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살 손흥민 영입→31살 주장...포체티노도 감격 "SON이 주장이라 나도 기쁘다"
[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첼시 감독은 손흥민의 성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토트넘은 7일 오전 5시(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토트넘 훗스퍼 스타디움에서 첼시와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PL) 11라운드에서 맞붙는다. 현재 토트넘은 승점 26점으로 2위를 달리고 있다. 승리할 경우 단독 1위로 올라선다. 반면 첼시는 승점 12점에 그치면서 13위다. 승점 3점을 추가하면 10위가 된다.
토트넘 역사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포체티노 감독이 토트넘으로 돌아온다. 오랫동안 토트넘을 이끌었던 포체티노 감독이 토트넘으로 돌아오는 건 무려 4년 만이다. 포체티노 감독은 2014-15시즌부터 팀을 맡았다가 2019년 11월에 토트넘에서 경질을 당했다.
포체티노 감독이 부임하기 전까지만 해도 토트넘은 PL 전통의 빅클럽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버풀, 아스널 등을 위협할 수 있는 구단으로 평가됐다. 포체티노 감독은 젊은 재능이었던 손흥민, 해리 케인, 크리스티안 에릭센, 델레 알리 등을 과감하게 기용하면서 토트넘의 수준을 한 단계 성장시켰다.
중상위권으로 평가받던 토트넘이 PL 빅6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던 건 포체티노 감독의 지도력 덕분이었다.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구단 역사상 PL 준우승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준우승 등 토트넘의 역사를 만들어냈다.
토트넘을 떠난 뒤 파리 생제르맹(PSG)를 지도하면서 재기를 노렸지만 성공적이지는 못했다. PSG와도 이별한 뒤 야인 생활을 보내던 후에 첼시의 감독을 맡게 됐다. 첼시는 토트넘의 역사적인 라이벌 팀이라 경기장 안에서만큼은 토트넘의 적으로 분류되는 포체티노 감독이다.
경기장 밖에서는 아직도 포체티노 감독의 축구를 기억하는 토트넘 팬들이 많다. 포체티노 감독 역시 토트넘에서의 추억을 아름답게 간직하고 있었다. "정말 특별하다. 함께 놀라운 추억을 만들었던 곳으로 4년 만에 돌아간다. 거짓말을 할 수 없다. 클럽을 떠난 당시는 힘든 상황이었다. 이제 여전히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라며 토트넘을 다시 만나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흥미로운 순간이 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우리가 함께했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믿을 수 없는 여정을 함께한 클럽에 대한 내 감정과 견해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면서 직업은 첼시의 감독으로서 적이지만 사람으로서는 토트넘을 가슴에 품고 있다고 말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자신이 키워냈던 선수들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꺼냈다. 가장 중심이 된 선수는 손흥민이었다. 포체티노 감독은 2015-16시즌 여름 이적시장에서 바이엘 레버쿠젠에서 활약하던 손흥민의 활약을 높이 평가해 영입했다. 23살의 손흥민은 에이스를 상징하는 등번호 7번을 받으면서 많은 기대를 한 몸에 앉았다.
하지만 첫 시즌 부상, 적응 실패로 인해서 어려운 시간을 보냈고, 손흥민은 다시 독일 분데스리가로 돌아가길 원했다. 이때 손흥민의 중심을 잡아준 사람 역시 포체티노 감독이었다. 포체티노 감독의 신뢰를 받은 손흥민은 2016-17시즌부터 날갯짓을 펼쳤고, 이제는 전 세계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로 성장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우리 모두는 손흥민이 환상적인 선수인 걸 알고 있다. 그는 리그 최고의 선수 가운데 하나다"면서 엄지를 치켜세우면서도 "손흥민에게 좋은 날이 되지 않길 바란다. 내가 센터백으로 뛰지 않는다. 우리 센터백들이 손흥민을 막아야 한다"며 제자의 불운을 이번 경기에서만큼은 기원했다. 첼시 감독이기에 어쩔 수 없는 발언이었다.
더불어 "손흥민은 훌륭한 프로이자 선수다. 손흥민이 (토트넘) 주장이 되어 정말 기쁘다. 사람은 성장하고, 더 성숙해진다. 토트넘은 리그 1위에 올라있다. 이는 손흥민이 주장으로서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며 23살이었던 제자가 어느덧 팀의 주장이 된 모습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손흥민이 토트넘의 주장을 맡는다는 건 역사적인 결정이었다. 토트넘은 창단 이후로 132년 동안 영국 출신 선수만 주장으로 역임했다. 2014년 유네스 카불이 주장을 맡게 되면서 그 역사가 깨졌다. 뒤이어는 위고 요리스가 7년 동안 주장 역할을 수행했다. 141년 동안 유럽인 선수가 맡아왔던 토트넘의 주장은 2023-24시즌 손흥민을 통해 기록이 깨졌다.
비유럽인 최초 주장인 손흥민은 최고의 활약과 리더십을 보여주면서 토트넘을 완전히 다른 팀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손흥민이 시즌 초반에 이렇게 좋은 활약을 선보인 적은 토트넘 입성 후 처음이다. 10경기에서 8골 1도움을 폭발시켰다. 동료들이 손흥민이 만들어준 기회를 조금 더 살려줬더라면 더 좋은 기록도 가능했을 것이다. 리그 득점 공동 2위, 공격 포인트 4위에 올라있는 손흥민이다.
이를 두고 포체티노 감독은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잘 지내면 내 개인적인 행복이 커진다. 우리는 내 삶의 일부인 사람들이 잘 지내고 있을 때 더 행복해지는 걸 즐기는 사람들이다"라면서 손흥민의 좋은 활약에 자신이 더 행복하다고 이야기했다.
토트넘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그는 토트넘 복귀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바라건대 난 죽을 때까지 첼시에 머물 수 있길 바란다"면서도 "여전히 축구는 절대로 미래를 알 수 없다. 토트넘은 그런 클럽이다. 내가 일을 하지 않고 있고, 언젠가 토트넘이 다시 날 원한다면 안될 이유가 있는가?"라면서 토트넘 복귀에 열려있다는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전했다.
그는 "누가 미래를 알겠는가? 토트넘은 (나에게) 사우샘프턴, 에스파뇰, 뉴웰스 올드 보이스 같은 구단이다. 축구는 인생과도 같아서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알 수 없다. 난 오늘을 더 즐기려고 생각하고 있다. 장기적인 미래를 너무 자주 내다보지 않는다. 안될 이유는 없다"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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