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연 “미국 반도체 수출통제 확대, 한국 기업에 타격”

반기웅 기자 2023. 11. 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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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칩이 있는 인쇄회로기판에 중국과 미국의 국기가 표시되어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의 반도체 수출통제 확대가 한국의 반도체 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수출 규제로 인해 중국 반도체 제조 장비 자급화 속도가 빨라지면 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 반도체 기업이 피해를 입는다는 전망이다.

6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낸 ‘미국의 반도체 수출통제 확대 조치의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지난달 17일 미국 산업안보국(BIS)는 기존 대중국 반도체수출에 대한 확대보안 조치를 발표했다.

첨단 반도체 제조 관련 품목과 첨단 컴퓨팅 관련 반도체 제재를 확대하고, 제재 리스트에 13개 인공지능(AI) 반도체 중국기업을 추가하는 것이 골자다. 수출 제재 범위를 넓혀 기존 수출통제를 우회하려는 중국의 시도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중국은 그간 미국의 수출통제에 대해 클라우드 서비스 활용·수출통제선 이하 등급의 반도체 사용·감시망 밖 반도체 제조기지 구축·반도체 자급화 촉진 등으로 대응해왔다. 실제로 기존 수출통제 조치는 중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과 AI 연구 수준 제고를 제한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은 수출통제 확대 조치를 두고 “오늘의 업데이트 규정이 수출통제의 유효성을 강화하고 우리의 규제에 대한 우회로를 차단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통제 대상 반도체 범위를 늘린 이번 조치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AI 산업에 막대한 타격을 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KIEP는 “중국 정부는 자국이 2030년에 AI 이론, 기술 및 응용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 계획을 발표한 바 있고, 일부 중국 기업은 기계 학습과 AI 관련 특허 소유 건수가 글로벌 기업에 뒤지지 않는 수준”이라며 “이번 수출통제 확대조치는 중국의 새로운 AI 모형 개발을 위한 동력 상실을 초래하고 중국의 AI 산업 규모도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AI 산업 뿐만 아니라 중국의 반도체 제조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향후 중국은 반도체 제조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장비 자급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그간 중국의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반도체 제조장비 분야는 중국 정부의 지원을 통해 국산화율이 높아지고 있다. 예컨대 중국의 NAURA(베이팡화창), ACM 리서치 등은 식각이나 증착 분야에서 빠르게 기술력을 확보,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반도체 제조장비의 부상은 미국·네덜란드·일본이 갖고 있는 독과점적 지위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과 보다 가까운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 반도체 제조장비 기업에는 위협이 될 수 있다.

KIEP는 “중국 입장에서는 반도체 제조장비에 관한 기술 수준 향상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우리나라 반도체 장비사의 성장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만큼 선제적인 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보고서는 또 이번 수출통제 조치로 한국 메모리 업계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KIEP는 “한국 메모리 업계는 AI 반도체 제작의 필수 요소인 HBM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며 “이번 조치로 중국 AI 반도체 시장이 위축된다면 제한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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