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칼럼] 매력적인 혁신생태계를 위한 조건
디지털 경제 시대가 도래하면서 국가뿐만 아니라 지역,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새로운 트렌드에 적응하고 이와 관련된 기술들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자체 R&D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트렌드를 반영하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최근 기존 시장 지배기업들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스타트업과의 협업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기술혁신 관점에서 연결성을 찾는 연구들이 수행되고 있다. 또한 지역 주력산업과 연관된 스타트업의 유치가 지역 기업 성과 창출에 영향을 미치는 스필오버 효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수년간 관심을 모으고 있는 런던 킹스크로스를 중심으로 한 지식지구(knowledge quarter)야말로 공공과 민간이 추구하는 성장전략이 합의를 이룬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오래된 구도심의 상징이었던 킹스크로스 일대가 새로운 다국적 기업, 문화예술, 교육시설의 집적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성화를 촉진하는 매력적인 혁신생태계로 진화하고 있는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해당 지역에는 혁신을 선도하는 다국적 기업들이 있는데, 이들은 판크라스 스퀘어의 삼각형 광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플랫폼 기업인 구글(Google), 글로벌 커뮤니케이션회사인 하바스(Havas), 글로벌 음반회사인 유니버셜 뮤직(Universal Music)이다. 판크라스 스퀘어가 갖는 삼각형의 안정적인 구조 때문인지 번잡한 기차역과 가까우면서도 사뭇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보행자의 평균키와 나뭇잎이 내려오는 위치까지 고려했다고 하니 기업이나 방문객들에게 최고 수준의 공공환경이 제공되는 셈이다. 이러한 환경과 더불어 핵심기업들의 집적은 이들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전 세계 유망기업들을 해당 지역으로 유인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생태계의 매력도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혁신생태계의 성장에는 다국적 기업이나 대기업의 역할이 중요한데, 관련 연구를 살펴보면 흥미롭게도 주로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의 관계를 다루고 있는 연구들이 많다. 학자 및 정책입안자들은 이들과 함께 대학, 출연연, 공공기관, 민간기관 등이 참여하는 혁신생태계(innovation ecosystem)의 효과에 대한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왜 그럴까? 스타트업은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자본금이나 브랜드 인지도 및 평판 등이 기존 기업에 비해 뒤처지기 때문에 초기 시장진입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따라서 이들은 초기 시장진입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 시장지배력을 가진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한 의사결정을 추진한다. 반대로 스타트업의 빠른 의사결정과 혁신적인 기술역량은 협업 파트너로서 매력도를 높이는 요인이 된다.
한편 두 가지 미스매치가 대기업과-창업기업 간의 협력을 방해한다. 하나는 기업문화의 차이로 스타트업은 종종 대기업의 표준화된 프로세스와 계층 구조 등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반대로 대기업들은 스타트업의 일하는 방식을 덜 체계적으로 인식하거나 즉각적으로 그들이 원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전통적인 공급업체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스타트업은 애자일하게 지속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정의하면서 혁신을 추구한다. 대기업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애자일한 전략이 혼돈으로 느껴질 수 있다. 또 다른 미스매치는 두 협력 형태 간 지식의 비대칭성(knowledge asymmetries)으로 인해 발생한다. 스타트업은 뛰어난 기술적 역량을 갖추고 있지만 경영이나 시장에 대한 지식은 아무래도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트너 기업들은 대기업 차원의 기대를 전달하게 되면서 초기 신뢰 구축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지식의 전달과 흡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상호간 이러한 차이를 인정하고 효과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매개자의 역할이다.
공공기관 등 매개자들은 전달된 지식의 해석자가 되어 지식창출 과정에 보다 용이하게 참여가 가능한데 이들의 역할로는 지식 이전 비용 절감, 경쟁 긴장 완화, 외부 지식에 대한 인식 및 신뢰 조성(Chiambaretto et al., 2019) 등이 포함된다. 매개자들은 혁신생태계와 긴밀히 상호작용하고 협력하면서 참여자들(스타트업, 대기업, 중개인, 연구기관, 공공기관) 간의 협력관계는 점점 더 촘촘해지고 복잡해지는 형태로 생태계는 진화한다.
즉, 글로벌 수준의 기업이나 기관들이 집적할 수 있는 매력적인 혁신생태계를 육성하고 자생적인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개별 스타트업 육성을 벗어나 생태계적 관점으로 정책이 구사되어야 하며 생태계 내의 협력에 있어서도 장벽이 되는 요인들을 감소시킬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스타트업 육성의 정량적 목표를 넘어서 앞서 언급된 미스매치 극복 및 생태계 육성을 위한 스타트업들의 유인 조건과 다양한 참여자들이 그들의 임무에 부합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부분까지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김은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데이터분석본부장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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