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테크] 10㎞ 밖 드론과 새도 구별...3배 멀리 보는 세계 최고 수준 드론탐지 레이더 국산화
새·구름과 구분 어려운 드론, 10㎞까지 탐지
기존 최대 성능 3㎞ 탐지 성능 뛰어 넘어
군에 시범 도입해 성능 개선 중
“국제 시장서 인정 받는 게 목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지난달 7일 이스라엘을 상대로 갑작스러운 미사일 공격을 퍼부으며 시작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한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전쟁 초기 미사일을 동원한 화력전이 이어졌다면 최근에는 드론을 이용한 폭격으로 민간인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양측 모두 드론을 이용해 상대 방공망을 뚫고 도시를 공격하고 있다. 드론은 한 기에 수십만~수백만원에 불과할 정도로 가격이 저렴하지만 수억 원에 달하는 미사일보다 효과적인 공격 수단이 되고 있다. 크기가 워낙 작고 비행 경로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어 요격이 어렵고, 레이더에 잡히지 않아 접근하는 것을 알아채는 것도 힘들다.
드론 탐지레이더를 개발하고 있는 토리스의 오대건 대표는 “그동안 사람들이 드론 전투에 대한 이야기를 해 왔으나 실제로 그 위력을 느끼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라며 “전 세계적으로도 드론 공격을 막기 위한 기술 개발에 많은 투자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상용화된 레이더로는 드론을 탐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수십㎝ 크기의 드론을 레이더로 감지하더라도 구름이나 새와 구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날씨가 나쁘거나 여러 대의 드론이 동시에 날아 올 경우 이를 찾아내기는 더 어려워진다.
전 세계 각국이 드론 공격을 막기 위한 ‘안티드론’ 기술에 적극 투자하는 이유다. 전쟁의 양상을 바꿀 정도로 드론이 위협적인 무기로 떠오르면서 드론을 막기 위한 기술에도 많은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레지던스리서치에 따르면 안티드론 시장은 2030년 126억달러(16조7000억원) 규모로 예상된다. 매년 27.6%의 높은 성장률이 기대되는 시장이다.
미국과 영국, 이스라엘이 시장을 두고 각축을 벌이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이 세계 최고 수준의 안티드론 기술을 선보여 주목을 받고 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연구원 출신인 오 대표가 세운 토리스가 그 주인공이다. 오 대표는 2017년부터 드론 탐지 기술을 개발해 온 전문가다. 수년 간의 연구개발 끝에 군에서 요구하는 성능의 드론 탐지 레이더 개발에 성공했다. 현재까지 개발된 드론 탐지 레이더 중 가장 먼 거리까지 탐지가 가능해 전 세계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토리스 사무실에서 오 대표를 만나 토리스의 안티드론 기술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드론 탐지 성능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드론 탐지 성능은 중국 DJI사의 ‘팬텀-4′ 모델을 기준으로 측정한다. 얼마나 멀리에서 정확하게 드론을 구분해낼 수 있느냐가 레이더의 성능을 결정한다. 우리 제품은 10㎞ 거리에서 팬텀-4 드론을 탐지해낼 수 있다. 기존 미국과 영국 기업의 제품으로는 최대 3㎞가 탐지 한계였다. 성능을 3배 이상 끌어 올린 것이다.”
-멀리 있는 드론을 탐지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레이더는 전파를 쏘아 보내 탐지 물체에 반사돼 돌아오는 신호를 받는 방식으로 물체를 추적한다. 전파 신호는 거리가 멀어질수록 강도가 크게 감소해 먼 거리의 물체를 정확히 추적하는 것이 어렵다. 드론은 헬기나 전투기보다 크기가 훨씬 작다. 지금까지 레이더는 전투기와 헬기를 추적하기 위한 기술로 발전돼 왔다. 드론 탐지 기술 개발이 시작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아 기술 수준이 낮은 편이다.”
