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인요한 허수아비 만들면 망한다[김종호의 시론]
“민심은 천심”도 진정성이 관건
의미 큰 혁신위 권고·의결 내용
‘윤핵관’ 등 불출마나 험지 출마
전폭 수용에 尹 대통령 앞장서야
총선도 참패 부르면 국가적 재앙
김형석 교수 충언도 깊이 새길 때
“정당 쇄신” “정치 혁신” “민심은 천심” 등은 여야(與野)를 막론하고 정치권의 상투어다. 이를 화두로 삼는 것은 선거가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관건은 진정성이다. 실체는 더 두고 봐야 알 수 있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는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행보가 민심에 가장 근접한 ‘쇄신·혁신’인 것으로 비친다. 그는 지난 3일 혁신위 회의를 주재한 뒤 “지도부 및 중진,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의원들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수도권 지역의 어려운 곳에 출마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민심 이반을 부른 지도부, 공천이 곧 당선인 영남 지역 ‘웰빙 다선 의원’, 윤석열 대통령 측근 행세를 해온 ‘윤핵관’ 등의 불출마나 험지 출마를 여당 공식 기구를 통해 ‘정치적 권고’ 형식으로나마 ‘강력 요구’한 것은 의미가 크다. 인 위원장은 “구체적으로 거명하지 않아도, 누군지 다 안다”고 했다.
현재 300명인 국회의원 정수의 10% 감축과 불체포특권 전면 포기, 구속 때는 세비 전액 박탈, 회의 불출석은 세비 삭감, 평가 하위 20%의 공천 원천 배제 등 혁신위가 의결한 4가지도 민심 반영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지난 6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의원 10% 줄여도 국회는 잘 돌아간다. 아무 문제 없다. 엉뚱한 정쟁 유발, 포퓰리즘에 골몰할 시간에 진짜 일만 하면 된다”고 했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도 예외여선 안 된다. 범죄를 저지르고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기까지는 세비를 그대로 챙기는 특혜 또한 폐지해야 마땅하다.
기득권자들은 반발한다. 윤핵관 핵심으로 알려진 이철규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부터 “영남 중진을 수도권에 내보낸다고 다 이기는 것도 아닌데, 그럼 앞으로 소는 누가 키우냐”고 했다. 다른 윤핵관들도 “개인 의견을 내질러 본 것 같다. 서울에서 당선될 영남 중진은 한 명도 안 보이는데, 몰살시키겠다는 거냐” “정치적 고려장(高麗葬)” 운운했다. 어느 중진은 “더불어민주당만 도와주는 꼴”이라고 강변했다. 혁신위는 ‘국민 눈속임을 위한 쇼 조직’이라는 건가. 혁신위에 “전권(全權)을 준다”고 한 것도 거짓말이었나. “중진 불출마 지역에 친윤, 검사 출신을 채우는 것 아니냐” 하는 우려에, 인 위원장은 “그것은 스스로 죽는 것이다. 이상한 약을 먹고 죽는 거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인요한 혁신위’를 허수아비로 만들면, 여당은 더 망한다. 지난 10월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를 내년 4월 10일 제22대 총선에서도 재연할 개연성이 커진다. 남은 임기마저 개혁 과제의 실행은커녕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려는 ‘거야(巨野) 독주’ 아래의 ‘식물 정부’가 된다. 심지어 야당 일각에선 ‘절대 의석’인 200석 확보까지 공개 거론하는 상황이다. 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법률안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무력화, 대통령 탄핵소추 등도 노골적으로 꺼낸다. 국가적 재앙의 예고와 다름없다. 여당은 ‘인요한 혁신안’부터 전폭 수용해야 한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회피·거부해선 안 된다.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 후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어떤 비판에도 변명해선 안 된다”고 했던 윤 대통령이 앞장서야 할 것임은 물론이다. 그래야 국민 앞에서 “저보고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아, 크게 반성하고 더 소통하려고 한다. 다른 누구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대통령인 제 책임, 정부의 책임이라는 확고한 인식을 갖고 민심을 경청하겠다”고 한 다짐이 빈말이 아니라는 것도 보여줄 수 있다.
또, 버스가 지나간 뒤에야 손을 드는 식이어선 안 된다. ‘대한민국 1세대 철학자’로, 사회적 원로인 김형석(103) 연세대 명예교수의 언론 인터뷰를 통한 충언도 깊이 새길 필요가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진실 된 대통령이어야 한다. 내가 북한의 공산 치하를 직접 겪어봐서 아는데, 좌파엔 진실이 없다. 진실을 조작해서라도 이기려는 게 좌파다. 그러나 진실의 힘이 결국 이긴다. 대통령이 진실 된 태도로 일하면, 자연스레 사회 통합이 되고 나중에 제대로 평가받는다.” 그러곤 인사(人事)에 대해, 이렇게 덧붙였다. “지금 윤 대통령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가 ‘인사난’ 같은데, 등용의 폭을 넓히고 젊은 사람도 많이 썼으면 좋겠다. 외부에서 적극 추천을 받고, 검증도 철저하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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