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저격’에도 “이준석 품겠다”는 인요한, 질긴 구애 의도는?
소극적 지도부 대신 ‘고군분투’ 평가…‘이미지 관리’란 분석도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부산에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로부터 '영어 저격'을 당하고 돌아온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이 전 대표가 신당을 발표하는 날까지 (그를) 안으려고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며 구애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오는 8일엔 홍준표 시장과의 만남을 시도하기 위해 대구를 찾을 예정이다. 비(非)윤석열계 인사들을 향한 인 위원장의 행보를 두고, 통합에 소극적인 당을 대신해 고군분투한다는 평가와 함께 지나치게 포용적 이미지를 쌓으려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인 위원장은 지난 4일 이 전 대표를 만나기 위해 부산 토크콘서트 행사장에 깜짝 방문했지만, 끝내 빈손으로 상경했다. 이 전 대표는 가장 앞에 자리를 잡은 인 위원장을 향해 그의 영어 이름인 '미스터 린턴(Mr. Linton)'을 부른 후 "당신은 오늘 이 자리에 올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며 대화를 거절했다. 이어 "진짜 환자는 서울에 있다. 가서 그와 이야기하라"고도 말해 윤석열 대통령을 '환자'로 칭한 것이란 해석을 낳았다.
인 위원장은 "굳이 영어로 이야기해 섭했다" "환자는 내가 더 잘 안다"며 서운함을 드러내면서도 "이 전 대표는 마음이 많이 상한 사람"이라며 "그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가 구체적인 시점까지 제시하며 신당 창당을 사실상 공식화하고 있는 데도 끝까지 통합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인요한 포용 행보, "우린 최선 다했다" 명분 쌓기?
인 위원장의 이 같은 행보는 우선 비윤계의 신당 창당을 최대한 막아보려는 시도로 읽힌다. 내년 총선에서 한 석이 아쉬운 국민의힘으로선 '유승민-이준석 신당'이 꾸려질 경우, 수도권에서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혹 인 위원장의 지속적인 접촉 시도로 이들이 마음을 돌릴 경우, 올 연말 활동을 종료하는 혁신위는 단연 성공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6일 통화에서 "국민의힘으로선 유승민 신당, 이준석 신당의 존재가 신경 안 쓰일 수가 없는데 당 지도부가 직접 나서 이들을 설득하긴 부담스럽고 또 내키지도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소극적인 당을 대신해 인 위원장이 동분서주하며 통합의 노력을 잘 해주고 있는 것"이라며 "그것만으로 앞선 혁신위들과의 차별화된 행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인 위원장의 이 같은 화해 시도가 끝내 효과가 없을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인 위원장 역시 이 점을 충분히 이미 알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럼에도 그가 계속해서 구애 작전을 펼치고 있는 건 비윤계와 대비되는 '포용적 이미지'를 쌓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향후 신당이 창당하더라도 "혁신위는 이들에게 최선을 다했다"는 명분을 얻고, 반대로 신당 창당의 명분을 약화시키기 위함이란 것이다. 혁신위 1호 안건으로 '이준석‧홍준표 대사면'이라는 대통합 방안을 발표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일각에선 인 위원장의 이번 부산행에도 이 같은 그림을 연출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었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당장 그날 이후 국민의힘은 물론 제3지대 정당과 일부 비윤계에서조차 이준석 전 대표의 태도를 중점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이 전 대표가 먼 길을 찾아온 인 위원장을 향해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무례하게 대응했다는 지적이다.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국민의힘 한 의원은 통화에서 "이 전 대표가 굳이 영어를 구사한 건 이성적인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며 "지도자를 꿈꾸는 정치인이라면 이 전 대표도 좀 더 넓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 역시 "지금과 같은 이 전 대표의 언행이 일부에게 통쾌한 사이다로 먹힐진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 대중적 호감도 면에서 이 전 대표에게 좋은 영향을 줄까 아쉬움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런 가운데 인 위원장은 오는 8일엔 직접 대구로 내려가 홍준표 대구시장과의 만남을 시도할 계획이다. 그는 "홍 시장이 만나줄지 모르겠다"며 "계속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부산행을 택했던 만큼, 이번에도 홍 시장의 만남 수락 여부와 관계없이 그를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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