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출마 선언' 6선 박병석 "22대 국회는 상생·협치 개혁 이뤄주길"

김성은 기자 2023. 11. 6.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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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21대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6선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22대 총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11.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국회의장을 지낸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박 전 의장은 21대 현역 의원 중 최다선으로, 여야 통틀어 유일한 6선 의원이다. 박 전 의장은 이번 결심을 통해 정계 변화의 물꼬가 트이길 기대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지역주의 타파 꿈 안고 DJ 권유로 정계 입문해 한 지역서 내리 6선···박수 받을 때 떠난다
박 전 의장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의원실(804호)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열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사랑하는 대전시민 여러분, 당원동지 여러분, 저는 내년 22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는 보고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박 전 의장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홍콩 특파원 시절 중국 톈안먼 사태를 취재하며 자오쯔양 실각을 단독 보도, 1989년 한국기자상을 받았다. 중국어 실력과 기자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국회 한중의회외교포럼 회장을 지내는 등 '중국통'으로 꼽힌다.

그는 고건 전 총리가 서울시장을 맡을 때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냈다. 고 전 총리가 '서울시에서 가장 성실한 공무원'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박 전 의장은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 새천년민주당의 대변인을 맡기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자유민주연합(자민련) 텃밭인 대전에 민주당 간판으로 출마할 때 고 전 총리가 출마를 말렸단 일화도 있지만 그는 정계 입문 이후 한번도 당적을 바꾸지 않았고 한 지역구(대전 서구갑)에서 내리 의원 배지를 달았다.

박 전 의장은 "국회의원으로 국가와 국민에 기여한다는 저의 소명을 감당하기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열정을 다해 헌신했고 이제 국회에서의 저의 역할은 내려놓을 때라고 판단했다"며 "23년 전 고향인 대전에서 총선 출마하면서 간절한 꿈이 있었다. 바로 지역주의 타파라는 꿈이었다. 간절하고도 무모한 꿈을 안고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심정으로 민주당의 불모지 대전에 도전했다"고 했다.

박 전 의장은 이번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에 대해 "이제 저의 빈 자리는 시대적 소명에 투철하고 균형감각과 열정을 갖춘 새 사람이 이어주길 염원하면서 저의 불출마 결정을 밝힌다"며 "(한 지역에서) 6번 낙선 없이 선택받았고 국회의장을 했으면 국회에서의 할 일을 다 한 것 아닌가. 들어갈 때와 나갈 때를 잘 판단해야 하는데 박수가 남아있을 때 (불출마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발표 시기를 국감 직후에 할지, 정기국회가 끝나는 시점에 할지 고민은 있었다며 "여러 물꼬를 트는 데 길을 열어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이 있었다. (기자회견) 20분 전에 당 지도부(이재명 대표·홍익표 원내대표)에게 결심을 알렸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21대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6선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22대 총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11.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국회 세종의사당법 통과 기억에 남아···'연합과반' 만들 선거제도 필요"
이번 결정이 민주당 내 다선 중진 의원들의 용퇴에 영향을 줄지에 대해서는 "선수가 출마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된다"며 "정치도 노·장·청 결합이 가능할 때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청년의 패기, 장년의 추진력, 노장의 경륜·지혜가 어우러질 때 사회가 발전된다 생각하고 어느 정도 비율을 가져갈지는 시대 상황에 따라 조절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전 의장은 임기 중 기억에 남는 성과에 대해 "21대 전반기 국회의장 재임기간 국가균형발전의 획기적 이정표가 될 국회세종의사당법을 저의 주도하에 여야 합의로 통과시킬 수 있었다"며 "(의장 임기를 마친 뒤) 고별사 때 여야 의원들이 기립 박수를 치리라곤 생각도 못했고 큰 감동이었다"고 말했다.

아쉬운 부분들도 털어놨다. 박 전 의장은 "국회가 3권 분립의 토대 위에 굳게 서서 상생과 협치의 길을 여는 것은 아직도 먼 이야기"라며 "대화와 타협의 정치는 제왕적이라고 지적되는 대통령제의 권한을 분산시키는 개헌으로만 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협치를 만들기 위해 어느 한 당도 전체 의석의 절반을 넘지 않게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며 "1당이든 2당이든 다른 한 당 이상과 합의할 때만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는 '연합과반'을 만들 수 있는 선거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전 의장은 국가균형발전에 힘써온 만큼 최근 여권을 중심으로 논의중인 김포 서울 편입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박 전 의장은 "서울의 경쟁력, 삶의 질은 서울을 채우는 데서 오는 게 아니라 비우는 데서 온다"며 "수도권은 넘쳐서 문제고 지방은 모자라서 문제다. 11.8%밖에 안 되는 수도권지역에 인구의 50.6%가 살고 모든 돈과 사람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또 "행정 구역 개편을 하려면 국가 전체의 큰 틀을 세운 뒤 추진하는 것이 옳다"며 "부울경 메가시티, 충청 메가시티 등이 최소한 같이 가거나 지방이 먼저라는 생각도 있다"고 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혁신 경쟁에 나설 것인 가운데 친정인 민주당을 향한 쓴소리도 내놨다.

박 전 의장은 "민주당은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에 취하지 말아야 한다. 선거 승리를 민주당이 잘해서 한 것인지, 반사이익인지 냉철하게 하고 빨리 잊어야 한다"며 "국민의힘은 민심이 무엇인지 그 핵심부터 접근하는 게 순서다. 다만 국민의힘 최근 변화의 움직임은 긍정적으로 본다"고도 했다.

박 전 의장은 "22대 국회는 국민의 신뢰속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한 상생과 협치의 제도개혁을 반드시 이뤄달라"며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기관으로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는 사명의식을 늘 가슴에 담아 달라. 여건 야건, 당보다 국가와 국민이 우선이며 국회의원의 모든 것이 역사에 기록된다는 초심을 간직해 달라"고 했다.

한편 박 전 의장은 내년 5월말까지의 남은 의정활동에 최선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의원으로서 재직한 동안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 관련 다양한 활동을 해 온 만큼 앞으로 한반도 동북아 정세에 대해 더 깊이 연구, 분석하고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가와 대전에 대한 헌신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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