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e스포츠·동계올림픽… 국제대회 싹 쓸어가는 사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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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2030 세계 박람회 유치를 놓고 경쟁을 펼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월드컵 등 국제 행사를 잇달아 유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우디가 반체제인사·언론·여성인권 탄압 등 자국 내 정치 상황에 대한 비판을 국제대회 유치로 희석하려는 '스포츠 워싱(Sports Washing·스포츠 열기로 부정적인 평판을 없애려는 시도)'을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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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2030 세계 박람회 유치를 놓고 경쟁을 펼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월드컵 등 국제 행사를 잇달아 유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우디가 반체제인사·언론·여성인권 탄압 등 자국 내 정치 상황에 대한 비판을 국제대회 유치로 희석하려는 ‘스포츠 워싱(Sports Washing·스포츠 열기로 부정적인 평판을 없애려는 시도)’을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재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현재 사우디가 유치한 국제 행사는 ▲2027 AFC 아시안컵 ▲2029 동계아시안게임 ▲2034 하계아시안게임 ▲2034 월드컵 ▲e스포츠 월드컵 등 총 5개에 달한다. 사우디 정관계, 기업이 지원하는 스포츠 후원 계약만 300개가 넘는다.
지난해 사우디는 세계 최고 자동차 경주대회인 포퓰러1(F1)을 제다에서 열었다. 작년 6월에는 사우디 국부펀드의 지원으로 미국프로골프(PGA)의 대항마 격인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를 출범시켰고 그해 12월에는 유명 축구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자국 프로팀인 알 나스르로 영입했다. 지난해 발롱도르 수상자 카림 벤제마(프랑스)는 알 이티하드, 브라질 축구 스타 네이마르는 알힐랄 구단에 입단했다.
사우디는 2030 세계엑스포 유치까지 추진하고 있다. 엑스포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못지않게 영향력이 큰 국제 행사로 문화·경제·기술의 발전 과정과 미래상을 선보이는 종합 박람회다. 이달 28일 국제박람회기구(BIE) 사무국이 있는 프랑스 파리에서 엑스포 개최지가 결정된다. 사우디가 엑스포까지 유치하면 유명 국제대회를 독식하게 된다.
사우디는 2034 월드컵 유치가 확실해졌다. 그동안 호주와 경쟁을 펼쳐왔으나 호주축구협회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개최국 신청 마감일인 지난 1일 경쟁 참여를 철회했다. 사우디가 단독 후보가 되면서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 이어 아랍 걸프만 국가에서 또 월드컵을 치를 확률이 높아졌다.
사우디는 2027년에 AFC 아시안컵도 개최한다. 당초 사우디는 유치를 놓고 인도와 경쟁했지만, 지난해 인도가 유치 참여를 철회했다.
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겸 총리는 지난달 성명을 통해 내년 여름부터 수도 리야드에서 매년 ‘E스포츠 월드컵’을 연다고 발표했다. 대회의 상금 규모는 e스포츠 역사상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내용은 내년 초에 공개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가 게임 산업 육성을 위해 400억달러(약 54조원)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사우디는 2034년 하계 아시안게임과 2029년 동계아시안게임 개최지로 선정됐다. 사우디는 동계아시안게임을 ‘네옴시티’에서 치르겠다는 목표다. 네옴시티는 세계 최대 규모의 스마트시티로 개발 중이다.
사우디 네옴시티 내 트로제나(Trojena) 지역은 고도가 높아 다른 지역보다 기온이 평균 10도 이상 낮다. 사우디는 2026년까지 트로제나에 인공호수, 호화 호텔, 스키 리조트 등을 건설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왕가 네트워크와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국제대회를 독식하는 사우디에 대한 반감도 나온다. 특히 인권 문제에 민감한 유럽 국가의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는 최근 “사우디 정부에 의해 국제 행사 유치가 스포츠 워싱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재계 관계자는 “사우디의 과도한 국제 행사 유치는 부산이 왜 엑스포 개최지가 되어야 하는지 당위성을 설명하는 좋은 명분이 될 수 있다”며 “최태원 부산 엑스포 민간유치위원장(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막판 대역전극을 기대하는 것도 이러한 배경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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