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카카오모빌리티 계약이 상식적인가" 회계 감리 점검

지난 2일 서울 중구 서울역 택시 승강장에 정차한 카카오 택시. /사진=뉴스1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카카오모빌리티 매출 부풀리기 의혹과 관련해 "회계 감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금감원장은 "어찌 됐든 매출액을 높이기 위한 의도가 아니었고 밸류에이션에 그 부분을 반영 안 하겠다고 했으니 증권신고서 등 관련 서류를 볼 때 잘 살펴보겠다"고 했다.

이 금감원장은 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한국공인회계사회 회관에서 열린 '회계법인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카카오와 관련해 "불공정거래와 관련된 제재 이슈가 하나 있고 (카카오모빌리티 관련한) 회계 감리 이슈가 양쪽 다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 7월부터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해 회계 감리를 진행하며 가맹 계약과 업무 제휴 계약의 구조 등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이 금감원장은 "별도 계약을 맺었으니 수수료 계약과 광고 정보 이용료 계약을 구분한다는 입장은 알겠지만 경제적 실질과 관련해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가 회계 기준의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쪽 계약을 분리해서 체결하고자 했다면 분리 체결의 자유가 있었는지, 분리 체결을 단 한 건이라도 한 사례가 있었는지, 카카오와 다른 업체들이 운영하는 수수료 부과 시스템을 볼 때 일반적인 사례였는지, 어떤 의도로 나눈 건지 등을 공론의 장에서 보면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보 이용료는 본인들이 수신한 정보의 적정한 활용 등이 가치의 척도가 될 텐데 그걸 정보이용료를 받는 사람의 매출액에 비례해서 주는 게 상식에 맞는지 봐주셨으면 한다"라며 "그게 본인들이 합의한 실질에 맞는다면 왜 이제 와서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겠다고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택시 호출 플랫폼 시장 1위 업체인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 계약과 제휴 계약을 별도로 체결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자회사 케이엠솔루션을 통해 가맹 계약을 체결하고 가맹 택시 운행 매출의 20%를 가맹금(로열티)으로 받는다. 케이엠솔루션이 카카오T 블루 가맹 택시의 가맹본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와 별도로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 계약을 맺은 사업자(개인·법인 운수사 소속 기사)와 제휴 계약을 맺는다. 사업자가 회사에 운행 데이터를 주고 광고 마케팅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제휴 비용을 지급해 수수료를 감면해주는 방식이다. 사업자마다 다르지만 수수료는 통상 매출의 15~17% 수준이다.

이처럼 케이엠솔루션이 가맹 택시 운행 매출의 20%를 수취한 뒤 카카오모빌리티가 제휴 명목으로 일부 금액을 돌려줘 실질 수수료는 3~5% 수준이다. 이를 두고 매출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으나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외 대리, 주차, 바이크, 항공, 자율주행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하는 만큼 택시 사업은 가맹사업자면허가 있는 케이엠솔루션에 맡겼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해 지난 4월부터 재무제표 심사를 진행하고 현재는 회계 감리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감리 결과 문제가 있었다면 외부감사법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고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부의를 통해 제재 수위가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