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고 뻔한 데도 '어쩌다 사장3'와 '콩콩팥팥'은 어떻게 성공한 걸까

김교석 칼럼니스트 2023. 11. 6.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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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예능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어쩌다 사장3’와 ‘콩콩팥팥’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목요일과 금요일 나란히 편성된 tvN 예능 <어쩌다 사장3>와 <콩콩팥팥>이 호성적을 기록 중이다. 이 두 프로그램은 그동안 많이 봐온 전형적인 관찰예능의 틀 안에 있다. 나오는 사람도, 설정도 에피소드도 크게 색다르지 않다. 그런데 두 프로그램 모두 모처럼 반응이 터졌다. 미국으로 건너가는 스케일업을 했지만 <어쩌다 사장3>은 초보 사장의 좌충우돌 장사와 동네 커뮤니티의 정과 감동을 그대로 이어가고, <삼시세끼>의 경작 노동과 <1박2일>식 가족적 분위기가 가미된 <콩콩팥팥>의 에피소드들은 정말 많은 레퍼런스가 있다.

그런데 이런 익숙함이 뻔함이 아닌 반가움으로 다가온다. <어쩌다 사장>은 화천의 구멍가게나 나주의 마트에서나 미국 한인 슈퍼에서나 적응하고 어우러지는 과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심지어 대게라면은 미국에서도 이어진다. 유명인들이 수수한 게스트로 참여하고, 성심성의를 다한다. 하지만 무심한 듯 끼어 앉아 동네 할머니들에게 능글맞은 농담을 건네며 친근하게 다가온 조인성은 주방에서 메뉴를 척척 쳐내고 밀려드는 김밥 말기를 진두지휘하는 능력을 발휘한다. 차태현은 낯선 환경에서 당황함을 애써 감추지 않지만 긍정적인 태도로 정상화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첫 번째 게스트로 참여해 '그랜드오프닝'을 열어준 한효주의 활약이 묘수다. 아름다운 외모만큼 센스, 미국에서 장사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는 언어능력, 친화력 등을 발휘하며 예능에서 말하는 재미 이상의 자극과 볼거리를 제공한다. <어쩌다 사장3>과 <콩콩팥팥> 모두 게스트로 출연한 바 있는 임주환의 일센스나 역시나 이전 시즌에서도 듬직한 활약을 한 윤경호 등 출연자 모두 빠른 시간 안에 자신의 일을 찾아 능력을 발휘한다.

좋은 사람의 발견, 감동과 힐링, 소소한 일상의 보람 등등을 내세웠지만 관심을 받지 못한 수많은 팝업스토어 예능과 <어쩌다 사장> 시리즈의 차이는 바로 여기에 있다. 큰일(경제적 가치 환산으로만 따지자면)하는 사람들이 소소하고 반복되는 일상에 노출되면서 만나는 보람과 우정, 감동과 웃음이 담긴 동화 같은 이야기가 신선하다고 할 수는 없다. 허나 한효주나 조인성처럼 시청자들에게 자극을 주는 기대치 못한 능력을 꺼내놓는다. 그 위에 누구나 기대했던 메시지들, 그러니까 동화 속의 감동, 따스한 동네의 정, 최선의 진정성을 담아낸다.

제작진도 열흘이란 긴 촬영시간을 확보하고 방송 촬영 중 마트 이용객을 동네 주민들로 한정하는 등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보다 실제 마을 커뮤니티에 가까운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을 한다. 스타들의 또다른 매력에서 이른바 배울 점과 동화 같은 따스한 정서가 병렬되며 현실의 결핍을 채우려는 시청자들과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제시한 셈이다.

이처럼 <어쩌다 사장3>가 물량과 정성과 섬세한 감성에 헌신적인 출연자들의 매력을 더해 메시지를 도출하는 관찰예능의 모범답안을 보여줬다면, 금요일 밤의 <콩콩팥팥>은 방송 예능이 앞으로 가야 할 길에 대한 실험이다. 나영석 사단이 제작한 <콩콩팥팥>은 기존의 <삼시세끼>시리즈 등을 통해 다져온 기존의 관성과 기준을 넘어선다.

