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편입’ 바라보는 민주당 속내[김지현의 정치언락]

김지현 기자 2023. 11. 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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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경기 김포시 등의 서울시 편입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메가 서울’ 논란이 정치권을 덮쳤다. 11월 1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장기동의 한 건널목에 ‘서울특별시 편입이 좋다’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뉴스1
국민의힘이 지난달 30일 ‘김포의 서울 편입 당론 추진’을 꺼내드는 걸 보고 처음엔 ‘꽃놀이패’라고 생각했습니다. 곧장 화제가 됐고, 덕분에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가 묻혔고, 김포 외에 구리, 고양, 부천, 광명, 하남 등 다른 시에서도 “우리도 편입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치면서 권력을 쥔 집권여당으로서의 재미를 쏠쏠히 봤으니까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일주일 내내 김포의 서울 편입에 대한 공식적인 찬반 입장은 내놓지 않은 채, 국민의힘을 향해 “절차를 지키라” “총선용 갈라치기 전략이어선 안 된다”라는 원론적인 반응만 보였습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11월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김포만 갖고 논의하기보다는 전체 국토에 대한 행정대개혁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뉴스1
홍익표 원내대표는 10월 31일 KBS 인터뷰에서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안을 충분한 검토 없이, 구체적 안 없이 던졌다. 제안하는 방식이 뜬금없고 포퓰리즘 방식으로 지역 갈등을 촉발해 부적절하다”라고 했고, 11월 1일 CBS 라디오에서는 “김포만 갖고 논의하기보다는 전체 국토에 대한 ‘행정대개혁’이 필요하다”라고 역제안했습니다. 아예 광역시도, 시군구, 읍면동 행정체계를 전면 개편하자는 겁니다.

국민의힘 말이라면 쌍심지를 켜고 ‘믿고 거르는’ 민주당이 웬일로 잠잠한가 싶어 취재를 해봤습니다.

민주당의 지도부 소속 의원 A는 “‘메가서울’ 이슈가 아직 초반이라 화제가 되는 것일 뿐, 결국 노이즈마케팅에 불과하다”라고 평가절하했습니다. 무수히 많은 선거를 치러본 중진 의원인 그는 “김포의 서울 편입 카드를 만약 내년 2월쯤 선거가 임박해서 꺼내 들었다면 솔직히 우리 입장에선 상당히 긴장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그런데 내년 총선까지 아직 5개월이란 시간이 남았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도 편입 논의에 진전이 없으면 해당 지역에서 곧장 역풍이 불 것”이라고 했습니다. 오히려 김포 사람들 입장에선 5호선 연장 이슈만 미뤄지고, 죽도 밥도 안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생길 거란 거죠.

당내 전략통으로 꼽히는 의원 B도 “김포의 서울시 편입에 대한 서울시민 여론이 생각보다 빨리 바뀌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서울 민심을 거스르면서까지 밀어붙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이미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 여파 속 시장직을 중도 사퇴했던 아픈 기억이 있는 오 시장은 누구보다 서울 여론에 민감할 것이란 거죠.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운데 빨간 넥타이)가 10월 30일 경기 김포시 김포한강차량기지를 찾아 신형 김포 골드라인 전철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실제 조금씩 여론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5일 발표된 여론조사(CBS노컷뉴스가 알앤써치에 의뢰해 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에 따르면 ‘김포-서울 편입’에 반대한다는 비율이 55.5%였습니다. 찬성은 33%였습니다. 특히 관련 지역인 서울 경기·인천에선 반대 비율이 모두 60%를 넘었더군요. 앞서 1일 리얼미터 조사(만 18세 이상 503명 대상·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에서도 반대가 58.6%, 찬성이 31.5%였고, 특히 서울과 인천·경기의 반대 응답이 각각 60.6%, 65.8%로, 찬성(32.6%, 23.7%) 보의 두 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에 대해 B 의원은 “성공하는 ‘선거 이슈’가 되려면 네 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 일단 찬반 여론이 딱 50대 50 수준으로 나뉘어야 하고, 전체 선거에 영향을 미쳐야 하며, 무엇보다 내 선거에 이니셔티브(주도권)를 만들어 줘야 한다. 그리고 대중 전반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과거 성공적인 선거 이슈로 꼽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청계천 복원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 등이 이 공식에 해당한다는 거죠. 그러면서 B 의원은 “그런데 김포 서울 편입은 서울과 경기 지역 내 반대가 60%로 더 높은데다, 수도권 외 지역 선거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사안이다. 오히려 ‘서울공화국’ 논란이 확산되면 선거에 이니셔티브는커녕 역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했습니다.

