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중단 첫날 주식시장 ‘후끈’… 기대반·우려반 [한양경제]

이승욱 기자 2023. 11. 6.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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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내년 6월까지 공매도 중단 전격 발표
“기관과 개인투자자 차별”…‘기울어진 운동장’ 논란 탓
대외 신뢰성·외자 이탈 등 우려도…“제도 근본 개선돼야”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금융위원회를 마친 뒤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주식시장에서 내년 6월까지 공매도가 한시적으로 전면 중단됐다. 금융당국이 전격적인 공매도 금지 카드를 꺼내 들며 개인과 기관·외국인 투자자간 차별 등 ‘기울어진 운동장’ 개선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공매도 중단으로 인한 효용성을 두고는 주식시장 안팎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업계에서는 일시적인 공매도 중단 조치에만 의지하지 말고 개인과 기관 간 공매도 차별 완화 등 제도적인 보완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 금융당국, 역대 네 번째 공매도 전면 금지 결정

6일 증권업계와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전격적인 공매도 금지 결정 배경에는 일부 외국계 투자은행(IB)의 불공정 거래 행위가 직접적인 발단이 됐다는 평가다.

공매도는 향후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 주식 투자자가 해당 주식을 빌려서 팔았다가 주가가 실제 하락하면 싸게 주식을 사고 갚는 투자 기법을 말한다.

전날 오후 금융위와 금감원은 임시금융위원회를 개최하고 ‘증권시장 공매도 금지 조치안’을 의결,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내년 6월 말까지 공매도 중단 시한을 제시했지만, 대상 주식은 국내 증시 전체 종목으로 사실상 전면 금지 조치하기로 했다.

다만 과거 공매도 전면 금지 추진 때와 마찬가지로 시장조성자와 유동성 공급자 등의 차입공매도는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앞서 지난달 중순 금융당국은 BNP파리바와 HSBC 등 외국계 IB가 560억원대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한 사실을 적발했다.

무차입 공매도는 주식을 빌리지 않고 매도하는 행위로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거래가 금지돼 있다. 그동안 외국계 IB를 중심으로 한 불법 공매도 논란은 있었지만 실제 불법 행위가 금융당국을 통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BNP파리바 홍콩법인은 2021년 9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카카오 등 101개 종목에 대해 400억원 상당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했다. HSBC홍콩법인은 2021년 8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호텔신라 등 9개 종목에 대한 160억원 상당 무차입공매도 주문서를 제출했다.

해당 법인들은 국내 공매도 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해당 법인들이 장기간 무차입 공매도를 이어왔다는 점에서 고의성이 인정된다고 보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 금지 조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금융당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10월 1일~2009년 5월 31일)와 유럽 재정위기(2011년 8월 10일~11월 9일) , 코로나19 사태(2020년 3월 16일~2021년 5월 2일) 당시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다.

코로나19 사태 당시 공매도 금지 이후에는 코스피200과 코스닥 150지수 구성 종목에 대해서는 공매도가 허용됐지만 이번 4번째 조치로 다시 전면 금지된 것이다.

■ 국내 주식시장, 금지 첫날 주가 급등…증권업계 “기대감”

금융당국의 전격적인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에 대해 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6일 코스피 지수는 2400선, 코스닥지수는 800선을 단숨에 회복하는 등 주가가 일시 급등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1.4포인트(1.33%) 오른 2천399.80으로 개장해한 뒤 곧바로 2천400선을 돌파했다. 2천400선 돌파는 지난달 19일 이후 12거래일 만이다.

코스닥시장에서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2.44포인(1.59%) 오른 794.49로 거래를 시작한 뒤 800선을 돌파했다.

공매도 논란의 대표주들도 상승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 금지 첫날인 이날 오전 11시 기준 에코프로는 전 거래일 대비 19만1000원(29.98%) 상승한 82만8000원에 거래됐다. 

에코프로는 공매도 논란으로 국내 개미투자자들의 지목을 받았던 대표적인 주식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에코프로가 공매도 비중이 증가하는 등 주식 변동성이 큰 종목으로 분류했다. 이날 장 초반 에코프로는 주가가 전날 종가 대비 20% 이상 상승하면서 공매도 금지 조치로 인한 수혜를 봤다.

공매도 금지 조치로 인한 외국계 자본의 국내 주식시장 이탈 우려도 있지만 증권업계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2008년 공매도 금지를 전후해 금지 이후 일평균 거래대금은 1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1년 공매도 금지 당시는 일평균 거래대금이 4% 증가했고, 코로나19 당시는 공매도 금지 조치를 전후로 일평균 거래대금이 178%나 급등하기도 했다.

안영준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역대) 공매도 금지 기간 동안 증시는 하락 압력에도 하방이 지지되어 이후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특히 상승하는 과정에서 증시 거래대금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그는 “공매도 금지 기간에도 개인투자자 유입으로 증시 거래대금이 증가하고 증권사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 증가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동안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 거래 관행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기관투자자는 공매도를 할 경우 연장이 계속 가능한 반면, 개인투자자는 90일 안에 상환을 해야 하는 만큼 일종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존재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특히 국내투자자와 달리 외국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개미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 2일부터 이달 2일까지 외국인이 거래한 공매도 누적 금액은 107조6천300억원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공매도 누적 거래액 중 67.9%를 차지한다.

하지만 공매도 중단으로 인한 효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나뉜다. 공매도 중단으로 인한 국내 주식시장의 신뢰성 하락과 외국 자본의 시장 이탈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공매도 금지 첫날 외국인 투자세의 변동은 크지 않았지만, 장기적으로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인한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5일(현지 시간) 리서치 기업 스마트카르마의 브라이언 프레이타스 애널리스트는 블롬버그통신을 통해 “공매도 금지는 한국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 지수에서 선진국 지수로 이동할 가능성을 더 위태롭게 할 것”이라면서 “공매도 금지가 과도한 밸류에이션에 제동장치 역할을 하지 못해 개인투자자가 선호하는 일부 주식 종목에 거품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발표된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에 대한 정치적 해석도 제기된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정책 결정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7월 윤석열 대통령은 공매도 관련 불법 행위와의 전쟁을 선포한 바 있다. 당시 윤 대통령은 “공매도를 둘러싼 불법 행위를 반드시 뿌리 뽑겠다는 각오로 금융당국과 검찰 등 관계기관이 대책을 수립하라”고 주문했다.

해외에서 공매도 금지 사례가 드물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해외 공매도 금지 사례와 관련해 “우리나라의 특이한 상황 때문에 공매도 금지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변동성 확대로 인해 공매도를 금지하는 조치가 오히려 주식시장에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공매도 제도의 장·단점에 대해 (다양한) 여러 연구 결과가 있지만 불법적인 거래로 인한 물량이 많이 거래되고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면서 “현재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로 환경적인 불안정성과 불법 공매도가 결합하면 변동성에 분명히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공매도 금지 조치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공매도 시 기관과 개인 간 차입 조건 차이를 해소하고 불법 공매도를 방지하기 위한 적극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증시에 대한 신뢰성 훼손과 외국 자본 이탈로 인한 자본 유출과 환율 불안 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주식 거래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공매도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닌 만큼 공매도 제도를 운영하는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자칫 ‘자동차가 위험하면 단속해야 하는데 아예 운행을 금지하는 것’과 같이 되면 문제가 생기는 만큼 효율적인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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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욱 기자 gun2023@hanyang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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