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4개사 ‘무더기 상장’ 이유 봤더니... 거래소 행사 때문
11월 IPO 성수기·대어 기피 영향 속
거래소, 10일 ‘상장식 불가능’ 통보
“상장일 선택할 수 없었다”
오는 9일 4개 기업이 신규 상장된다. 또 13일에도 스팩을 포함해 3개사가 상장한다. 2개 기업의 신규 상장이 겹치는 경우는 그동안에도 있었지만, 이토록 많은 기업이 한날 상장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보통 11월은 공모주 상장이 많은 시기인데, 하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히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이달 중 상장을 예고하면서 중소형 IPO 기업들의 상장이 몰렸다. 여기에 한국거래소가 행사를 이유로 10일의 신규 상장일 지정을 막은 것으로 파악됐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9일 메가터치, 큐로셀, 컨텍, 비아이매트릭스 등 4개 기업이 한국거래소로부터 코스닥시장 신규 상장을 승인받고 매매거래를 개시한다. 앞서 10일로 상장일을 정했던 메가터치가 9일로 일정을 당기면서 4개 기업이 한날 상장하게 됐다.
4개 기업의 한날 동시 상장은 지난 2020년 11월 이후 현재까지 약 3년여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IPO 시장에 20조원이 몰렸던 2021년에도 4개 기업 상장은 없었다. 지난 8월 4개 기업 상장이 있었으나 2곳이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이었다.
공모주 투자를 주로 하는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IPO 시장에서 두 곳 정도 상장일이 겹치는 경우는 있지만, 스팩이 아닌 일반 기업 4곳의 같은 날 상장은 정말 이례적”이라면서 “같은 날 상장하면 수급상 아쉬움을 겪을 수 있어 기업은 상장일 중복을 피하고자 하는데, 왜 4개사가 같은 날로 정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이례적 중복의 원인이 됐다고 보고 있다. 반기 실적을 들고 증시에 도전하는 회사들이 많아 11월은 1년 중 IPO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데, 중소형사 입장에서는 올해 3번째 코스피 상장을 예고한 대어 에코프로머티리얼즈마저 피해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 메가터치, 큐로셀, 컨텍, 비아이매트릭스 등은 지난 10월 31일에서 11월 1일 일반 투자자 청약을 마쳤다. 청약 접수 마감에서 환불일까지는 보통 이틀이 걸리는데, 일정상 하루라도 에코프로머티리얼즈와 겹치면 에코프로머티리얼즈 투자를 위해 다른 기업으로의 청약에 나서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여기에 한국거래소의 내부 행사마저 겹쳤다.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들은 보통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 이후 일반 청약을 진행하는 단계에서 상장 주관사와 상장일을 정해 한국거래소에 확정을 요청한다. 대부분 기업의 안대로 정해지지만, 이번엔 달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거래소는 오는 10일 ‘글로벌 ETP 컨퍼런스 서울’을 개최한다는 이유로 상장 추진 기업들에 해당일 상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컨퍼런스는 1층 컨퍼런스홀에서 열지만, 2층 홍보관에서 영상공유 등 내부 행사를 예정한 탓에 상장기념식을 할 수 없다고 했다.
기업 입장에선 상장 일정을 더 미룰 수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일반 청약 후 2거래일 동안 환불을 진행하고, 이후 한국거래소의 분산 요건 확인에 약 5거래일이 소요돼 통상 일주일 내외에서 상장일을 정하고 하루 정도 조정할 수 있지만, 이후로 미룰 경우 주말을 지나 13일까지 투자자 자금이 묶일 수 있어서다. 아울러 13일 역시 3개 기업의 상장이 이미 예정된 채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상장일 중복은 매수 수급이 분산돼 투자자에게도 불리하다”면서 “지난 10월 6일 레뷰코퍼레이션이 두산로보틱스를 피해 상장일을 하루 연기한 것도 같은 이유인데, 이번엔 선택의 여지조차 거래소가 차단해 버렸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일부 회사가 동일자 상장을 피하기 위해 10일 상장을 타진해 왔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거래소는 홍보관 행사는 어렵고 대회의실과 같은 다른 장소 행사는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협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장 지연 부담에 (회사가) 9일을 희망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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