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 분석] T1, 모범 답안보다 빛났던 창의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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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1은 지난 5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 LoL 월드 챔피언십 8강에서 LNG를 3대0으로 꺾었다. LCK 팀이 T1 홀로 남은 상황에서, 강적 LNG를 상대로 예상보다 더 훌륭한 경기력으로 완승을 거둔 것이다.
T1의 승리에 인상적인 것은, T1이 가장 잘 하는 주도권 조합을 완벽하게 활용하면서 승리를 거뒀다는 점이다. T1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던 지난 스프링 시즌을 돌이켜보면, T1의 승리 플랜은 주도권 조합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전라인 강한 라인전을 바탕으로 주도권을 잡고 상대를 흔들고, 특히 바텀에서 '케리아' 류민석의 독특한 서포터픽을 활용하며 강하게 상대를 압박하는 것이다. T1은 중요한 무대에서 본인들의 장점을 다시 한 번 살리면서 승리를 따냈다.
이날 밴픽을 살펴보면, '구마유시' 이민형과 류민석으로 구성된 바텀 듀오는 닐라-세나, 바루스-애쉬, 바루스-레나타를 활용했다. 세 경기 모두 원거리 서포터를 활용하면서 바텀에서 강하게 압박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어낸 것이다. 탐 켄치 등의 근거리 서포터와 함께 나오지 않는 세나나 애쉬 서포터 모두 이번 대회 처음으로 활용된 픽이다. 바루스 역시 이번 대회에서 잘 활용되지 않고,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햇던 픽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T1의 바텀이 3세트 레나타가 3픽에서 픽된 것을 제외하면 모두 4,5픽에서 픽을 가져갔다는 점이다. 넓은 챔피언풀을 바탕으로 픽순서를 뒤로 미루고 대신 앞에서 핵심 픽들을 뽑을 수 있는 구도를 만들어내면서 동시에 바텀 주도권 역시 강하게 쥔 것이다.
'오너' 문현준의 초반 정글링은 바텀의 주도권에 날개를 달았다. 문현준은 이날 대부분의 세트에서 무난하게 첫 동선을 짜기보단 바텀에서의 주도권을 바탕으로 인베이드를 시도하거나 혹은 카운터 정글을 시도해 상대 정글과의 격차를 벌렸다. 대표적으로 2세트 본인의 위쪽 정글을 사냥하고 바로 상대 위쪽 정글로 카운터 정글을 들어간 상황이 그 예다. 그 상황에서 바텀은 강하게 라인전 압박을 유지하면서 마치 문현준이 아랫쪽 정글에 있는것 같은 플레이를 보였고, 결과적으로 문현준이 동선상으로 크게 이득을 보고 시작했다. 이 스노우볼은 8분 전령 타이밍에 상대 정글이 6레벨을 찍지 못하며 의도한 플레이가 지연되는 결과로 나타났다.
물론 T1이 과거로 돌아가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발전된 부분도 많았다. 특히 운영상으로 발전된 부분이 눈에 띄었다. 대표적으로 1세트 중반 드래곤 영혼을 앞둔 상황에서 '페이커' 이상혁의 오리아나가 코어 아이템을 위해 라인을 먹어야하는 상황이 오자, 문현준이 확실히 붙어서 안전하게 라인을 먹는 상황이 보였다. 별 것 아닌 상황처럼 보일 수 있지만, 지난 스위스 스테이지 젠지전에서 이상혁의 오리아나가 라인을 미는 상황에 위험에 노출된 것과 대비하면 확실히 의사소통이 개선된 모습이다.
롤드컵은 짧은 시간 집중적으로 동일한 버전의 게임으로 경기가 진행된다. 그 과정에서 처음엔 정답처럼 보였던 밴픽이나 플레이가 파훼법이 등장하기도 한다. 롤드컵 초반 자야를 중심으로 한 고밸류 메타가 정답처럼 보였지만, 라인전 주도권이 강조되면서 점차 T1이 잘하는 주도권 메타로 무게감이 옮겨오고 있다. 그리고 T1의 8강전은 그 방점을 찍는 경기라고 할 만했다. 과연 본인들이 잘하는 메타에서 본인들의 정답을 내놓은 T1이 고척돔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허탁 기자 (taylor@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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