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 이번에도 어김없이 박은빈에 푹 빠져버리것네 잉('무인도의 디바')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3. 11. 6.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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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의 디바’, 또 가슴 뛰게 하는 박은빈이 전하는 위로와 응원

[엔터미디어=정덕현] "오메..." 윤란주(김효진)가 꼭 안아주자 서목하(박은빈)는 황송하다는 듯 그런 탄성을 내뱉는다. 찰진 사투리가 툭툭 튀어나오는 서목하의 말들은 어찌 보면 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에서만 살아왔을 윤란주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이상하게도 그 거리감 때문인지 인간적이고 따뜻한 정감이 묻어난다. 그래서 화려하고 말끔하고 번지르르하지만 한껏 이용해 먹고 불필요하면 용도폐기하는 세상 앞에 깊은 상처를 받은 윤란주에게 서목하의 이 투박한 사투리는 심지어 기대고픈 위로로 다가온다.

tvN 토일드라마 <무인도의 디바>는 서목하라는 순수함과 용감함으로 변치 않는 마음을 가진 팬이 이제 나락으로 떨어져 버려 모두가 등을 돌린 윤란주라는 가수를 끝까지 응원하고 지지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윤란주에게 서목하가 아무 조건도 없이 보내는 응원과 지지와 위로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컥하게 만드는 면이 있다. 무엇이 이런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걸까.

그건 마치 윤란주라는 인물이, 가치가 없다 여겨지면 외면 받고 용도 폐기되는 자본 세상에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표상하는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그 인물에 몰입하게 되고 그 상실감을 공감하게 된다. 모두가 등 돌릴 때 나타나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며 윤란주의 마지막 팬을 자처하는 서목하라는 존재가 던지는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그 상실의 아픔을 보듬어주고 새살을 돋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윤란주가 용도 폐기된 이유는 성대결절 때문에 제대로 노래를 할 수 없게 됐고, 그래서 방송과 공연에 나가지 않게 되자 불성실한 사람으로까지 치부된 게 가장 크지만, 그 이외에도 함께 동업을 시작했던 매니저 이서준(김주헌)의 변심과 욕심이 또 다른 이유였다. 즉 윤란주가 아무 것도 없던 이서준을 생각해 앨범이 2천만 장 팔릴 때 지분의 50%를 자신이 갖겠다는 계약을 해준 것이지만, 이서준은 회사를 혼자 갖기 위해 사실상 윤란주의 어려움을 방치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결국 용도 폐기의 진짜 이유는 성대결절 같은 위기가 왔을 때 이를 함께 극복하기보다는 그녀를 버리고 은모래(배강희) 같은 신인 아이돌로 '상품을 교체'한 이서준의 욕심이 작용했다. 그는 란주엔터테인먼트를 RJ엔터로 CI를 바꾸고 리브랜딩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보통 꽃봉오리가 만개하는 것까지 보고 싶어 합니다. 시들기 시작하면 관심을 끊어요. 자 그럼 엔터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네. 꽃이 시들기 전에 얼른 다음 꽃을 심어야죠." 이것이 그가 생각하는 비즈니스인데 안타깝게도 이건 또한 다름 아닌 우리네 자본화된 삶의 방식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이러한 자본의 논리와 상관없이 윤란주에 대한 애정을 여전히 쏟아내는 서목하가 하는 말들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시상에 언니 팬이 딱 하나 남았다고 하믄, 언니, 응? 그것은 서목하고요. 언니 팬이 없다고 하믄 그것은 이 서목하가 세상에 없어져 붓다 치면 돼요, 언니. 언니, 지는요 언니. 언니를 위한 것은 뭣이든 해요, 언니. 어 풍선 그깠거 불라믄 천 개, 만 개도 불어요, 언니. 일도 아니어요, 언니. 그니까요 언니 응? 힘내 불어요잉."

박은빈은 이 서목하라는 인물이 가진 따뜻함과 인간적인 모습을 찰진 사투리에 녹여 전한다. 이 무인도에서 나온 인물은 그래서 갖고 있는 세속과는 동떨어진 순수함과 두려움을 이겨낸 용감함과 더불어 끝내 버텨낸 남다른 생존력을 가진 존재로 다채로운 결을 보여주는데 박은빈은 때론 귀엽고 때론 따뜻하고 때론 당찬데다 때론 무대 위에서 반짝반짝 빛나면서도 때론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을 가진 입체적인 인물로 연기해낸다.

이러니 <무인도의 디바>를 보는 시청자들은 박은빈이 입체적으로 축조해낸 서목하라는 인물이 쏟아내는 위로와 응원에 대책 없이 먹먹해진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도 그랬지만 이 서목하라는 인물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면서 <무인도의 디바>라는 제목이 새롭게 보인다. 어쩌면 이 살벌한 자본 세상이 무인도이고 우리 모두 인간적 온기가 사라진 그곳에 하루하루를 '존버'하며 살아가고 있는 존재들일 게다. 그러니 그곳에 갑자기 나타나 우리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서목하 아니 박은빈이라는 디바에 대책 없이 빠져 들 수밖에.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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