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서안·이라크 ‘깜짝’ 방문 “이란, 분쟁 이용말라”
“인도적 교전 중단 입장차 줄이려는 노력”
중동 순방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와 이라크를 예고 없이 방문했다. 이란 등에 확전 가능성을 경고하려는 동시에 팔레스타인 해법에 대한 정치적 의지를 보여주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인도적 목적의 교전 일시 중단을 설득한 미국의 제안에 사실상 ‘퇴짜’를 놓으면서 가자지구 내 민간인 참상을 줄이기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링컨 장관은 5일(현지시간) 바그다드 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이번 중동 순방에 대해 “가자 분쟁을 이용하고 미군을 위협하려는 모든 이들에게 ‘하지 말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앞서 이라크를 방문해 모하메드 시아 알수다니 이라크 총리를 만난 뒤에는 “우리는 이란과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민간인이든 군인이든 미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중동 지역 미군 기지 등에서 이란의 후원을 받는 헤즈볼라 등의 소행으로 보이는 공격이 잇따르는 것에 대해 단호한 대응 방침을 밝힌 것이다.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블링컨 장관의 이라크 방문 목적이 지역 내에서 미국의 확고한 존재를 이란에 각인시키기 위함이었다고 전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라크에 앞서 찾은 서안지구 라말라에서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과 만나 이스라엘 극단주의자들에게 서안지구에서의 폭력을 중단할 것을 강조하고, 전후 가자지구 통치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달 상원 청문회에서 효과적이고 재활성화된 PA가 가자를 통치하고 가자의 안보를 궁극적으로 책임지기에 최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가자에서 민심을 잃은 PA가 역할을 할 지에 대해 회의적 시선도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아바스 수반이 팔레스타인인들 사이에서 매우 인기가 없으며 팔레스타인인들은 그와 PA가 이스라엘의 점령을 사실상 방조하는 것으로 본다고 꼬집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발발 이후 한달 새 세번째 중동 순방에 나선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지상전 개시 이후 갈수록 극심해지고 있는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하는데 초점을 뒀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우리는 인도적 교전 중지 추구를 위해 관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인질들의 귀환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휴전은 하마스에게 재정비 시간을 줄 뿐이다. 인질 석방이 포함되지 않은 일시적 휴전안은 거부한다”고 밝혀 사실상 미국의 교전 중단 제안을 정면으로 거부했다.
한편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이날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 석방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이스라엘에 도착했다. 중동 전문가이자 30년 이상 외교관을 지낸 번스 국장은 특히 인도적 교전 중단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입장차를 줄이는 데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인질 석방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협상이 타결될 경우 교전이 일시 중지될 수 있다고 밝혔다. 존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이날 CBS에 출연해 “(인질)협상은 막후에서 조용히 진행되고 있으며 우리 모두가 원하는 것보다 더 시간이 걸리고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상당한 규모의 인질을 석방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계속 믿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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