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공매도 금지 첫날 시장반응 '촉각'

김보선 2023. 11. 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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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기획수석, 수석비서관 회의서 동향 보고
윤석열 대통령이 3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 개막식에서 격려사를 마친 뒤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3.11.03.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김보선 기자] 정부가 오늘(6일)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 증시에 상장된 모든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전면 금지키로 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정치적으로 내년 상반기는 '4월 총선'이 있는 시기다. 경기도 김포의 서울 편입에 이어, 개인투자자들의 숙원이었던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까지 잇따라 발표하며 정부·여당이 정책 여론전에서 우위 선점에 나선 걸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6일 수석비서관회의(대수비)에서 금융 당국의 공매도 금지 조치와 이 영향으로 이날 국내 증시가 크게 오른 상황에 대해 보고받았다. 이날 참석한 참모에 따르면, 대수비에서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이 내년 6월 말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기로 한 임시금융위 의결 사항과 국내 증시 동향에 대해 보고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아이뉴스24> 통화에서 "불법 공매도 금지는 대선 때부터 공약이었고 (윤 대통령은)그 맥락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해 왔다"며 "최근에는 (최상목)경제수석이 불법 공매도 실태와 투자자들의 피해 호소 사례에 대해 여러 차례 회의에서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과거 수사를 한 경험이 있다 보니 불법 공매도 세력을 '자산 시장의 심각한 병폐'라고 지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 첫날인 이날 국내 증시는 크게 오르고 있다. 코스닥에 3년여 만에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코스피는 단숨에 2500선을 회복했다.

공매도는 갖고 있지 않은 주식을 빌려서 팔았다가 주가가 떨어지면 싸게 사서 되갚아 이익을 내는 투자 기법이다. 주가가 내려야 돈을 벌 수 있는 데다 정보와 자금력을 갖춘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주로 활용하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의 원흉으로 지목해 왔다.

우리나라의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는 이번이 네 번째인데, 지난 세 차례 조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 위기 등 글로벌 경제 위기가 불어닥친 시기에 있었던 것과 차이가 있다. 지금의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느냐 하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공매도 금지는 펀더멘털(기초체력)과 센티먼트(투자심리) 모두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만한 위기가 발생했을 때였고, 코로나19 당시에도 글로벌 증시 전반적인 폭락 과정에서 이를 막기 위한 공조화된 정책 기조였다"며 "그러나 이번은 국내 증시 중심의 케이스라는 차이점이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결단의 배경으로 '증시 변동성'을 꼽고 있다. 고금리 환경과 글로벌 경제 성장세 둔화 속에서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더해면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기관과 개인 사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는데, 최근 이차전지 종목들을 중심으로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전면 금지 요구가 거셌던 만큼 이들의 표심을 의식한 조치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간사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장동혁 의원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2023.11.03. [사진=뉴시스]

야당은 "공수표"라며 비판 수위를 올리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 경제가 참으로 어렵지만 정부·여당의 마음은 여전히 콩밭에 가 있는 것 같다"며 "민생과 무관한 선거용 공수표 남발로 이 국면을 넘어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여당이 잇따라 내놓은 정책 현안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선거 당시 △불법 공매도에 대한 엄중한 처벌 △기관 및 외국인과 개인 투자자의 담보 비율 합리적 조정 △주가 하락이 과도할 경우 자동으로 공매도가 금지되는 공매도 서킷 브레이크 등을 내세웠다.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왜 총선을 앞 둔 지금에서야 내렸느냐는 비판에 대해서도 여당은 금융당국의 늦장행정 탓이라는 입장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자신의 SNS에서 "도대체 금융당국은 대통령 취임 1년 6개월 동안 공매도 관련 공약 이행을 위해 무엇을 했느냐"며 "이제 와서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청회를 하겠다는 것 자체가 늦장행정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해외투자자 신뢰 상실 등 우려에 대해 "불법 공매도가 판을 치며 불공정 경쟁이 계속되면 시장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투자자들이 이탈해 훨씬 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며 "이번 조치가 개미투자자의 바람대로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공정성을 향상시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보선 기자(sonnta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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