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수비지표도 1등' 김하성 亞 내야수 최초 GG, 유틸리티 부문 쾌거... '2루수 수상 불발' 오히려 아쉽다 [종합]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골드글러브 주관사 롤링스사와 함께 6일(한국시간) 2023년 메이저리그 골드글러브 부문별 수상자를 발표했다.
아메리칸리그-내셔널리그, 1루수, 2루수, 유격수, 3루수, 포수, 투수, 좌익수, 중견수, 우익수, 유틸리티 순으로 총 10개 부문 20명의 선수가 차례로 호명됐다. 김하성은 19번째로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골드글러브 수상자로 선정됐다.
올 시즌 김하성은 2루수로 106경기(98선발) 856⅔이닝, 3루수로 32경기(29선발) 253⅓이닝, 유격수로 20경기(16선발) 153⅓이닝 등 총 3개 포지션에서 수비 이닝 1263⅓을 기록했다. 모든 포지션을 돌아다니며 2루수로 4개, 3루수로 1개, 유격수로 2개 등 총 7개의 실책밖에 저지르지 않았다.
그 결과, 김하성은 내셔널리그 2루수 부문에서 니코 호너(시카고 컵스), 브라이스 스톳(필라델피아 필리스), 유틸리티 부문에서 무키 베츠(LA 다저스),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 함께 후보에 올랐다.
먼저 발표된 2루수 부문에서는 호너에 밀려 아쉽게 수상에 실패했다. 하지만 선정 방식이 다른 유틸리티 부문에서는 수상에 성공하면서 한국인 메이저리거 최초 골드글러브의 영예를 안았다. 또한 아시아 내야수들에게도 희망적인 소식으로 김하성의 골드글러브는 아시아 내야수 메이저리거 중 최초다. 그동안은 외야수로서 10년 연속(2001~2010년) 수상한 스즈키 이치로(51) 외에는 골드글러브와 인연이 없었다.
객관적인 지표만으로 인정받은 수상이기에 더욱 뜻깊은 쾌거다. 기존의 골드글러브 9개 포지션은 30명의 메이저리그 감독과 각 팀에서 최대 6명의 코치가 자신의 팀 선수를 제외한 선수에게 투표한 것이 75%, 미국야구연구협회(SABR)가 개발한 수비 지수(SDI)가 25% 반영돼 수상자가 결정된다. 하지만 유틸리티 부문은 롤링스사와 SABR이 협력해 별도의 공식으로 만든 수비 지표로 정해진다.
SABR은 매년 SDI 기록을 8월말 공개한 뒤 시즌 최종 수치는 골드글러브 수상자가 발표된 이후 공개하는데 김하성은 +9점으로 포지션 불문 내셔널리그 9위, 2루수 중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실제 2루수 부문 골드글러브 부문 수상자 호너가 8.7점으로 차점자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수상 불발이 아쉽기만 하다.
김하성이 2루수와 유틸리티 두 부문에서 최종 후보 3인에 이름을 올리긴 했으나, 강점과 약점이 혼재해 있어 수상 확률을 100% 장담하긴 어려웠다.
먼저 긍정적인 부분은 골드글러브 투표에 있어 신인이나 다름 없던 지난해와 달리 메이저리그 현장 평가가 높아진 점이었다. 지난 9월 미국 매체 베이스볼 아메리카(BA)는 메이저리그 감독과 스카우트, 경영진을 대상으로 2023시즌 메이저리그 최고의 능력을 가진 선수를 뽑는 투표를 실시했고 내셔널리그 2루수 부문에서 김하성이 1위를 차지했다.
또한 이름을 알리기 쉬운 공격적인 면에서 전반기 폭발적인 타격감을 보여주면서 MLB.com에서 실시한 MVP 가상 투표에 입후보하는 등 이름값을 높였다. 지원사격도 확실했다. 샌디에이고 3루수 매니 마차도는 "때로는 숫자가 아니라 과거에 한 일 때문에 특정 사람들에게 상이 돌아가는 경향이 있다"며 "올해는 확실히 김하성의 해가 될 것"이라고 응원했다. 밥 멜빈 샌디에이고 감독도 "김하성은 정말 놀라운 선수다. 유격수로서 익숙한 선수지만, 이젠 2루에서 골드글러브 선수처럼 보인다"고 칭찬했다.
부정적인 부분은 의외로 수비지표였다. 한때 김하성은 2루수 부문 DRS(Defensive Run Saved·수비수가 얼마나 많은 실점을 막아냈는가를 측정한 지표)와 SDI에서 1위를 달리는 등 골드글러브 유력 후보로 뽑혔다. 하지만 후반기 떨어진 체력이 수비에도 영향을 미쳤고 이는 골드글러브 수상을 장담하지 못하게 했다. 가장 마지막으로 공개된(8월 14일) SDI에서 김하성은 8.3으로 스톳(6.4), 호너(5.7)보다 앞선 메이저리그 2루수 전체 1위이자 전 포지션 통틀어 7위였다. 지난해도 최종 SDI 지표에서는 8월 이후 많은 누적을 쌓지 못하면서 7.6으로 내셔널리그 4위에 머물렀었다.
