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자산 토큰화로 효율 높여 … 부산, 블록체인 수도로 키우겠다"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물류에
동북아 교통 허브 결합 추진
블록체인 활용 주민투표 등
행정 시스템에도 적용 추진
"블록체인은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기술입니다. 부산시는 블록체인을 금융뿐만 아니라 경제, 문화, 행정 등 각 분야에도 적용시킴으로써 전 세계를 선도하는 블록체인 수도가 될 것입니다."
9일 열리는 '블록체인 위크 인 부산(BWB) 2023'을 앞두고 박형준 부산시장이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블록체인 중심지로서 부산에 대해 포부를 밝혔다. 그는 BWB 2023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블록체인 독트린(기본 원칙)을 발표할 예정이다. 독트린에는 세계적으로 디지털 경제 대전환을 둘러싸고 패권 전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부산시가 블록체인 혁신을 실험할 테스트베드가 돼야 한다는 박 시장의 소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올해 디지털 자산 시장의 핵심 트렌드는 기업이나 민간 주도보다 국가별 선도 전략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결제 시스템인 페드나우를 공식적으로 출시했다. 유럽연합(EU)은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디지털자산법안(MiCA)을 통과시켰고 이 법안은 내년 6월 시행될 예정이다. 중국은 지난달 디지털 위안화를 국제 석유 거래에 최초로 적용했고 일본에서는 올해 6월 민간의 스테이블 코인 발행을 허용했다. 이에 반해 민간에서는 지난해 테라의 몰락과 세계 3위 가상자산 거래소 FTX의 파산 여파에서 아직도 자유롭지 못하다.
이는 국내도 마찬가지다. 특히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블록체인 기술에 근간을 둔 코인이 투기 수단으로 치부되면서 기술 발전과 산업 진흥이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에 따라 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블록체인 기업도 부정적 이미지가 씌워져 투자 유치나 사업 추진에 애를 먹고 있다. 한때 예술계를 중심으로 주목받았던 대체불가토큰(NFT)도 열기가 사그라들었다.
부산시는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고 세계적인 디지털 자산 혁신 추세에 발맞추기 위해 올해 블록체인 전략을 새롭게 가다듬었다. 가장 먼저 민간 자본과의 협력으로 만들어질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BDX)를 출범시키기로 결정했다. BDX는 향후 전개될 부산시 블록체인 전략의 핵심으로 투자자 보호를 위한 분권형 거버넌스 아래 유무형 가치가 토큰화돼 거래되는 4세대 블록체인 거래소를 표방한다. 유통과 예탁 결제·감시·상장 평가 기능을 분리해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고 거래소 인프라스트럭처 자체도 블록체인 기술 기반으로 전환한다.
박 시장은 "국내 유일의 블록체인 규제 자유특구인 부산이 디지털 경제 대전환을 둘러싼 패권 전쟁에서 해야 할 역할을 깊이 고민했다"며 "블록체인 독트린에서 블록체인 수도 부산을 위한 원칙을 제시해 전 세계 디지털 금융과 블록체인의 중심지로 위치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시는 세계 2위 환적항을 보유한 해양 물류 도시로 무역 결제에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의 스마트 물류에 동북아시아 교통 허브를 결합하면 국제 자유 물류 도시로 도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동남아시아 등 교역량이 많고 경제 교류가 활발한 인접 국가와의 무역 결제에 디지털 자산을 활용하면 결제 비용이 크게 절감되고 실시간 결제가 가능하다"며 "무역 계약에 스마트 콘트랙트를 활용하면 계약서를 둘러싼 분쟁의 소지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조선업 등 해양 산업의 증권화·토큰화로 해양 금융을 발전시켜 해양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내년 말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토큰증권을 활용하면 연 매출 42조원을 기록하는 해양 산업을 위해 새로운 자산 체계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선박 금융을 토큰화하기 위한 증권사의 이합집산도 시작되고 있다.
박 시장이 주목하는 또 다른 분야는 탄소 배출권이다.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은 우리나라 제조업의 중심지로 꼽히는 만큼 상품 제조에 따른 탄소 배출량도 막대하다. 최근 점점 중요도가 높아지는 넷제로를 구현하고자 BDX에서 탄소 배출권 거래를 본격화하고 이를 활용해 아시아 지역 내 배출권 거래 중심지로 육성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금융,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 인프라를 혁신하는 기술로 꼽힌다. 박 시장이 블록체인에 주목하는 것도 사회적 난제에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거래 내용이 기록된 장부를 볼 수 있고, 위·변조가 사실상 불가능한 특성을 활용한다면 금융과 경제뿐 아니라 도시 문화와 공공 서비스 인프라도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다. 이를 위해 박 시장은 부산시의 공공 행정과 지방자치에도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 블록체인 기반 신원인증(DID)과 영지식 증명 등을 적용해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주민투표 시스템이 대표적인 예다. 여기에 블록체인 특유의 커뮤니티 문화를 지역 공동체 활성화에 접목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도시 인프라를 구축한 뒤에는 전체 사업 모델을 수출할 예정이다. 세계적인 메가시티 트렌드 이면에는 도시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기술 혁신이 자리 잡고 있다. 신뢰와 가치의 기술로 꼽히는 블록체인으로 도시 인프라를 개선시키는 데 성공한다면 그 자체가 경쟁력 있는 수출 상품이 된다는 설명이다. 박 시장은 "부산에 국내외 최첨단 블록체인 기술을 집결해 에스토니아를 넘어서는 블록체인 시티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반도체와 조선을 잇는 미래 먹거리로 블록체인을 수출 산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영 엠블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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