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면]일본 내야수도 매번 실패한 그곳에서...김하성 골드 글러브는 왜 대단한가

오광춘 기자 2023. 11. 6.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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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을 받는다는 건 언제나 가슴 뛰는 일이죠. 김하성(샌디에이고)의 골드 글러브 수상도 그렇습니다. 한국인은 물론이고 내야수를 놓고 보면 아시아 최초의 일이죠. 과거 이치로는 외야수 부문 수상자였으니까요.
김하성은 골드 글러브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사진=AFP연합뉴스)

'아시아 내야수 최초'가 확 끌리는 이유는?


미국 언론 '디 애슬레틱스'는 김하성의 수상 소식을 조명했습니다. '아시아 내야수 최초'라는 말에 의미를 담았죠. 김하성의 과거 발언도 꺼냈습니다.

" 메이저리그에선 아시아 출신 내야수들이 좀처럼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아시아 내야수를 향한 의구심이 많습니다. 아시아의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게 나에겐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
김하성의 골드 글러브 수상은 아시아 내야수로는 최초입니다. (사진=AP연합뉴스)

일본 내야수들은 왜 성공을 못했나?


무엇보다 '아시아 최초'라는 말이 확 끌리죠. 반대로 질문을 던져볼까요. 지금껏 왜 아시아 선수는 메이저리그 내야수 골드 글러브에 쉽게 다가설 수 없었을까요. 일본 야구 선수들도 숱하게 메이저리그 무대를 노크했고, 그중엔 소위 난다 긴다 하는 내야수들이 포함됐었죠. 그러나 '성공'이란 평가를 붙이기에 그들은 너무 일찍 사라졌습니다.

미국 언론 '디 애슬레틱스'는 김하성의 골드 글러브 수상 배경을 집중 조명했습니다. 무엇보다 '아시아 최초'라는 키워드에 의미를 실었습니다. (사진='디 애슬레틱스' 캡처)

누구도 빠른 공, 강한 타구에 버티지 못했다


야구에서 내야수는 수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는데 기본이 잘 갖춰져 있다는 일본 선수들도 메이저리그에선 힘겨워 했으니까요. 투수의 공은 더 빠르고 그에 발맞춰 타구 속도는 더 강하니 수비를 곧잘 한다는 선수들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겠죠. 수비 부담이 큰 내야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주전 자리를 꿰찬다는 것, 특히 아시아 선수들에겐 넘지 못할 벽으로 여겨졌습니다.
김하성이 못 하는 게 뭘까요. 올해 수비는 물론 공격, 주루에서도 최고의 한 해를 보냈습니다. (사진=AP연합뉴스)

수비라는 불안 요인을 장점으로 끌어내다


김하성은 그 불가능의 영역을 파고들었습니다. 독특하죠. 공격이 눈에 띄어 메이저리그에 선택됐는데 수비를 통해 적응의 시간을 버티고 가치를 확대한 선수로 꼽힙니다. 수비를 믿고 볼 수 있으니 덩달아 공격도 살아나는 '상승 효과'가 뒤따릅니다. 불안 요인을 극복해서 자랑할 만한 장점으로 바꾼다는 것, 쉽지 않죠. 김하성은 특별한 길을 만들었습니다.
김하성은 2루는 물론이고 유격수, 3루 수비도 맡곤 했습니다. (사진=AP연합뉴스)

김하성은 왜 멀티 플레이어인가?


김하성은 올해 2루수로 106경기, 3루수로 32경기, 유격수로 20경기에 나섰습니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닷컴'의 골드 글러브 품평 한번 볼까요. '다재다능'이란 키워드를 내세웠습니다. '김하성의 수비 기여도(DRS·Defensive Runs Saved)는 16인데 2루수로 10, 3루수로 3, 유격수로 3을 기록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여기서 DRS는 수비를 하면서 점수를 얼마나 막아냈느냐를 따지는 기록입니다. 실점을 막는 수비, 김하성의 가치는 거기서 출발한다는 거죠. 더구나 내야의 어떤 포지션을 맡겨도 평균 이상을 해낸다는 믿음이 기저에 깔려 있습니다.
김하성의 부드러운 송구 동작도 호수비를 만들어내는 요소였죠. (사진=AP연합뉴스)

수비만 본다...'골드 글러브' 수상 의미는


'골드 글러브'는 메이저리그에서 수비의 잣대로 포지션별 선수를 평가하는 상입니다. 김하성은 지난해 내셔널리그 유격수 부문 최종 후보에 처음 들었습니다. 올해는 2루수 부문과 유틸리티 부문에 모두 후보에 올랐고 첫 수상의 영광을 끌어냈습니다. 메이저리그 데뷔 3년 만의 성취입니다.
여러 포지션에서 보여준 '다재다능함'은 골드 글러브 수상의 이유입니다. (사진=AP연합뉴스)

메이저리그 코치진 표심 붙잡은 게 주효


여기서 '유틸리티' 부문은 특정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여러 포지션에서 두루 수비를 잘한 선수를 뽑는 것인데요. 지난해부터 신설됐습니다. 축구로 따지면 여러 포지션에 능한 '멀티 플레이어'에 해당합니다. 골드 글러브 수상 여부는 메이저리그 감독과 코치들의 투표가 상당 부분(75%)을 차지하죠. 그 외 한 시즌 수비 기록이 수상자 결정에 25% 포함됩니다. '김하성은 수비를 잘 한다'는 메이저리그 내부의 인식이 골드 글러브 수상을 이끈 것은 아닐까요. 또 그런 '인상비평'을 보다 더 강화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요.
골드 글러브 수상자 선정엔 메이저리그 코치와 감독들의 투표가 커다란 비중을 차지합니다. (사진=AP연합뉴스)

'2루수' 보다 '유틸리티' 수상이 더 값지다


지난 9월 김하성은 '디 애슬레틱'과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 '유틸리티 부문'에서 골드 글러브를 받는 게 나에겐 더 소중하다. 그 건 여러 포지션에서 골드 글러브 수준의 수비를 펼쳤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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