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태국인 차별 논란' 전자여행허가제, 해외 관광객유치 방해물 되어선 안 돼
최근 한국을 찾은 태국인 관광객들이 한국 출입국·외국인청에서 겪은 경험을 공유하면서 ‘한국여행 금지’ 해시태그가 태국 트위터 1순위를 기록한 가운데, 태국인에 대한 차별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현지 언론보도가 나왔다. 한 트위터 게시자는 한국여행을 4번이나 다녀왔고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최근 출입국·외국인청에서 마치 범죄자 같은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급기야 태국 총리가 해결책 강구에 나서면서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하고 있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이 문제가 악화되면 태국정부도 한국교민 체류실태조사나 행정제재 등의 보복조치를 시행하지 말라는 법이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이 제도가 동남아시아 국가 관광객의 입국을 막고 있다는 주장들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전자여행허가제의 승인을 받지 못한 동남아시아 국가 관광객들은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일본으로 행선지를 바꾸게 됐다. 동아시아에서 전자여행허가제도를 시행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고, 동남아 현지에서는 이 제도를 ‘제2의 비자’로 인식하고 있다.
이 제도 시행으로 태국인 불법체류자는 얼마나 줄었을까? 따지고 보면 모든 일의 발단은 ‘피너이(작은 유령)’라고 불리는 태국 불법노동자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합법적인 태국 관광객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2023년 태국인 불법 체류율은 78%(전체 20만1412명 중 15만7101명)로 같은 동남아 국가인 베트남(29%), 필리핀(22.1%)보다 훨씬 높다.
전자여행허가제도는 2021년 8월부터 시행됐는데 출입국·외국인청 자료를 통한 태국인 불법체류자들의 증감 추이를 살펴보면 △2021년 14만5191명 △2022년 13만9679명 △올해 9월까지 15만7101명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전년 대비 불법체류자의 수가 5512명 감소했고, 올해는 전년 대비 1만7422명 증가했다. 이 제도 시행 전인 2020년(15만4624명)과 2021년을 비교했을 때 9433명이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시행 전이 시행 후보다도 불법체류자수가 더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2022년 대비 2023년은 불법체류자의 수가 오히려 더 증가해 제도 시행의 효과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전자여행허가제는 불법체류자 억제책이라는 명분을 갖고 있지만 개선이 불가피하다. 위 통계수치에서 증명된 것과 같이 실효성이 의심스럽고, 사전 심사제도를 통과하고도 입국이 불허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피심사자들에게 이중적인 부담을 안겨 불만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4월 미국, 영국, 일본 등 22개국 관광객에 대해 내년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전자여행허가제 발급을 면제했다. 정부가 ‘2023-2024 한국방문의 해’를 선포하고 2027년까지 ‘방한 관광객 3000만 명’을 목표로 내세우면서 동남아는 중요한 고객군이 됐다. 실효성도 의심스러운 전자여행허가제가 해외 관광객유치에 방해가 돼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전자여행허가제 사전심사제도는 한시적으로 면제하거나 철폐하고 입국심사제를 유연하지만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차제에 입국심사제의 획기적인 개선과 함께 업무과중인 관계직원에 대한 처우개선 및 부족한 전문인력을 보강해 효율적인 심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불법체류자를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국가적 차원의 정책개발이 필요하다.
김홍구 전 부산외국어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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