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류 웸반야마, NBA판 달심의 재림?
‘언제적 르브론이고 언제적 커리냐?’는 말이 있다. NBA는 나날이 발전해가고 있으며 기량이면 기량, 개성이면 개성 등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선수들이 리그에 가득하지만 여전히 가장 유명한 선수는 두 베테랑이고 인기또한 여전히 리그 탑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다른 선수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 그만큼 르브론 제임스와 스테판 커리가 대단하다고 보는게 맞을 수도 있겠다.
어차피 둘은 지금 당장 은퇴한다 해도 NBA 역사에서 두고두고 회자 될 슈퍼스타다. 스타는 많이 나오고 있지만 르브론과 커리 만큼의 존재감을 뿜어내는 선수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하지만 올 시즌 들어 예외의 기운이 풍기고 있다. 이제 막 데뷔해 몇 경기 뛰지도 않은 신인 선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나눠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는 물론 NBA 관련 국내 각종 커뮤니티에서도 해당 선수가 경기를 가진 날에는 르브론, 커리 못지않은 게시물이 쏟아져나온다. 잘하면 잘한대로, 아쉬운 것은 아쉬운대로 폭발적인 관심이 몰리고 있다. 마치 커리가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슈퍼스타로 발돋움하던 당시의 분위기와 비슷하다. 다름아닌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슈퍼루키 '웸비' 빅터 웸반야마(19‧223.5cm)가 그 주인공이다.
NBA 역사상 최단신 MVP와 득점왕을 수상했던 앨런 아이버슨(48‧183cm)은 한창 주가를 올리던 당시 ‘농구는 신장이 아닌 심장으로 한다’는 명언을 남긴 바 있다. 신체조건도 중요하지만 기량과 열정을 더 높이 얘기한 것이다. 아이버슨의 한마디는 많은 이들에게 적지 않은 울림을 안겼고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최고의 한마디가 됐다.
물론 맞는 말이다. 큰 사이즈를 가지고 있음에도 존재감 없이 사라진 선수들도 적지 않다. 반면 작은 체구에도 적지 않은 임팩트와 커리어를 남기며 역사에 이름을 새긴 스타도 꾸준히 있어왔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일부 예외가 존재할 뿐 여전히 농구는 큰 선수들을 위한 스포츠다.
인기 농구 만화 슬램덩크속 능남고 감독은 동년배 센터들에게 밀리는 것은 물론 키값을 못한다는 비아냥거림을 받으며 의기소침해 있던 변덕규에게 말한다. “본인의 재능에 대해 의심하지 말아라. 너는 재능이 충분하다. 그 키가 재능이다. 나는 훈련으로 너의 기량을 좀 더 낫게해줄 수는 있어도 그 키는 손댈 수 없다”고.
재능은 어느 정도 타고난 부분이 강한데 신체조건 역시 거기에 포함시키는게 당연하다. 본래부터 빠른 선수, 탄력 좋은 선수, 힘센 선수도 있듯이 큰 선수도 당연히 재능이다. 최근 웸반야마는 팬들 사이에서 아이버슨의 말을 거꾸로한 ‘농구는 심장이 아닌 신장으로 한다’는 말을 듣고 있다. 너무나 공감가는 말이다.
웸반야마가 오로지 키 빨로 주목받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그는 자신이 가진 신장이라는 재능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어떻게 써야 유용할지를 깊숙이 이해하고 있고 그런 만큼 앞으로도 그 무기는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소속팀 감독 그렉 포포비치는 큰 선수의 장점을 뽑아내는데 있어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지라 서로간 궁합도 최고다.
웸반야마는 보통의 키 큰 선수처럼 포스트를 장악하는게 아닌 내외곽을 오가며 신체적 이점을 전방위로 활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보통 3점슛은 작은 선수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작은 선수들이 아무리 운동신경이 좋고 기량이 빼어나도 한참 차이나는 큰 선수를 상대로 골밑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설사 한번씩 하이라이트 필름을 만들어냈다 해도 매번 그렇게 하기에는 에너지가 모자라다. 한번의 공격을 펼치기 위해 정말 많은 힘을 쏟아내야 한다. 아이버슨이 샤킬 오닐을 상대로 골밑 득점을 올릴 수는 있겠지만 주무기로 삼기에는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대신 외곽에서 3점슛이나 미드레인지로 흔들어준다면 상대의 수비를 더욱 힘들게 하며 돌파마저 상대적으로 더 수월해질 수 있다.
