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늪’에 빠진 세계… 미국·이란 내부 반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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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한 달째 이어지면서 세계 각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스라엘 동맹인 미국과 하마스 지원국인 이란은 민족과 종교, 전쟁 명분 등을 놓고 양측을 각각 지지 중이지만 자국 내 정치·사회 문제로 해결에 팔을 걷어붙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장기화한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두 가지 전쟁에 개입하면서 국내 여론은 악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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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우크라 퍼주기’ 피로감 속
이스라엘 지원하자 민심 악화
이란 국민 경제난·선전에 지쳐
이-하마스는 협상 기미 안보여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한 달째 이어지면서 세계 각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스라엘 동맹인 미국과 하마스 지원국인 이란은 민족과 종교, 전쟁 명분 등을 놓고 양측을 각각 지지 중이지만 자국 내 정치·사회 문제로 해결에 팔을 걷어붙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도 쉽게 협상에 나설 뜻을 보이지 않고 있어 전쟁이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언론들은 베냐민 네타냐후 내각이 딜레마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하마스의 선제공격으로 시민 1400명이 사망해 설욕해야 한다는 요구와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전 세계 휴전 압박을 동시에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의 승패가 정권 심판으로 이어질 수 있어 네타냐후 총리로서는 쉽게 하마스와 휴전할 수 없지만 전 세계로 확대되는 반이스라엘 여론이 다시 정권을 위협하는 모양새다.
하마스는 지난달 7일 이스라엘 기습공격으로 중동 지역에 불던 화해·평화 분위기를 뒤엎는다는 전략에 성공하면서 항전 의지를 드높이고 있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이스라엘과 미국이 하마스 궤멸을 공언하고 있고, 본거지인 가자시티는 이스라엘군에 포위당해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진 상태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과 반유대주의를 내걸고 있어 쉽게 항복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도 진퇴양난 상태다. 이번 전쟁에 휴전보다 이스라엘 자위권에 힘을 실으며 대내외에서 반발을 사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장기화한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두 가지 전쟁에 개입하면서 국내 여론은 악화하고 있다. 민주당 급진파의 비판 및 아랍계 미국인 지지율 하락으로 재선이 불투명해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미국의 일시 교전 중단 요청을 거부하고 전쟁 강행 의사를 밝히면서 미국의 영향력 하락은 국제사회에 분명한 패권 약화의 신호로까지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란은 하마스를 물밑 지원하며 확전을 공언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직접적인 전면전 개입을 망설이고 있다. 미국의 석유 수출자금 동결 제재 등에 따른 극심한 경제난과 히잡 시위로 비롯된 인권 탄압 문제로 국내 반정부 정서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영국에 본부를 둔 ‘이란 인터내셔널’은 “이란 사람들은 정권이 전쟁을 지지하고, (하마스의) 잔학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진부한 선전에 지쳐 있다”며 “이란 내부의 여론은 균일하지 않다”고 했다.
전 세계 여론이 친(親)이스라엘 대 반(反)이스라엘로 분열되는 양상 속에서 미국과 중국·러시아 사이 ‘신냉전’ 기류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논의했다. 중·러 양국이 함께 손을 잡고 미국의 견제에 대응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평가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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