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창립일 더 차분해졌다…'초심' 새기며 '위기 극복' 다짐
어려운 경영 환경 속 올해도 조용한 기업 창립일
"초심 되새기며 내실 다지는 시간으로 활용"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국내 주요 기업들이 요란한 대외 행사를 열기보단 과거부터 이어온 경영 철학을 재차 공유하며 내실을 다지는 방식으로 창립기념일을 보내고 있다. 기업들이 일제히 강조한 부분은 '초심'으로,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 근본적 가치와 도전 정신을 강조하며 위기 극복 의지를 다지는 모습이다.
6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은 올해 창립일에도 특별한 기념행사를 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대부분 기업이 창립일 행사를 축소했고, 현재 그 흐름이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 한 기업 관계자는 "과거에는 창립일에 기념행사를 열고 이벤트를 통해 선물도 제공했으나, 최근에는 조용히 넘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조용한 생일'을 보내는 건 눈앞에 놓인 어려운 경영 환경과 무관치 않다는 게 재계 분석이다. 기업들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혹독한 실적 한파를 겪고 있어 이를 만회할 해법을 찾아야 하는 동시에 지속가능성 확보 차원에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창립일을 맞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러한 엄중한 분위기는 기업별 창립기념사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 3일 창립 57주년을 맞은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100년 기업 효성을 향해 나아가자"며 임직원 노고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경제 위기 상황에 대한 강한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같은 날 창립 70주년을 맞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고(故) 손복남 고문의 1주기 추모식 이후 비공개 전략회의를 열고 성장 정체 국면을 극복하기 위해 절실함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위기 극복을 위해 기업들이 내놓은 핵심 키워드는 큰 차이 없이 거의 같다. 일제히 '초심'을 강조하고 나섰다. CJ그룹의 경우에는 '온리원'을 내세웠다. '초격차 역량을 갖춘 1등 기업이 되자'는 의미의 '온리원'은 이재현 회장이 그룹 설립 초창기부터 강조해 온 경영 철학으로, 창립일에 맞춰 이를 재건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셈이다. 이재현 회장은 "그룹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온리원' 정신을 되새기는 책임감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창립 54주년을 맞은 삼성전자도 미래를 위한 도전과 혁신 DNA를 강조하면서 임직원들을 향해 근본적 가치가 흔들리지는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창립기념사에서 "기술과 품질은 최우선으로 지켜야 하는 본원적 경쟁력"이라며 "시대가 변해도 기술 선도는 삼성전자 최고의 가치이며 품질은 양보할 수 없는 핵심 경쟁력"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부진 등 위기를 겪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창립일에 별도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지만, 최근 창업 정신을 되새기며 위기 극복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앞서 고 이건희 선대회장의 3주기(10월 25일)를 맞아 '신경영 정신'을 재조명했고, 오는 19일에는 이병철 창업회장의 36주기 추도식을 계기로 위기 속에서도 지켜야 할 가치로서의 '사업보국'(사업으로 나라에 공헌한다) 정신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지난달 창립 71주년을 맞은 한화그룹 역시 창립기념사를 통해 임직원들과 '창업 정신'을 공유하는 데 주력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속적인 사업 재편과 인수합병(M&A) 등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한화그룹이 지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창업 시대의 야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창업 시대와 같은 생존에 대한 열망, 과감한 실행과 열린 소통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00년 한화 그 이상의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매 순간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로 불굴의 창업 정신과 사명감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재계 관계자는 "창립일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이 요즘 재계 트렌드"라며 "올해는 사업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더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초심과 창업 정신, 선대의 경영 철학 등을 되새기며 내실을 다지는 시간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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