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옆구리 찔러 '우승하면 롤렉스' 약속받아낸 LG 임찬규

이대호 2023. 11. 6.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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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년의 세월 동안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한 LG 트윈스의 한(恨)을 상징하는 물건은 '롤렉스 시계'다.

구 전 회장은 1998년 '우승하면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게 지급하라'며 당시 돈으로 8천만원에 롤렉스 시계를 구입했다.

1994년 이후 첫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LG 선수 사이에서도 뜨거운 화제는 '롤렉스 시계'의 향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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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대표하는 입담꾼…"우승하면 차명석 단장이 저 찾아야 할 것"
포부 밝히는 임찬규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6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 미디어데이에서 LG 트윈스 임찬규가 포부를 밝히고 있다. 2023.11.6 dwise@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29년의 세월 동안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한 LG 트윈스의 한(恨)을 상징하는 물건은 '롤렉스 시계'다.

2018년 세상을 떠난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야구단 사랑은 구단주 사이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였다.

구 전 회장은 1998년 '우승하면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게 지급하라'며 당시 돈으로 8천만원에 롤렉스 시계를 구입했다.

그로부터 4년 만인 2002년 LG는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으나 삼성 라이온즈에 무릎을 꿇었고, 다시 21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에 복귀했다.

1994년 이후 첫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LG 선수 사이에서도 뜨거운 화제는 '롤렉스 시계'의 향방이었다.

LG 주장 오지환은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BO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롤렉스 시계를 누가 받을 것 같은가?'라는 질문이 나오자 "제가 받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만약 제 권한으로 줄 수 있다면 저에게 줄 거다"라고 말했다.

역투하는 LG 선발 임찬규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15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LG의 경기. 1회초 LG 선발투수 임찬규가 역투하고 있다. 2023.10.15 jieunlee@yna.co.kr

여전히 금고에 잠들어 있는 롤렉스 시계는 엄청난 가치가 있다.

25년 전에 1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이었으니, 지금은 시장 가치로만 따져도 엄청나게 올랐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게다가 KBO리그 최고 인기 팀 가운데 하나인 LG의 우승을 상징하는 의미까지 있다.

임찬규는 오지환을 위해 통 크게 결심했다.

임찬규는 "한국시리즈 MVP보다는 롤렉스를 갖고 싶었는데 (그렇게까지 원하니) 제가 만약 MVP를 받으면 롤렉스는 지환이 형을 주겠다"고 선언했다.

대신 임찬규는 옆자리에 앉은 오지환으로부터 "우승하면 (MVP 여부와 관계없이 임찬규에게) 롤렉스를 사주겠다"고 약속을 받아냈다.

임찬규로서는 팀이 우승하면 롤렉스 하나가 생기는 셈이다.

LG에서 뛰어난 입담을 자랑하는 임찬규는 지난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고도 1년 유예를 선택했다.

한국시리즈 트로피 사이에 둔 염경엽-이강철 감독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6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 미디어데이에서 LG 트윈스와 kt wiz 양 팀 감독들이 우승 트로피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LG 트윈스 임찬규, 염경엽 감독, kt wiz 이강철 감독, 박영현. 2023.11.6 dwise@yna.co.kr

올해 정규시즌 활약으로 LG의 정규시즌 1위 확정에 힘을 보탠 그는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방점을 찍고자 한다.

임찬규는 평소 친하게 지내는 차명석 LG 단장을 겨냥해 "우승하고 FA 되면 말 안 해도 절 찾으셔야 할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임찬규는 우승 세리머니도 미리 준비했다.

2020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NC 다이노스 주장 양의지가 NC소프트를 대표하는 게임 '리니지'의 아이템 '집행검'을 들어 올려 화제를 모은 뒤 세리머니를 준비하는 것도 숙제가 됐다.

임찬규는 LG의 핵심 사업인 가전제품의 대표 제품 '스타일러'를 거론하며 "스타일러든 뭐든 불가능하겠냐. 뭐든지 할 테니까 걱정 안 하셨으면 한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LG 구단 직원들도 그 순간만큼은 한국시리즈 1차전을 하루 앞둔 긴장감을 내려놓고 일제히 활짝 웃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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