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금 대출 가산금리 너무해”…‘갑오브갑’ 은행 답변은

“규정에 따라서”…원론적 답변만
가산금리만 3%대…대출자들 한숨
대통령도 은행에 비판 목소리 높여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사진 제공 = 연합뉴스]

지난 4월 중도금 대출 가산금리 체계 개선을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5만명 동의 요건을 충족한데 이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도 가산금리 문제가 크게 지적됐지만 해결이 요원해 보인다.

해법을 쥐고 있는 은행권이 원칙만 강조하며 좀처럼 개선할 의지를 보이지 않아서다.

6일 해당 국민동의청원을 처음 올린 파주 운정의 한 아파트 입주예정자협의회(입예협)는 가산금리 민원을 제기한 은행에서 최근 회신을 받았다.

회신 내용은 가산금리 수준이 비슷한 시기 분양한 아파트들과 비교할 때 높은 수준이 아니고, 은행 간의 입찰을 통해 가장 낮은 금리를 제시한 곳을 선정해 취급된 만큼 가산금리 인하는 불가하다는 것이다.

이는 중도금 대출에 대한 원론적인 내용으로, 입예협에서 문제 삼는 가산금리 수준이 어떻게 책정됐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해당 아파트 수분양자들은 지난해 12월 연 6.15% 금리에 중도금 대출(6개월 변동 코픽스 신잔액 기준)을 받았다. 이중 가산금리는 무려 3.25%포인트로, 만기 때까지 고정이다.

해당 건설사가 올해 7월 동일한 은행과 맺은 비슷한 지역의 사업장의 중도금 대출을 보면 가산금리는 1.71%포인트로 확인됐다. 해당 사업장은 현재까지 미분양 상태로 분양 리스크가 더 높음에도 가산금리는 더 낮은 셈이다.

중도금 대출 가산금리 민원에 대한 한 은행의 회신.[사진 제공 =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국감에서도 가산금리는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달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올해 상반기(1~6월) 금융감독원에 중도금 대출 금리 민원이 접수된 사업장의 은행 가산금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해당 사업장들의 분양이 이뤄진 6개월간 가산금리는 최저 1.42%에서 최고 3.30%로 1.88%포인트 차이가 났다.

같은 지역의 분양 사업장인데 은행에 따라 서울 관악의 한 사업장의 경우 A은행은 2.57%, B은행은 1.80% 수준으로 가산금리를 중도금 대출에 부과했다.

경기 화성 사업장에서는 C은행 1.44%, B은행 2.58%로 1%포인트 넘게 가산금리 차이가 벌어졌다.

민 의원은 “은행이 편하게 이자장사를 하고 있다”며 “불투명하게 운영되는 금리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련해 올 상반기 금감원 민원에서 중도금 대출 관련 민원은 부쩍 많아졌다. 은행 대출금리 관련 민원이 2155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3.5% 급증한 가운데 아파트 중도금 대출 가산금리가 과도하다며 금리 조정을 요청한 민원만 1652건에 달했다. 민원은 가산금리가 비슷한 시기 근처 다른 아파트보다 높게 책정됐다는 것 등이었다.

이런 가운데 이자장사, 고액연봉·퇴직금으로 구설수에 오른 은행권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은행권을 직격해 “은행은 일종의 독과점이라 갑질을 많이 한다”, “소상공인이 은행의 종노릇을 하고 있다” 등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를 의식한 은행들은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한 상생금융안을 분주하게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수익이 가장 많이 나는 중도금 대출 등 기존 주택 관련 대출에 대해서는 금리 인하를 언급하는 은행은 단 한 곳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