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이어 당국 수장까지 압박…고민 끝에 상생금융 내놓는 은행
윤석열 대통령의 '종노릇' '갑질' 등 질타에 이어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에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면서 은행권의 고심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은행권은 주말까지 반납하며 상생금융안을 내놓고 있지만 출연금이나 기부금 등으로 초과이익 환수를 검토중인 금융당국과 온도차이가 있다.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이나 청년의 대출 금리를 낮추는 등 자사 고객을 지원하겠다는 게 은행권의 기본 방향이다.
신한금융그룹은 6일 '2024년도 소상공인·자영업자 상생금융 패키지'를 통해 △현재 진행 중인 상생금융 지원 방안의 기한 연장·대상 확대(610억원) △소상공인·청년 금융부담 완화 신규 지원(440억원) 등 총 1050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7% 이상 대출에 대한 최대 3%p포인트(p) 금리 인하 △연체이자 2%p 감면 △신용등급 하락 차주의 금리 상승분 최대 1%p 인하 △변동금리대출의 고정금리 전환 시 금리 우대 등 중소법인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 '상생금융' 지원 기간을 1년 늘리고, 지원 대상을 자영업자까지 확대한다.
이와 함께 은행 자체 소상공인 지원프로그램을 통해 정책 대출 상품을 이용하고 있는 차주를 대상으로 2%p 수준의 금리 부담 완화를 위해 230억원 규모의 이자 캐시백을 실시할 예정이다. 청년 자영업자 대상의 저금리 특례보증 신상품을 내놓고, 생활비도 지원할 계획이다.
신한금융은 지난 주말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계열사 CEO(최고경영자) 등과 함께 마라톤 회의를 진행하며 추가 지원을 위한 방안 마련을 찾았다. 진 회장은 "앞으로 민생안정을 위한 정부 정책에도 적극 참여해 기업시민으로서 지속적인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이자장사' 압박 이후 은행권이 내놓는 상생금융 방안은 은행의 고객 대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은행의 대출이나 보증 상품을 이용 중이거나 이용 예정인 중소법인과 개인사업자, 청년 고객이 상생금융의 대상자다.
앞서 소상공인 30만명 대상으로 총 1000억원 규모의 지원 방안을 내놓은 하나은행도 기존 개인사업자 고객이 대상이다. 이승열 은행장은 "고금리와 고물가가 장기화되는 시대에 자영업자 손님들에게 실질적 보탬이 되는 금융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주말 '상생금융 TF(태스크포스)'를 만든 우리은행도 기존 대출 차주 금리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저금리 대환 대출 공급 확대를 준비 중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연체가 발생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는 이자 면제도 고려 중이다. KB국민은행도 소상공인과 청년 중심의 지원방안을 마련해놓고 세부 방안을 조율 중이다. 기존 은행 고객의 금리 인하가 주된 상생금융 방식이다.
은행권이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상생금융안을 마련하는 것은 우선 직접적인 현금 유출이 적고, 지원 방식이 다른 방안보다 쉽기 때문이다. 부실 우려가 있는 고객을 도우면 은행 내부적으로 연체율과 부실을 관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은행이 고객이 아닌 소상공인이나 청년을 대상으로 어려움을 판단하거나 금융지원을 하기가 쉽지 않다. 이들을 위해선 재정이 역할을 하거나 별도 기구가 필요하고 출연·기부금 형태로 돈을 내놓아야 한다. 금융지주 고위관계자는 "당장 재단 출연이나 기부금을 늘리는 방안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기존 은행 고객을 돕는 방식으로 상생금융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출연금이나 기부금 형식으로 은행의 초과이익 환수를 검토 중인 금융당국의 생각과 차이가 있다. 금융당국은 소상공인 등 금융취약계층을 위한 기금 등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소액생계비대출처럼 직접적인 금융지원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에서 상생금융 외에 연간 1조원이 넘는 사회공헌활동을 진행 중인데, 또 거액의 기부금을 내기가 쉽지 않다"며 "출연금 등은 법안으로 결정된 사안이고, 올해부터 3년간 진행되는 5800억원 규모의 자금 출연도 아직 세부적인 사용처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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