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 짧은 고금리 상품 찾아요"… 단기예금에 돈 몰린다

박슬기 기자 2023. 11. 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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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지난해 4분기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출시했던 고금리 예·적금 만기가 돌아오면서 이를 재유치하기 위한 단기예금 금리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단기예금 금리를 인상하며 시중자금 끌어들이기에 나섰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한달적금' 누적 계좌 개설 수는 지난 3일 100만좌를 돌파했다. 지난 23일 출시된 이후 약 11일 만에 이같은 성과를 낸 것이다.

카카오뱅크가 출시한 '한달적금'은 31일 동안 매일 하루에 한번 최소 100원부터 3만원까지 1원 단위로 자유롭게 납입할 수 있는 적금 상품이다. 최고 연 8.0%의 금리를 받을 수 있는게 특징이다.

기본 금리 연 2.5%에 매일 적금을 납입할 때 마다 우대금리 0.1%포인트를 제공한다. 5·10·15·20·25·31회 등 최대 6회의 보너스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인터넷전문은행 이외에 시중은행도 예금 만기가 짧을수록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KB국민은행은 'KB 스타(Star) 정기예금'의 최고금리를 연 4.0%로 책정했는데 해당 금리를 받기 위해선 만기가 '6개월 이상~12개월 미만'이어야 한다.

같은 상품의 만기를 '12개월 이상~24개월 미만', '24개월 이상~36개월 미만', '36개월'로 설정하면 금리가 각각 3.95%, 3.22%, 3.17%로 최고금리보다 낮다.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도 최고금리인 4.05%를 받으려면 만기를 '6개월 이상~12개월 미만'으로 설정해야 한다.

만기를 '12개월 이상~24개월 미만', '24개월 이상~36개월 미만'으로 택하면 금리가 각각 3.95%, 3.30%로 낮아진다. 36개월 이상 만기는 3.40%다.

지방은행도 마찬가지다. 부산은행은 더(The) 레벨업 정기예금 6개월 만기 금리를 3.79%로 책정해 12개월 만기(3.75%)보다 0.04%포인트 높였다. 더(The) 특판 정기예금 역시 6개월 만기 금리가 3.79%로 12개월 만기보다 0.04%포인트 높다.


단기예금 금리, 더 높은 이유는


통상 은행들은 만기가 12개월인 정기예금 상품에 최고금리를 적용해왔다.

예금자들은 통상 만기 12개월짜리 예금상품에 가입하는 경향이 강하고 은행 역시 만기가 12개월 이상 돼야 수신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어서다. 다만 기준금리 인하 등 시장 환경이 변화할 때를 대응하기 위해 만기가 2~3년인 수신 상품은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제시해왔다.

하지만 은행들이 단기예금 금리를 12개월 만기 상품보다 더 높게 책정하는 이유는 예금 만기를 분산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이맘때 레고랜드 사태가 불거지면서 은행들은 채권 금리가 치솟자 은행채를 발행하는 대신 고금리 수신 상품을 출시해 자금을 조달했다.

당시 판매한 고금리 수신상품의 만기가 12개월로 설정된 경우가 대다수여서 은행들은 올 4분기 자금조달 부담을 한꺼번에 떠안게 된 것이다.

지난해 9~11월 불어난 금융사 정기예금은 116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에 은행들은 만기가 짧은 예금 상품에도 금리를 높게 책정해 당시 예치했던 시중자금을 유치하는 동시에 만기 분산 전략을 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선 고금리 장기화에 국내 주식시장이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자 갈 곳을 잃은 투자자들이 단기 수신 상품으로 일단 돈을 묻어두고 시장을 지켜보려는 관망세가 뚜렷해지자 은행들이 이에 맞춰 단기예금 상품의 금리를 끌어올렸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같은 경향은 2금융권에서도 나타난다. OSB저축은행의 '단리정기예금'은 만기를 6개월로 할 경우 최고금리가 4.542%로 9개월(4.156%)이나 12개월(4.177%)로 했을 때보다 훨씬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오투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도 만기를 6개월로 설정할 때 4.4%로 12개월(4.30%)보다 0.10%포인트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은행권엔 만기가 짧은 상품에 시중자금이 모이는 모습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따르면 지난 8월 말 전체 예금은행의 만기 6개월 미만 단기예금 잔액은 189조7606억원으로 전월 대비 10조9790억원 증가했다. 만기 6개월 미만 단기예금은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만 해도 전월 대비 감소세를 지속했지만 ▲6월 7807억원 ▲7월 9조4458억원 ▲8월 10조9790억원 등 매월 크게 늘고 있다.

반면 1년 이상 2년 미만 예금은 올 5월 17조7511억원 늘다가 ▲6월 6조9406억원 ▲7월 6조1780억원 ▲8월 1조6517억원 등 매월 증가폭이 줄고 있다. 단기예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지켜보려는 대기성 자금이 늘고 있다"며 "고금리 장기화와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만기가 짧으면서도 수익률이 높은 금융상품에 수요가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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