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 칼럼]아프리카 자원과 철도의 지정학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2023. 11. 6.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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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아프리카대륙 중남부에 있는 앙골라, 잠비아, 콩고민주공화국(DRC나 '콩고'로 불린다) 세 나라는 고난의 역사를 가졌지만 천연자원의 보고다. 특히 면적이 한반도의 열 배가 넘고 과거 자이르로 불리던 콩고는 구리와 코발트 매장량이 각각 세계의 15%와 60%다. 이 국가들이 생산해서 서방에 수출하는 광물은 이동전화기, 반도체, 원자로 등의 제조에 사용되고 관련 산업은 항공, 자동차, 화학, 전자 등 넓은 범위에 걸친다. 특히 미래 모빌리티산업이 큰 수요처다.

세 나라는 '중앙아프리카의 구리 벨트'로 불리기도 한다. 인류 문명은 구리에서 시작되었다. 비소나 주석을 조금 섞으면 청동이 된다. 채굴량의 75%가 전기·전자제품과 전기자동차의 심장인 전기모터에 쓰인다. 배터리 원료인 코발트는 구리와 니켈광산에서 부산물로 생기는데 상업적으로 쓸 만한 코발트의 50% 이상이 콩고에서 나온다. 코발트 왕국인 중국의 중개상들이 다 쓸어간다.

중국은 콩고를 필두로 이 지역에 일찌감치 수조 달러 규모의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해서 기득권을 확보했다. 2020년에는 미국 기업의 구리광산이 중국 기업에 매각된 일도 있다. 미국은 이제 부랴부랴 중국을 따라잡으려 애쓴다. 특히 잠비아다. 빌 게이츠가 지원하는 초대형 구리광산 프로젝트가 잠비아에서 진행되고 있다. 고품질이어서 성공하면 1억 대의 전기자동차 생산을 지원할 수 있다.

문제는 아프리카대륙 중앙부에서 채굴한 원자재를 해안까지 운송해 글로벌 공급망과 연결하는 방법이다. 동쪽 탄자니아의 항구를 거쳐 인도양으로 나가는 옵션이 있고 서쪽 앙골라의 로비투항을 거쳐 대서양으로 나가는 옵션이 있다. 물론 철도다. 미국과 유럽은 로비투 노선이 필요하다.

콩고의 콜웨지에서 로비투로 이어지는 철도는 이미 120년 전에 영국과 포르투갈이 건설했다. 벵겔라(Benguela)라고 불리는 1866㎞의 철도다. 이 철도는 1940년대에 미국이 애용했다. 맨해튼 프로젝트에 소요된 우라늄을 이 철도가 모두 실어 날랐기 때문이다. 이 철도는 전성기였던 1970년대 전반에 연 330만 톤, 3000만 달러 수입을 기록했고 1만4000명을 고용했다. 그러다가 1975년 앙골라 독립과 함께 시작된 내전으로 심하게 파괴되었다. 이후 거의 반세기 동안 제대로 사용되지 못했다.

앙골라는 국가재건에 필요한 모빌리티 인프라의 정비와 자금조달을 위해 2010년에 중국 국영철도회사와 철도복원 계약을 체결했다. 앙골라는 중국으로부터 막대한 차관을 얻었고 상환 자금은 석유로 조달했다. 앙골라는 아프리카의 주요 산유국이다. 중국은 세계은행이 사실상 손을 놓은 아프리카대륙에서 가장 큰 존재감을 보인다. 최근까지 모두 기술과 자금을 가진 큰 손 중국만 쳐다보았다. 중국은 총 1600억 달러 규모의 차관을 아프리카에 제공했다.

2022년에 미국과 G7이 6000억 달러 지원안을 들고 나왔다. 10억 달러 견적이 나온 벵겔라철도 재건은 그 중심 프로젝트가 되었다. 새 프로젝트는 '로비투 애틀랜틱 레일웨이'로 명명되었다. 2023년 7월 로비투에 앙골라, 잠비아, 콩고 세 나라 대통령이 모여서 합작 프로젝트 출범식을 가졌다.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콜웨지에서 남아공의 케이프타운까지도 연결된다. 미완성인 아프리카 종단철도다. 이 지역 국가들은 향후 단순한 자원 수출에 그치지 않고 관련 산업을 직접 육성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어서 그에 필요한 외부 투자도 기대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세계 지도상 다른 대륙과 잘 비교되지 않아서 우리가 그 크기를 잘 실감하지 못하는데 미국, 중국, 유럽, 인도, 아르헨티나를 다 합한 면적보다 넓다. 54개국에 약 12억 인구가 산다. 농업생산물과 천연광물이 풍부해서 일찌감치 서구 강국들의 식민지배 대상이 되었다. 노예상인들도 창궐했다. 서구는 자기들끼리 교통정리를 하느라 지도를 놓고 직선을 사용해 마구 국경을 그었다. 수백, 수천의 민족과 공동체가 나라를 달리했고 서로 적대, 반목했다. 아프리카의 모빌리티가 지정학적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방향으로 발전하면 좋겠다.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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