오늘날 모든 미디어가 디지털 생태계 안으로 들어가면서 방송 예능도 한없이 가벼워지는 웹예능과 중장년층을 내세운 방송가의 관성과 'OTT의 거대한 물량'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이때 <콩콩팥팥>은 과감히 관성과 스타트를 동시에 끊었다. 비교하자면 100여명의 스텝이 촬영 현장에 있는 <1박2일>과 달리 작가를 포함해 단 8명이 촬영을 진행한다. 강원도 시골도 로맨틱하게 만들며 공들였던 프로덕션 디자인 과정은 생략하고 컨테이너 농막으로 갈음했다. 다양한 거치캠과 개인 밀착 카메라를 통해 쌓은 방대한 소스를 갖고 편집을 통해 스토리텔링을 하는 예능 작법을 발전시킨 이들이, 카메라 개수를 대폭 줄여 여행 유튜브나 브이로그처럼 인물을 따라다니며 찍는다.

우리 예능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장면인 MBC <무한도전>은 방송 제작의 디지털화를 토대로 예능의 개념을 확장하고 작법을 새롭게 창조하는 변혁을 이뤄냈다. 그렇게 리얼리티를 예능의 소재로 가져온 이후 일상을 지나 감정들로 스토리텔링할 정도로 예능의 작법은 고도화됐다. 그런던 지금, 이들은 효율 극대화라는 새로운 주제를 꺼내들었다.

<콩콩팥팥>의 성공을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관찰예능이 대세로 굳어갈수록 점점 맥시멀하게 흘러갔던 관찰예능의 문법을 해체한 첫 사례기 때문이다. 형편이나 능력이 안 되는 어쩔 수 없는 열화가 아니라 웹콘텐츠 시대에 발맞춘 의지와 개념이 바탕이 된 도전이다. 적은 카메라로 큰 무대와 동선, 다수의 출연자의 활동을 담으려다보니 다르덴 형제나 왕가위의 촬영감독인 크리스토퍼 도일을 잇는 핸드핼드와 과감한 패닝이 일품(?)이다.

그런데 미장센에 원래 큰 관심이 없었던 것인가. 방송 제작진의 어색함과 달리 유튜브 앵글에 익숙해진 탓인지 시청자 입장에서 즐기는 데 별다른 불편의 반응이 없다. 오히려 투자를 최소화하는 웹예능의 방식은 관찰예능이 추구하던 일상성이나 진정성, 친밀감 향상에 도움이 된다. 그래서 그냥 보면 사람만 바뀐 엇비슷한 예능 같지만 웹콘텐츠의 작법을 본격적으로 방송 예능 제작에 접목한 시도가 돋보이면서 <무한도전> 전성기의 박명수 이후 최고의 예능 공격수인 이광수가 유재석, 조인성 등 형들 곁을 떠나 타이틀롤을 맡은 첫 번째 예능이란 새로움또한 깃들어 있다. 겉모습은 익숙한 듯하나 모든 것이 도전이다.

연예인들이 본업과 일상을 벗어나 친근하게 다가온다는 점에서 두 프로그램은 장르적으로 닮은 구석이 많다. 본업을 벗어난 배우들이 일상을 벗어난 나름 설정된 생활전선에 나와 최선을 다한다. 친구들끼리 일상을 벗어난 곳에서 밥을 해먹고 즐거운 추억을 남긴다. 차승원처럼 의외의 음식 솜씨를 뚝딱뚝딱 보여주는 조인성과 도경수의 새로운 매력 발견, 동네 사람들과 자연스러운 교류, 다소 귀엽게 다가가는 초심자의 순수함과 진지함까지 많이 본 내용이다. 그런 가운데 '어쩌다 사장3'는 기존 관찰예능이 성공할 수 있는 모범안을 내놓았고, '콩콩팥팥'은 대대적인 실험을 내세워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tvN 예능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은 물론, 모처럼 예능 편성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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