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고발지침 개정안, 문제 많다[포럼]

2023. 11. 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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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정거래법 위반행위 '고발지침' 개정을 둘러싸고, 대기업집단 규제의 강도가 지나친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종래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이익 제공에 관여한 특수관계인의 '법 위반 정도가 중대한 경우'에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하던 제한요건을 없애고, 일단 고발부터 한 후 검찰 수사를 통해 특수관계인의 관여 정도를 밝히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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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윤 연세대 명예교수, 한국경쟁포럼 회장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정거래법 위반행위 ‘고발지침’ 개정을 둘러싸고, 대기업집단 규제의 강도가 지나친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종래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이익 제공에 관여한 특수관계인의 ‘법 위반 정도가 중대한 경우’에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하던 제한요건을 없애고, 일단 고발부터 한 후 검찰 수사를 통해 특수관계인의 관여 정도를 밝히도록 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 제재의 본래 목적이 행위자 응징보다 억제 및 재발 방지에 있다는 점을 간과한 듯하다.

현행 공정거래법이나 고발지침에서 ‘법 위반의 중대성’을 고발의 전제조건으로 삼았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원래 형벌은 국가 보복적 성격이 강해 다른 제재 수단이 작동하지 않는 경우에 최후 수단으로(ultima ratio) 사용돼야 한다는 ‘형벌의 보충성 원리’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오늘날 카르텔이나 독점화 같은 경쟁의 핵심 가치를 침해하는 경우에만 형벌을 부과하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이기도 하다.

둘째,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는 그 동기와 경제적 효과가 다양해 법 위반 여부를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해 공정거래법은 ‘객관적으로 중대하고 명백한’ 위반이 있는 경우에만 형사고발할 수 있도록 하고, 그 판단을 전문 행정기관인 공정위에 맡기고 있다. 이는 피규제자인 기업을 무분별한 형사소추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당연한 조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침 개정안대로, 특수관계인이 부당한 이익 제공에 관여됐다는 사실만으로 어떠한 완충장치 없이 형벌의 잣대로 부당성을 통제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기업 경영은 소극적·방어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또한, 위법성이 명확지 않거나 혁신적인 행위마저 억제하는 효과(over-deterrence effect)가 나타날 수 있다. 사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공정거래법이 언제부턴가 시장경제를 정당하게 질서 지우고 경쟁을 보호하는 데 주력하기보다 우리 사회의 각종 정책 현안을 편의적으로 해결하는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다.

대기업집단 내부거래를 쉽게 ‘사익편취’로 예단해 카르텔과 같은 중대법익 침해 시 적용돼야 할 ‘당연위법의 원칙’으로 규제하려 하거나, 이번 개정안처럼 특수관계인 고발에 강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 그 대표적인 사례다. 개정안에서 시장경쟁의 보호와 직접 관련 없는 ‘생명·건강 등 안전에의 영향’ ‘사회적 파급효과’ ‘국가재정에 끼친 영향’ 등이 현저한 경우에 공정위가 고발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는 합법과 불법, 이익과 불이익, 상당성과 부당성의 구분이 애매한 상태에서 중장기 경영전략 차원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거래의 부당성 여부도 전체적인 거래의 연속성 가운데 구체적인 거래 행태나 시장 상황, 성과 분석을 통해 사후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고려한다면, 외관상 명백히 특수관계인의 사익편취에 해당하지 않는 한, 전문 행정기관인 공정위 스스로 이익 제공의 부당성과 법 위반의 중대성은 물론 대법원 판례가 요구하는 부당이익 제공에 따른 경제력 집중 위험성까지 분석 판단해 형사고발 여부를 결정해야 마땅하다.

신현윤 연세대 명예교수, 한국경쟁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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