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 팔 새 없는 나영석표 시골 예능의 진화, '콩콩팥팥'
아이즈 ize 최영균(칼럼니스트)
tvN에서 매주 목요일에 방송 중인 '콩심은 데 콩나고 팥심은 데 팥난다'(이하 '콩콩팥팥')는 최근 돋보이는 예능 중 하나다.
최고의 히트메이커 PD 나영석의 신작답게 3.2%(이하 닐슨코리아)로 시작한 이후 4%대 시청률을 이어가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배우 절친인 이광수 김우빈 도경수 김기방이 출연해 강원도 인제군에서 밭농사를 짓는 내용이다.
농사에 대해 일도 모르는 배우 네 명이 좌충우돌 작물 키우기에 도전하는데 농사 전문가들 이웃의 도움을 받아 농사일에 점차 익숙해져 가는 과정이 재밋거리다. 농사일을 안 해본 도시의 시청자들에게는 작물이 싹을 틔우고 자라는 모습 자체도 흥미로운 장면들이다.
여기에 에능 치트키인 이광수의 개그 리드, 차분하지만 의외로 고집 세고 말 안 듣는 김우빈, 뭐든지 시도해보는 에너자이저 도경수, 멤버 중에는 농사일에 가장 적응이 빠른 맏형 김기방의 캐릭터가 뚜렷이 나뉘어서 이들이 서로 맞붙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웃음 화학작용도 상당하다.
사실 농사짓는 예능은 나 PD가 할 만큼 해본 포맷이다. 2014년부터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예능의 살아있는 전설이 된 '삼시세끼'가 그것이다. 산촌과 어촌을 찾아 현지의 재료로 음식을 해 먹는 요리 예능이 본질이지만 이 과정에서 작물을 재배해 먹기도 해 농사를 예능 소재로 쓴 프로그램이다.
높은 시청률과 큰 인기를 누린 '삼시세끼'는 기존 예능의 화끈한 웃음 유발 장치 없이 시골에서 잔잔한 에피소드 나열로 흘러가기만 해도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예능 혁신을 이뤄낸 작품이다.
시청자들은 이런 '시골' 예능을 '틀어 놓고 딴짓하면서 보기 좋은 예능'이라 부르면서 때로는 힐링까지 느끼면서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높은 시청 충성도를 보였다. 슴슴한데 자꾸 찾게 되는 평양냉면 같은 예능이라 설명되기도 한다.
나 PD의 작품 세계에는 '신서유기'나 '도전 지구오락실'처럼 하이 텐션의 난장판 예능이 한 축을 형성하고 꽃보다 시리즈, 윤식당 시리즈 등이 '삼시세끼'와 결을 같이 하며 또 다른 한 축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삼시세끼'와 시골 예능으로 교집합을 갖는 듯한 '콩콩팥팥'은 '틀어 놓고 딴짓하면서 보기'에는 좀 애매하다. 슴슴한 듯하면서도 그렇지 않다. 그 이유는 '삼시세끼'에 비해 진행이 타이트한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삼시세끼'는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늘어지는 흐름이라며 아쉬워하는 일부 시청자도 있다. 반면 '콩콩팥팥'은 농사를 체험하는 출연진들을 관찰하는 포맷은 기존 '삼시세끼'류 예능과 큰 차이가 없는데 훨씬 속도감이 있다.
'콩콩팥팥'이 '삼시세끼'와 다른 점은 우선 농촌에서 계속 밤낮을 생활하지 않는다. 주말농장에 참가하듯 1박 2일로 치고 빠지는 느낌으로 다녀온다. 그로 인해 서울에서 모여서 출발하는 데서 발생하는 에피소드 분량도 계속 등장한다.
장기간 체류하며 자지 않고 서울과 현지를 오가니 환경의 전환도 잦아 농촌에서 진행되는 밭농사가 단순 작업을 반복해도 늘어지지 않는 느낌이다. 마치 주말농장 참여자들이 현지에 있는 시간이 제한적이라 알차게 쓰기 위해 한번 가면 정신 없이 활동하듯이 방송 자체도 농도 짙고 빠르게 전개된다.
이를 더욱 확실하게 만드는 것은 제작 방식이다. 나 PD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며 연출을 진행하는 경우가 자주 보이는데 기존 예능보다 적은 인원으로 좀 더 덜 격식을 차리면서 촬영한다. 카메라가 흔들리는 상황이 잦고 페이크 다큐나 유튜브 콘텐츠를 보는 듯 날 것의 느낌이 강한데 이런 제작 방식도 생동감을 부여해 진행이 늘어지는 것을 줄여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콩콩팥팥'은 채소가 자라고 이를 맛을 보고 주위와 나누면서 행복해하는 출연진들의 모습을 보면 '삼시세끼'가 전하는 힐링도 일정 부분 담아내고 있다. '콩콩팥팥'에는 늘어지지 않는 재미와 힐링이 공존한다.
이대로 프로그램을 잘 마치면 '콩콩팥팥'은 나영석표 시골 예능의 진화로 평가받을 수 있을 듯하다. '콩콩팥팥'의 남은 방송분은 그래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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