DRS와 최신 수비지표 OAA(Outs Above Average)에서도 김하성은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필딩바이블 홈페이지에 따르면 김하성의 2루수 DRS는 +10점으로 호너와 브라이스 투랑(밀워키 브루어스)의 +12점에 이은 내셔널리그 공동 3위였다. 2루수 OAA에서는 더욱 두드러지는 점이 없어서 +7개로 1위인 타이로 에스트라다(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20개와 차이가 현격한 내셔널리그 공동 4위였다. 그 탓에 내셔널리그 2루수 골드글러브 수상자로 호너가 선정될 때만 해도 이러한 부분이 영향을 미친 듯했다.
반전이 있었다. SABR이 공개한 2023시즌 최종 SDI에서 김하성이 +9점으로 포지션 불문 내셔널리그 9위, 2루수 중 1위에 이름을 올린 것. 경쟁자 호너가 +8.7점, 스톳이 +8.6점으로 근소한 차이로 앞선 것이긴 했으나, 25%가 적용되는 객관적인 지표에서 1위를 차지했고 오히려 주관적인 현장 평가에 밀린 것이었다.
그러면서 유틸리티 부문 수상에 기대감이 높아졌다. 경쟁자는 이미 골드글러브 경력이 있는 베츠와 에드먼. 베츠는 외야에서만 6차례 골드글러브를 수상했고, 에드먼은 2021년 2루수에서 선정된 이력이 있어 이름값에서는 김하성이 불리했다. 하지만 객관적인 수비지표만 적용되면서 이 불리함은 사라졌다. 유틸리티 부문 선정에 필요한 수비지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다른 수비지표상으로는 김하성이 꿇릴 것이 없었다. 모든 포지션의 DRS를 종합한 수치가 김하성은 +16점으로 +9점의 베츠, +3의 에드먼에 앞서 있었고, OAA에서도 +9개로 +10개의 에드먼에게만 뒤처졌을 뿐 -4개의 베츠보다는 훨씬 앞서 있었다.
올해 골드글러브 수상자들은 몇 가지 진기록을 남겼다. MLB.com에 따르면 김하성을 포함해 최초로 수상한 선수가 13명에 달한 것은 지난해 14명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숫자로 1957년 제정된 골드글러브에서도 보기 드문 일이다. MLB.com은 "김하성은 올 시즌 샌디에이고 내야의 다재다능한 선수의 표본이었다. 주로 2루수로 출전하면서 3루수, 유격수로 뛰었는데 DRS에서 2루에서 10점, 3루수와 유격수에서 각각 3점씩 기록했다. 2루에서 기록한 DRS 10점은 내셔널리그 공동 선수인 호너와 투랑(각각 12점)에 이어 가장 높은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리그별로 1명씩 총 두 명의 신인이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것도 역사상 3번째다. 앞서 2020년에 두 명, 2022년에 3명의 신인이 수상한 기록이 있다. 아메리칸리그에서는 앤서니 볼프가 뉴욕 양키스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신인 시즌에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또한 정규시즌 마지막 날 기준 만 22세 156일로 1980년 앨런 트라멜(만 22세 228일)을 제치고 최연소 유격수 골드글러브의 영예를 안았다.
내셔널리그에서는 콜로라도 로키스의 브렌턴 도일이 신인 외야수로는 메이저리그 역대 6번째로 골드글러브를 차지했다. 특히 지난 9월 3일 토론토와 경기에서는 시속 105.7마일의 송구를 보여줘 스탯캐스트로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빠른 속도를 기록했다.
이밖에 텍사스 레인저스(나다니엘 로우, 요나 하임, 아돌리스 가르시아)와 시카고 컵스(호너, 댄스비 스완슨, 이안 햅)은 각각 3명으로 가장 많은 골드글러브 수상자를 배출한 팀이 됐다.
▶아메리칸리그 포지션별 수상자 명단
1루수 - 나다니엘 로우(텍사스 레인저스)*
2루수 - 안드레스 히메네스(클리블랜드 가디언스)
유격수 - 앤서니 볼프(뉴욕 양키스)*#
3루수 - 맷 채프먼(토론토 블루제이스)
포수 - 요나 하임(텍사스 레인저스)*
투수 - 호세 베리오스(토론토 블루제이스)*
좌익수 - 스티븐 콴(클리블랜드 가디언스)
중견수 - 케빈 키어마이어(토론토 블루제이스)
우익수 - 아돌리스 가르시아(텍사스 레인저스)*
유틸리티 - 마우리시오 듀본(휴스턴 애스트로스)*
▶내셔널리그(NL) 포지션별 수상자 명단
1루수 - 크리스티안 워커(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2루수 - 니코 호너(시카고 컵스)*
유격수 - 댄스비 스완슨(시카고 컵스)
3루수 - 키브라이언 헤이스(피츠버그 파이리츠)*
포수 - 가브리엘 모레노(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투수 - 잭 휠러(필라델피아 필리스)*
좌익수 - 이안 햅(시카고 컵스)
중견수 - 브렌턴 도일(콜로라도 로키스)*#
우익수 -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유틸리티 -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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