민주당 지도부와 해당 지역 의원들이 일제히 신중론을 유지하는 것도 “어차피 시간이 흐르면 민주당에 유리한 이슈”라는 계산에서겠죠. A 의원은 “민주당은 일부러 찬반 입장을 내지 않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입장을 밝히는 순간 오히려 쟁점이 돼서 이슈를 키우게 되고, 결국 진영논리에 갇힌다”고 했습니다. B 의원도 “지금은 가만히 있는 게 정답”이라며 “각자의 이해 요구가 분출되고 나면 그때 이성을 되찾은 사람들을 상대로 제대로 설명하고 알리면 된다”라고 했습니다.

민주당은 슬슬 반격을 위한 시동도 걸고 있습니다. 우선 ‘세수’ 키워드를 꺼내 들며 약한 고리 공략에 나섰죠. 민주당 강준현 의원은 3일 “김포시의 올해 예산 1조4063억 원 중 시가 거둬 자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주민세, 자동차세 등 ‘시(市)세’ 규모가 약 2587억 원인데, 서울시로 편입되면 이 세금을 서울시로 넘겨야 한다”고 했습니다. ‘서울시 김포구’가 되면 시세 세입만 2587억 원이 감소한다는 거죠. 올해 1520억 원 규모였던 김포시의 재산세도 서울시로 편입될 경우 700억 원 정도로 줄어든다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서울시는 현재 각 구로부터 재산세를 걷은 뒤 절반은 시 예산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절반은 각 구에 ‘n분의 1’로 나눠서 전달하기 때문에 김포시로선 모두 약 3000억 원의 세수가 줄어든다는 거죠.

내년 총선에서 서울 외곽 지역에 도전장을 낸 국민의힘 관계자들 입에서도 본격 반발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국민의힘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은 10월 31일 페이스북에 “새로운 서울을 만들어 낼 것이 아니라, 있는 서울부터 잘 챙겨야 한다”며 “도봉구를 비롯한 서울 외곽의 구는 서울로서 받는 차별은 다 받는데, 서울로서 받는 혜택은 못 받아 왔다”고 했습니다. 이승환 서울 중랑을 당협위원장도 “서울의 일부 외곽 지역은 ‘여기가 서울이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허울뿐인 서울로서 받는 역차별이 더 큰 지역들이 있다”며 “지금 서울에 필요한 것은 막 먹어 체중만 늘리는 ‘살크업’이 아니라 꾸준한 운동을 통해 근육량을 늘리는 ‘벌크업’”이라고 했더군요. 정양석 서울 강북갑 당협위원장도 “한정된 재원을 배분해야 하는 상황에서 서울 주민들이 늘어나게 되면 (우리 지역구) 주민들이 우리 것을 뺏긴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반발했습니다.

한 민주당 의원은 “하남시도 서울 편입을 검토한다는데, ‘강남4구’로 불리는 것도 싫다는 강남 지역 사람들이 강남 범위가 하남까지 확장되는 걸 가만히 지켜만 보겠느냐”라며 “결국 내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는 순간 서울 시민들의 반대가 더 커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5호선 연장’ 카드를 던졌습니다. 홍 원내대표는 2일 “서울~김포 지하철 5호선 연장 문제부터 해결하자. 5호선과 관련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와 연장 확정을 이번 예산안에 담을 수 있도록 가져와라”고 정부에 요구했습니다. 실제 김포 주민들이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교통 문제를 먼저 해결하자는 겁니다.

국민의힘 주장대로 서울시에 김포시가 편입될 경우 오히려 5호선 문제 해결이 더뎌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민주당 지도부 소속 C 의원은 “김포 골드라인 과밀 문제를 해결하려면 5호선 9호선을 더 깔아야 하는데, 5호선을 서울 시 차원에서 연장하게 되면 국비 지원 비중이 서울시 6 대 국비 4 정도로 줄어든다. 서울 재정이 그만큼 더 드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의 “(김포시가) 서울시로 편입되게 되면 광역전철이 아니라 도시철도가 된다. 광역철도는 건설할 때 7 대 3으로 국비 지원을 받는다. 국비가 7이다. 그런데 도시철도는 서울시가 6이고, 국비가 4다. (편입되면) 연장 사업이 어려워진다”(1일 CBS라디오) 주장과 일맥상통하죠.

‘김포의 서울 편입’이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한 주였습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 속도전을 내겠다는 국민의힘과 어차피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민주당 중 누가 진짜 ‘꽃놀이패’인지 지켜볼 일입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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