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스크린, 문화적 경계를 넘나드는 창조의 장이 되다[박광규의 알쓸패잡]
영화의 셀룰로이드 필름이 디지털 화면으로, 패션의 실과 바늘이 3D 프린팅으로 변모하는 시대에 최근 ‘금천패션영화제’를 통해 패션과 영화가 결합하는 새로운 창조의 장이 열렸다.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패션영화제는 봉제공장 등 패션 제조산업의 메카인 ‘금천’이라는 지역적 특성과 ‘패션’이라는 산업적 특성을 ‘영화’라는 문화예술의 틀 안에서 잘 버무려 새로운 문화 트렌드를 만들어 가고 있다.
단순한 영화제의 개념을 넘어서 새로운 문화경제의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한다. 단순히 영화 속에서 빛나는 의상들의 향연이 아니라 패션과 영화가 서로의 언어를 빌려 새로운 문화적 서사를 창조해 내는 ‘융합의 최전선’에 서 있다. 패션과 영화가 어떻게 서로를 강화하고,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라 생각된다. 패션이 단지 영화의 배경이 아니라 영화의 중심적 서사도구로 활용되고, 영화는 패션을 통해 그 이야기의 깊이를 더하고, 패션은 영화를 통해 동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행사 진행의 공간이 된 마리오아울렛 까르뜨니트 공장은 한때 패션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던 구로공단 내 의류제조의 대표 스웨터 공장이었다. 50년 가까이 된 이 공장은 영화제 기간 중 시민들에게 개방돼 ‘패션공장 시네마’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의 새옷을 입었다. 영화상영은 물론 청년 패션창업 브랜드들 팝업 전시, 패션쇼, 사진전 등 다채로운 문화체험을 제공했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관객에게 시각적 즐거움과 함께 문화적 통찰과 예술적 영감을 제공한다.
필자가 센터장으로 재직 중인 금천솔루션앵커도 변화의 전면에 서 있다. 대기업과 지역 내 소공인을 연결해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 과정에서 청년 패션 창업자들의 성장과도 맞닿아 융합의 또 다른 측면을 보여준다. ‘문화재를 입다’라는 콘셉트로 기획부터 런칭, 성장하기까지 함께한 ‘아란스토리’ 같은 브랜드는 ‘2023 한류타운 in 벨기에’에 전시·판매돼 유럽시장에서 수출 오더를 받기도 했다. 한류와 결합한 K패션 제품이 유럽 소비자들의 눈도장을 받은 것이다. 이는 패션의 영역을 넘어 한국문화의 독특한 매력을 전 세계에 알린 것이기도 하다.
과거 구로공단으로 대표되던 금천구는 이제 패션과 영화 그리고 청년 창업의 열정이 만나 새로운 문화적 가치와 경제적 기회를 창출하는 곳으로 재도약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금천패션영화제’ 같은 창의적인 시도가 있다. 단순히 패션과 영화의 결합이 아니라 지역 산업과 문화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긴다. 지역의 특색을 살리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결합해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일이야말로 지속가능한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길이라는 것이다.
이곳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들이 앞으로 더 많은 산업들과 만나 시너지를 내기를 기대해 본다. 문화산업의 발전은 단순한 경제적 이득을 넘어서 사회적·문화적 가치의 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정부, 기업, 창업가 그리고 소비자 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다른 지역들에도 영감을 줘서 지역 산업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기를 바란다.
■박광규는 누구?
이랜드그룹과 F&F에서 근무한 데 이어 EXR 중국의 임원을 거쳐 NEXO 대표이사를 지냈다. 현재는 서울패션스마트센터 센터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이와 함께 패션산업에 30년 종사한 경험을 바탕으로 소상공인 지원, 청년 인큐베이팅, 패션 융복합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미국 Gerson Lehrman Group의 패션 부문 컨설턴트이기도 하다.
패션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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