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에 '희귀 빈혈' 고치는데 가격 30억?…세계 최초 이 신약 뭐길래

이창섭 기자 2023. 11. 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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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 내달 8일 '엑사셀' 시판허가 전망
겸상적혈구 빈혈 신약…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 적용
단점은 비싼 가격… 26억원 이상으로 책정될 듯

세계 최초의 유전자 편집 치료제가 한 달 뒤에 탄생한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사용해 희귀 유전성 빈혈을 치료하는 '엑사셀'(Exacel)이 주인공이다. 신약 개발 역사의 새로운 전기가 곧 마련되는 가운데 전 세계 최고 약가도 경신될지 업계 관심이 쏠린다. 엑사셀의 1회 치료 비용이 20억원대에서 이보다 높은 수십억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FDA(미국 식품의약국)는 내달 8일까지 엑사셀의 시판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엑사셀이 FDA 허가를 받으면 세계 최초의 유전자 편집 치료제가 된다.

엑사셀은 스위스 소재 바이오기업 크리스퍼 테라퓨틱스(CRISPR Therapeutics)와 미국 제약사 버텍스(Vertex)가 공동으로 개발했다. 낫 모양(겸상)으로 비정상적인 헤모글로빈이 생성되는 희귀 적혈구 빈혈의 치료제다. 헤모글로빈이 낫 모양으로 변하면 모세혈관을 막으면서 큰 통증을 유발한다. 혈관이 막히면서 뇌출혈 등이 발생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엑사셀에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이 적용됐다. 유전자가위는 인간의 DNA를 자르고 붙여 유전체를 교정하는 기술이다. 질병을 유발하는 DNA를 잘라내 새것으로 교체하면 지금까지 치료가 어려웠던 암·희귀 질환을 공략할 수 있다.

FDA는 엑사셀의 시판 허가를 앞두고 지난달 31일 자문위원회 회의를 개최했다. 자문위원회는 엑사셀의 '안전성'을 우려했다. 치료제의 유전자 편집 기술이 자칫 질병과 관련 없는 부분을 건드려 부작용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문위원회 위원들은 엑사셀의 이익 대비 위험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부작용 위험보다 약이 없어 고통받는 환자를 치료하는 이익이 더 크다고 본 것이다. 대신 시판 허가 이후 15년간 엑사셀 투약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임상시험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FDA는 자문위원회의 권고를 대체로 따르는 편이다. 업계는 전 세계 최초의 유전자 편집 기술의 탄생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엑사셀의 단점은 가격이다. 일반적으로 세포나 유전자에 기반한 치료제는 비싸다. 환자의 유전자를 추출해 몸 밖에서 특수한 절차를 거치는 과정 때문이다. 대신에 평생 처방받는 일반적인 치료제와는 달리 일회성 투약만으로 병을 완치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미국의 의약품 감시 기관인 임상경제검토연구소(ICER)는 비용 대비 효과를 고려할 때 엑사셀의 1회 투약 비용은 약 200만달러(약 26억원)가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또 겸상적혈구 빈혈의 사회적 배경을 감안하면 엑사셀 약가는 최대 232만달러(약 30억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

겸상적혈구 빈혈은 아프리카계 인종에서 더 자주 발생하는 유전자 질환이다. 미국의 흑인 400명 중 1명에게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존재했던 인종차별 영향으로 흑인이 자주 걸리는 희귀질환의 치료제 개발이 쉽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엑사셀 가격이 더 높게 책정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ICER은 의약품 가격을 감시하며 미국의 약가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비영리 단체다. 미국에서 유통되는 의약품 가격이 적절한지 판단한다. ICER의 판단이 실제로 약가에 반영되진 않지만 제약사가 가격을 결정할 때 참고할 수 있다.

반면 엑사셀을 개발한 버텍스는 미국 기준으로 겸상적혈구 빈혈 환자의 평생 치료 비용이 400만달러에서 최대 600만달러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약 52억원에서 최대 78억원이다. 실제로 엑사셀 비용이 78억원으로 책정되진 않겠지만 제약사 측에서 생각하는 약값의 범위가 어떤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현존하는 가장 고가의 약은 B형 혈우병 치료제 '헴제닉스'다. 투약 비용이 350만달러(약 45억5000만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유전자 편집 치료가 대중에게 사용되기 위해서는 안전성뿐만 아니라 비용도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가격은 더 저렴해질 것이고 단 1회 투약만으로 영구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장점이 크게 다가올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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