웸반야마는 그런 상식마저 깬다. 그 정도 키에 준수한 운동신경으로 잘 달리기만 해도 충분히 위협적이다. 하지만 그는 거침없이 3점슛을 던진다. 키가 크지만 이런 것도 할 수 있다고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진짜로 잘 던진다. 슛을 던지는 속도가 엄청 빠르지는 않지만 어느 슈터보다도 위력적이다.
타점이 엄청난지라 대놓고 쏴도 막아내기가 쉽지 않다. 카림 압둘자바의 스카이 훅슛을 3점 라인 밖에서 던져댄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준수한 볼 핸들링 능력까지 갖추고 있는지라 페이스업에도 일가견이 있으며 순간적으로 멈춰서서 쏘는 미드레인지 점퍼도 일품이다. 구태여 뛸 필요도 없지만 그냥 그런 스타일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크다는 자체로도 버거운 선수가 작은 선수의 스타일까지 보여주고 있어 수비 입장에서는 악몽일 수밖에 없다.
작은 선수가 장대숲을 휘젓고 다니는 플레이에 팬들은 열광한다. 웸반야마는 큰 선수도 그런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며 또 다른 의미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마른 체형으로 인해 몸싸움 등에서는 어려움이 있지만 블록슛 등 큰 선수 특유의 장점도 잃지 않고 있다. 유니크한 웸반야마의 플레이는 매경기 팬들에게 볼거리를 주고 있다.
전문 슈터처럼 외곽에서 쉴새없이 볼없는 움직임을 가져가다가 수비수와의 충돌에도 아랑곳없이 3점슛을 적중시키며 4점 플레이를 만들어내는가 하면 보폭이 워낙 큰지라 3점 라인 가까이에서부터 성큼성큼 스탭을 밟아 덩크슛을 작렬시킨다. 포스트에서 상대 빅맨이 시도한 골밑슛을 가볍게 낚아채듯 잡아버려 해당 장면을 본 팬들에게 '블록슛인가? 스틸인가?'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내뱉어지게 만들었다.
자신이 블록슛을 하고 공을 잡은 후 상대 진영으로 빠르게 내달리며 비하인드 백 드리블로 수비수를 현혹시키며 빈 곳의 동료에게 패스를 넣어주기도 했다. 상대 수비에 막혀 본인의 플레이가 막혀도 순간적인 센스로 동료의 찬스를 봐주는 능력 또한 수준급이다. 거기에 페이더어웨이슛에 본인한테는 전혀 필요 없을(?) 것 같은 플로터까지 무기로 들고나와 종종 성공시킨다.
공격에서의 웸반야마는 지금도 강력하지만 앞으로 더 발전할 요소가 많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수비같은 경우 벌써부터 리그 최상급 파급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엄청난 신장과 윙스팬에 잘 뛰고 잘 달리는 것을 비롯 센스, 저돌성까지 갖추고 있는지라 몸싸움에서의 약점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포스트 인근은 물론 미들, 3점슛 라인 등 외곽까지 오가며 블록슛이 가능한지라 상대 팀에서는 이를 의식해 웸반야마가 달려들면 슛을 자신있게 올라가지못하고 패스를 돌리는 경우가 잦아진다. 블록슛이 좋은 선수의 최대 장점이 바로 이런 부분이다. 당장 블록슛이 몇 개인지를 떠나 그 영향력으로 인해 상대팀 선수들을 주춤하게 만들고 타이밍을 늦춰버린다.
보통의 선수들과는 차원이 다른 높이를 보여줌에 따라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NBA판 달심’이다는 재미있는 애칭까지 생겨나고 있다. 인도의 요가승을 모델로한 달심은 인기 대전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의 주요 캐릭터중 한명이다. 2편부터 등장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꾸준하게 사랑받고 있다.
얼핏보면 깡마른 체구에 별것 없어 보이는 외모지만 손발이 비정상적으로 쭉쭉 늘어나며 상대의 거리 감각을 순식간에 깨트려버린다. 그렇다고 근접전에서 약한 것도 아니다. 불덩어리를 뿜는 요가파이어에 박치기, 들어 던지기 등 다양한 기술을 통해 허를 찌른다. 경기를 치를수록 미친 존재감을 과시중인 웸반야마가 르브론, 커리를 잇는 신인류로서 리그를 지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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