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승 최고 투수가 PS에서 단 1경기…던질 수 없었던 페디, 눈물의 퇴장→작별의 시간만 남았나
[OSEN=수원, 조형래 기자] 던지고 싶어도 던질 수 없었다. 어쩌면 이렇게 마지막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한국 무대를 떠날 수도 있다. NC 다이노스의 20승 200탈삼진의 특급 투수 에릭 페디는 쓸쓸히 야구장을 떠났다.
NC는 5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2-3으로 패했다. 이로써 시리즈 2승을 거두고 내리 3패를 당하는 리버스 스윕의 희생양이 되면서 가을야구 무대에서 퇴장했다.
NC는 이날 올해 포스트시즌 에이스 역할을 했던 신민혁이 마운드 위에 올랐다. 4회까지 퍼펙트 피칭을 펼치면서 기대감을 모았고 타선도 상대 실책에 편승해서 2점을 뽑아내며 분위기를 띄웠다. 하지만 5회 1사 후 신민혁이 내리 3안타를 얻어 맞고 2실점 하며 2-2 동점을 허용했다. 6회에는 필승조 김영규 류진욱을 투입해 틀어막아보려고 했지만 무사 만루에서 병살타로 1실점 했다. 최소 실점을 틀어막았지만 지친 타선으로는 더 이상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1점을 극복하지 못한 채 무릎을 꿇었다.
NC는 올해 가을야구에서 악전고투했다. 그럼에도 타선에서 매일 미친 선수가 등장하면서 포스트시즌 6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시즌 내내 골머리를 앓게 했던 선발진은 포스트시즌에서도 발목을 잡았다. 신민혁이 깜짝 스타로 등장했지만 그나마 선발진을 지탱하고 이끌었던 정규시즌 20승 투수이자 200탈삼진의 주인공 특급 에이스 에릭 페디가 마운드에 오를 수 없었다.
페디는 정규시즌 최종전인 지난달 16일 광주 KIA전에서 고종욱의 강습 타구에 오른팔 전완부를 맞고 주저 앉았다. 다행히 타박상이었지만 이후 부상 회복에 주력했다. 하지만 시즌 내내 누적된 피로가 가시지 않았다.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등판 일정이 계속 미뤄졌다. 우측 팔꿈치 충돌 증후군 증세가 있었고 시즌 내내 누적된 어깨 피로가 쉽게 풀리지 않았다.
그래도 팀이 가을야구 기적의 질주를 하면서 SSG와의 준플레이오프를 3전 전승으로 끝내며 페디에게 휴식 시간을 벌어줬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복귀한 페디는 충분한 휴식의 효과를 보면서 최고 155km의 투심을 뿌렸다. 6이닝 동안 12탈삼진의 괴력을 뽐냈다. 에이스의 귀환은 KT를 떨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페디는 더 이상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1차전 등판 이후 5차전 등판이 예상됐지만 페디는 5차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깨가 무겁다는 느낌이 가시지 않았다. 선발은 신민혁에게 맡겼고 불펜 등판을 준비했다.
실제로 5차전 5회 위기 상황에서 페디는 불펜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끝내 공을 던지지 못했다. 경기 후 강인권 감독은 “페디가 몸을 움직여 봤는데 어깨고 무겁다고 표현해서 투입이 어려웠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계속된 NC의 포스트시즌 9경기 동안 페디는 단 1경기만 등판했다. 결과론이지만 페디의 등판 비중이 더 높았더라면 NC는 어쩌면 한국시리즈라는 최고의 무대까지 오를 수도 있었다.
정규시즌 내내 NC를 지탱했던 페디는 결국 이렇게 퇴장하게 됐다. 경기가 끝난 뒤 침통한 표정을 지었던 페디는 덕아웃에서 짐을 챙겨 버스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눈물을 흘리며 떠났다. 페디 역시도 더 많은 경기를 책임지지 못하고 도움이 되지 못했던 상황을 자책했다.
시실 페디가 없었으면 NC는 가을야구 문턱을 밟는 것도 힘들었을 수 있다.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던 선수가 KBO리그에 합류해 특급 에이스로 등극했다. 선발진과 선수단을 이끄는 리더의 역할까지 했다. 선수단을 독려했고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다가오라고 문을 열어뒀다. 실제로 포스트시즌 선발진 에이스 역할을 했던 신민혁은 페디를 따라하는 투구 전 와인드업 동작과 페디에게 배운 커터 그립으로 호투 행진을 이어갔다.
올해 20승(6패) 209탈삼진 평균자책점 2.00 186⅓이닝의 성적으로 최동원상까지 수상했다. 하지만 페디가 한국무대에서 활약하는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을 수 있다. 이미 페디의 퍼포먼스를 메이저리그는 주목하고 있고 실제로 눈독 들이고 있다. 메릴 켈리(애리조나)에 이어 또 한 번의 역수출 신화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MLB.com은 올해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이끈 메릴 켈리(2015~2018년 SK)를 예로 들면서 “KBO리그에서 성장한 켈리는 애리조나의 내셔널리그 우승 주역이 됐다. 페디도 빅리그로 돌아와 선발진에 입성할 것으로 에측이 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NC로서는 페디 잔류를 위해 전력을 다한다고 하지만 메이저리그의 러브콜을 뿌리치는 것은 힘들다. KBO리그는 외국인 선수 연봉 총액 상한제(400만 달러)가 부담이다. 페디가 재계약을 한다고 하면 총액은 410만 달러로 늘어난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페디를 붙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수원 KT위즈파크에서 눈물을 흘리는 페디의 모습이 우리가 보는 마지막 모습일 수 있다. 과연 페디는 이렇게 눈물로 작별 인사를 대신하고 한국을 떠나게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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