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세대, 미술시장 가장 큰 손 됐다

UBS·아트바젤 상반기 결산
경매시장 -16% 매출 감소에도
평균 구매금액은 작년도 동일
X세대 구매 밀레니얼보다 커져
내년 낙관하는 컬렉터는 많아

10월 열린 Paris+ par Art Basel 2023의 전시 전경. [Art Basel]

미술시장의 큰 손들이 신중해졌다. 전쟁과 인플레이션 등의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 미술 경매시장은 16% 역성장했다. 동시에 밀레니얼 세대 등 신규 컬렉터들이 위축되면서 X세대 컬렉터의 영향력이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2일 UBS와 아트바젤이 발간한 ‘미술품 구매 연구 2023’(Survey of Global Collecting in 2023)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술 경매시장에서 크리스티, 소더비, 필립스, 보햄스 등 4개 메이저 경매사의 매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16%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은 상회하는 수준이다. 아트바젤은 미술경제학자 클레어 맥앤드류의 연구를 통해 매년 상반기 전년도 결산 보고서를, 하반기에는 고액자산가 위주 미술 컬렉팅 동향을 갈무리하는 보고서를 내고 있다.

무역통계에 따른 국가간 미술품 거래는 올 상반기 30억7000만달러(약 4조 183억원)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으나 성장세는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세계 미술시장 규모는 678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2014년의 682억달러에는 다소 못미친 수치를 기록한 바 있다.

11개 국가 2828명의 고액자산가(high-net-worth) 컬렉터가 참여한 조사에 따르면 시장의 위축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미술품 평균 구매지출금액은 6만5000달러(8508만원)로 작년과 동일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보다는 19% 늘어난 금액이다. 이는 시장 위축이 큰손보다는 신규 참여자와 소액 구매자 중심으로 일어났음을 보여준다.

세대별 미술품 구입 비중 [Art Basel]

장르별로는 회화의 구매비중이 58%로 절대적이었으며 NFT(대체불가토큰)를 비롯한 디지털 예술의 구매 비중은 3%에 그쳤다. 디지털 예술의 광풍이 꺼지면서 X세대는 다시 밀레니얼을 누르고 시장의 가장 큰 손으로 떠올랐다. 회화 구입에 쓴 평균 지출은 X세대가 14만5000달러(1억 8980만원)로 밀레니얼의 10만8000달러(1억 4137만원)를 크게 웃돌았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13만2000달러(1억 7274만원)을 지출했다.

여성 작가 강세는 이어지고 있다. 연간 1000만 달러 이상을 지출하는 큰손들은 여성 예술가를 구매하는 지출 비중이 2021년 46%에서 2023년 55%로 크게 증가했다.

큰 손들의 예술품 구매가 더 신중해졌다는 증거도 역력했다. 초고액자산가들의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예술품 할당 비율은 19%로 떨어졌다. 2022년 24%의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하락한 것이다.

또한 초고액자산가들도 43%가 신용을 사용해 구매를 한다고 답했고, 3분의 1은 수집품의 50% 이상을 신용을 이용해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금리의 영향이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음을 알려준다.

다만 향후 전망에 관해서는 수집가의 절반 이상인 54%가 향후 1년간 미술품을 구입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중국 본토에서는 68%가 작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집가의 26%는 향후 1년간 판매 계획이 있다고 응답해 작년 39%에서 하락했다. 시장 방향을 보수적으로 보는 증거다.

노아 호로위츠 아트바젤 CEO는 “전쟁 등의 영향으로 상반기 경매시장이 두 자리수 하락을 보였지만 미술품 거래는 여전히 활발하고 컬렉터들의 77%는 여전히 시장에 남아있으며 하반기에 대한 성과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다. 내년에는 회복력을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