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일찍 끌어내려야” vs “선발 오래 버티게 해야”···LG와 KT의 정반대 마운드 공략[KS]

김은진 기자 2023. 11. 6.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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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선발 쿠에바스, 벤자민, 고영표



가을야구는 사실상 선발 대결이다. 강력한 선발, 안정된 로테이션을 보유한 팀이 유리하다. 한국시리즈에서 격돌하는 LG와 KT가 모두 공략 지점으로 상대 선발진을 지목했다. 그러나 의미는 정반대다.

염경엽 LG 감독은 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KT를 상대할 때 가장 힘든 것은 역시 선발이다. 선발을 얼마나 빨리 무너뜨릴 수 있느냐가 이번 한국시리즈 승리하기 위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KBO리그에서 가장 안정된 선발진을 구축하고 있는 KT는 이번 가을야구에서도 선발의 힘으로 플레이오프를 통과했다. 먼저 2패를 당했지만 국내 1선발 고영표가 역투를 펼쳐 3차전을 따내자 1·2차전에서 부진했던 쿠에바스과 벤자민이 각각 사흘과 나흘밖에 쉬지 않고 4·5차전에 등판해 ‘리버스 스윕’으로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었다. LG와 한국시리즈에서도 이 선발 3명과 함께 정규시즌 선발 자원인 엄상백, 배제성이 한 명은 4선발로, 한 명은 중간계투로 준비한다.

특히 KT에는 ‘LG킬러’인 벤자민이 있다. 벤자민은 올해 LG전에 5경기 등판해 4승 무패, 32.1이닝 3자책으로 평균자책 0.84를 기록, 신기할 만큼 압도적인 강세를 보였다. 한국시리즈에서 LG를 만나게 된 KT의 가장 큰 무기다.

염경엽 감독은 “KT는 플레이오프를 치르면서 확실한 승리조를 한 명 만들어 3명을 보유하고 있다. 선발을 공략하지 못하면 경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사실상 박영현, 김재윤 듀오로 필승계투조를 꾸려온 KT가 플레이오프 MVP를 거머쥔 손동현의 등장으로 경기 후반까지 탄탄해져 반드시 선발을 일찍 끌어내려야 승산이 있다는 구상이다.

LG 불펜 이정용, 정우영, 고우석



반대로 이강철 KT 감독은 “LG 선발을 최대한 길게 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LG는 에이스 케이시 켈리와 임찬규, 최원태, 김윤식으로 한국시리즈 선발진을 구성했다. 강력한 켈리가 있고 올시즌 대변신 해 커리어하이를 찍은 임찬규가 있지만 애덤 플럿코의 이탈로 KT에 비해 선발진 안정감이 떨어지는 편이다. 이강철 감독은 “LG 마운드는 선발이 좀 약해 보일 수 있지만 필승조 자원이 7~8명이나 된다. 결론은 우리가 LG 선발을 빨리 무너뜨리기보다 선발을 길게 버티게 하면서 그 선발에게서 점수를 뽑고 뒤에 불펜 상대로 버텨야 한다”고 말했다. 워낙 강한 불펜을 보유한 LG를 상대로는 선발이 던지는 동안 득점을 해야 하고 불펜이 던지는 동안 그 점수를 지켜야 한다는 구상이다.

양 팀의 한국시리즈 마운드 운용은 결국 서로의 이 공략 지점을 부수는 것이 열쇠다. KT 선발은 오래 버텨야 하고, LG는 불펜 투입 시점에 대한 정확한 결단이 중요하다.

NC와 플레이오프에서는 선발을 조금 일찍 교체하며 승부했던 이강철 감독은 “플레이오프는 5전3선승제라 단기전으로 생각했다. 한국시리즈는 7전4선승제다. 섣부른 퀵후크는 하기 어렵다. LG 타자 상대로 우리 불펜이 큰 재미를 보지 못했고 3~4명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선발진을 길게 가려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규시즌 선발로 뛴 이정용을 한국시리즈에서는 중간계투로 이동시키고 김윤식을 선발로 넣은 염경엽 감독은 “정우영과 이정용이 포인트다. 이정용을 ‘+1’ 투수로 활용해 초반 선발이 좋지 않을 때 바로 교체하려 한다”며 “올해 불펜에서 활약한 젊은 투수들이 자기 역할 잘 해주면 좀 더 편하게 경기를 운영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잠실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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