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공원의 축구 현장] 30주년 日 J리그의 다음 30년 프로젝트 첫걸음은 '세계화'

박공원 칼럼니스트 2023. 11. 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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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공원의 축구 현장

J리그는 1993년에 출범했다. K리그보다 10년이 늦다. 올해 30주년이라 이런저런 행사가 많다. 또 지난 30주년을 결산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1993년 만해도 8개 도현에서 10클럽으로 시작했다. 지금은 41개 도현에서 60클럽으로 확장됐다. 규모면에서 엄청나게 성장한 셈이다. 자금적 부분에서도 많은 성장을 이루었다. 2022년 J1리그부터 J3리그까지 총 58개 클럽의 총 매출액 합계가 1,375억 엔(한화 약 1조 1,950억 원)으로 집계됐다. J1리그 평균 유료 관중은 2만 명을 돌파했는데, 평균 2만 명 기록은 지난 2019년에 돌파했으니 지금은 이미 일상이 된 풍경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자국 내에서의 흥행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했다. AFC 챔피언스리그를 총 여섯 차례 정상에 올랐다. 일본 축구 국가대표팀도 월드컵과 올림픽 본선에 계속 출전하면서 세계와 경쟁하는 팀이 됐다.

지난 30년 동안 이룬 성과만 놓고 보면 스스로 자축할 만하다. 그런데 요즘 J리그는 자축보다는 앞으로 30년을 고민한다고 한다. 요즘 J리그의 화두는 세계화다. 어떻게 하면 유럽 빅 리그와 견주어도 모자람이 없는 리그를 만들지를 골몰하고 있다.

일본 내 통계에 따르면, 1993년 출범했을 때만 하더라도 J리그의 경제 규모와 파급 효과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크게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당연히 리그의 역사나 전통, 그리고 스타 플레이어의 존재에서 잉글랜드가 앞섰겠지만 통계적 측면에서는 그렇게까지 격차가 나진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격차가 커졌다. 1990년대 중반에 접어든 후 잉글랜드에는 전 세계의 자금이 몰린 반면 일본은 경제 한파가 불어닥쳤던 점 등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지금은 감히 비교할 수 없는 무대가 됐다. 일본에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포함한 유럽 빅 리그에 약 10배 수준으로 뒤쳐져 있다고 보고 있다.

일본 J리그의 향후 30년 과제는 바로 이 10배의 격차를 뛰어넘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패러다임의 변화도 시도하고 있다. 과거에는 일본 축구가 강해지기 위해 많은 선수를 J리그에서 길러 유럽으로 보냈다. 두 대회 연속 월드컵 본선 16강을 이룬 일본 축구 국가대표팀의 성과도 바로 이 정책을 바탕으로 이뤄냈다. 하지만 지금은 더 강해지기 위해서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제는 J리그를 유럽 리그 못잖은 무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잉글랜드·스페인·독일 등 유럽 빅 3리그와 비교해서도 자금 규모나 스타플레이어의 활약 여부 등에서 밀리지 않는 리그를 만드는 것이다.

물론 30년이라는 세월은 길다. 허울 뿐인 비전은 금방 세울 수 있지만, 와닿지 않는 미래는 실천 동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그래서 일본은 이 30년을 10년씩 3주기로 나눠 과업을 더욱 구체화시켰다.

현재는 J리그가 AFC 권역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무대가 되어 리그를 한층 세계화하는 것이 목표다. 향후 4년 동안 최소 두 번은 우승해 32개 팀으로 확정되어 치러질 FIFA 클럽 월드컵에 최대한 많은 일본 팀들을 출전시키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출전하는 팀들은 최소 8강 진출을 넘보고 있다. 이 목표 의식은 J리그의 모든 구단들이 공유하고 있으며, 정책적 측면에서도 이념을 같이하고 있다.

최근 논의가 되고 있는 추춘제 전환 역시 궁극적으로 결국은 축구 비즈니스의 본향인 유럽과 기준을 맞추어 제대로 경쟁하기 위해서 고려되고 있는 방안이다. 물론 실천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겠으나, 축구적 관점에서 결국 극복해야 할 난제로 여기고 넘어서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일본 J리그의 향후 30년을 향한 첫 발은 세계화 추구다. J리그를 전 세계가 지켜보는 리그로 만들어나가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물론 J리그를 즐기고 영위하는 이들의 대다수는 일본인들이겠으나, J리그와 일본 축구가 더 발전하려면 일본 사람들만 즐기는 무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명확한 방향성을 보이고 있다.

글=박공원 칼럼니스트(前 대한축구협회 이사)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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