-탐지 거리를 늘릴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자세하게 밝힐 수는 없으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모두 직접 개발해 최적화한 결과다. 일반적으로 레이더 기술의 기본 골격은 대부분 비슷하지만 우리 레이더는 작동 알고리즘이 조금 다르다. 우리가 확인한 선에서 우리와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레이더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토리스가 개발한 드론 탐지 레이더는 어떤 방식인가.
“가로 60㎝, 세로 50㎝ 정도 크기로 고정형 레이더를 우선 개발했다. 방어시스템이 필요한 건물 옥상이나 전방 경계 부대에 배치하는 용도다. 지금은 소형화를 통해 전차나 포에 달 수 있는 방식이나 또 탐지 거리를 더 넓게 하기 위한 대형화도 준비하고 있다.”
-드론은 크기가 작아 구름, 새와 구분하기 어렵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나.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적용해 드론의 비행 패턴을 학습시켰다. 드론이 가진 고유의 비행 패턴이 있다. 이를 이용해 드론과 다른 방해물을 구별할 수 있게 했다. 드론뿐 아니라 선박, 비행기, 자동차 같은 다른 표적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구분하는 것을 확인했다. 기술을 조금 더 보완하면 일반적인 레이더로는 추적할 수 없는 스텔스 전투기까지 추적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원래 드론탐지 레이더에 관심이 있었나.
“레이더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고 벽 투과 레이더를 연구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14년 북한의 소형 무인기가 우리 땅에 추락해 발견된 사건이 발생했고, 소형 비행체 탐지 레이더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당시 국제 시장에 나온 제품을 살펴보더라도 성능이 떨어지는 편이었다. 내가 가진 기술을 활용하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본격적인 연구는 언제부터 시작했나.
“2017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연구비를 지원 받아 연구를 시작했다. 연간 20억원 규모의 예산을 받았고, 연구에 실패하더라도 평가에 반영하지 않는 비교적 자유로운 연구가 가능했다. 덕분에 많은 시행착오에도 꾸준한 연구를 할 수 있었다. 그간의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2020년 토리스를 창업하고 본격적인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연구자에서 창업가로 변신을 결심한 이유는.
“아무리 정부 연구비를 자유롭게 쓰게 해주더라도 하고 싶은 연구를 마음껏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내가 개발한 기술로 가치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 연구에 재투자하는 형태로 연구실을 운영하고 싶었다. 또 아무리 연구비가 풍족하더라도 언제까지 유지되는 것이 아니었다. 연구비를 받기 위해 ‘과제 헌터’로 살아가고 싶지 않았다. 내가 가진 기술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다.”
-성과는 있나.
“방위사업청의 신속시범획득사업을 통해 이미 군에서 운영 평가를 했다. 2020년 육군에 2대, 해군과 공군에 각각 1대씩 납품해 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성능인지 확인을 거쳤다. 아무래도 레이더 기술은 고객이 군인 만큼 요구하는 성능을 충족하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까다롭게 거친다. 당시 군에서 피드백을 받고 제품을 개선했고 정식 도입을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쯤 정식 도입되면 수십억원 수준의 매출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해외 방산 업체와도 판권 계약을 의논하고 있는 단계다. 자세한 사항은 밝히지 못하나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 운영에 어려움은 없었나.
“연구를 하면서 겪었던 시행착오가 가장 힘들었다. 대표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로 개발을 총괄하면서 벽에도 많이 부딪혔다. 다행히 좋은 투자자를 만나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돼 제품 개발까지 성공했다. 내년에는 생산 공장까지 건설해 본격적인 양산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드론 탐지 기술 시장 전망은 어떤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전쟁만 보더라도 드론이 현대 전쟁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드론을 이용한 정찰로 적군의 동태를 파악하는 정보전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를 막는 기술에 여러 국가가 투자하고 있다. 고정형 레이더뿐 아니라 전차나 포에도 드론 탐지 레이더를 달아야 한다. 그만큼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본다.”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이미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방산 업체들이 많이 있다. 노스롭그루먼, 록히드마틴 같은 기라성 같은 기업들이다. 그러나 드론 탐지 레이더 분야에서 만큼은 한국이 최고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미국 시장에도 진출해 한국의 방산 기술이 이만큼 대단하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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