 종근당이 이른바 '빅파마'로 불리는 글로벌 제약사와 전 세계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CKD-510은 종근당이 2014년부터 개발한 신약이다. HDAC6(히스톤탈아세틸화효소6)를 억제하는 기전을 갖는다. 자체 개발한 NHA(비히드록삼산) 플랫폼 기술이 적용됐다.

동물실험 결과 심혈관 질환 등 여러 HDAC6 관련 질환에서 효과를 보였다. 2019년부터 프랑스에서 임상 1상을 진행했다. 지난해 6월에는 미국에서 약의 제형을 캡슐에서 정제로 바꾸는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프랑스와 미국에서 진행된 임상시험에서 약의 안전성이 확인됐다.

CKD-510은 본래 샤르코마리투스 치료제로 개발됐다. 이 병은 희귀질환으로 전 세계적으로 280만명 환자가 있다. 그러나 아직도 개발된 치료제가 없어 고통받는 환자가 많다. 약 개발에 성공하면 충분한 시장성이 보장되는 것이다. CKD-510은 2020년 3월 FDA(미국 식품의약국)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CKD-510은 앞으로 더 다양한 치료제로 개발될 수 있다. 임상시험 과정에서 샤르코마리투스 외에도 다양한 질환에서 효과를 보였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CKD-510의 전 세계 R&D 권리가 이제 노바티스에 있기 때문에 자세한 개발 전략은 밝히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HDAC6 억제제 기전으로 개발된 치료제는 없다. 노바티스가 CKD-510 상업화에 성공한다면 '계열 내 최초 신약'(First-In-Class)이 된다.

이번 기술수출 계약의 비결은 지속적인 R&D 투자다. 김영주 종근당 대표는 CKD-510를 가리켜 "회사가 매년 매출액 대비 12%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꾸준히 투자해 개발한 혁신 신약 후보물질"이라고 했다. 실제로 종근당은 2021년과 지난해에 매출의 12% 이상을 R&D에 투자했다.

종근당은 HDAC6 플랫폼을 활용하여 앞으로도 다양한 질환의 치료제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임상 1상 시험이 진행 중인 이중항체 항암 신약 'CKD-702'와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CKD-508'의 개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종근당은 지난 2월 1651억원을 들여 최신 항암제 기술인 ADC(항체약물접합제) 플랫폼을 도입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종근당의 지난해 말 기준 연구·개발비는 1813억원으로 업계 최고 수준이지만 기업 가치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인 R&D 모멘텀이 부재했었다"며 "연간 투자하는 비용에 비해 성과가 아쉬웠던 만큼 이번 기술수출 계약이 갖는 의미는 크다"고 말했다.

이어 "HDAC6 억제제는 심혈관 질환에서는 심박세동을 완화하는 치료제로 개발할 수도 있고 퇴행성 신경질환에서는 샤르코마리투스에 더해 알츠하이머, 파킨슨 등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있다"며 "같은 기전을 연구하는 경쟁사들도 아직은 주목할만한 성과를 보이지 않고 있어 종근당과 노바티스의 개발 추이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종근당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만6500원(26.11%) 오른 12만8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한 때 13만1900원을 찍으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회사 시총은 지난 3일 1조2756억원에서 3330억원이 증가해 1조6087억원을 기록했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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