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枯死)에 소각(燒却)까지…경남도청 기념식수 수난 시대

강승우 2023. 11. 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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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사림동 경남도의회 건물 뒤편의 공터.

현재 이곳에서는 사업비 190억원을 들여 연면적 3570.315㎡에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의 도의회 증축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특히 잘려 나간 나무 중에는 1983년 부산에서 창원으로 경남도청사 이전을 기념하며 '재부경남시군향우회장단'이 기증해 심었던 식수(植樹) 느티나무도 포함돼 있어 논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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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사림동 경남도의회 건물 뒤편의 공터.

현재 이곳에서는 사업비 190억원을 들여 연면적 3570.315㎡에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의 도의회 증축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경남도의회 증축 공사에 따른 벌목 작업으로 이곳에 심어져 있던 아름드리 나무들이 잘려 나가고 있다.
그런데 공사 과정에서 이곳에 심어져 있던 나무 100여 그루가 마구 잘려 나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의회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다.

특히 잘려 나간 나무 중에는 1983년 부산에서 창원으로 경남도청사 이전을 기념하며 ‘재부경남시군향우회장단’이 기증해 심었던 식수(植樹) 느티나무도 포함돼 있어 논란이다. 느티나무는 경남도를 상징하는 도목(道木)이기도 하다.

경남도청 기념식수가 수난을 겪은 적이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과거 경남도지사 시절인 2016년 6월 1조3000여억 원에 달하던 경남도 채무를 ‘0’으로 만든 것을 기념하며 경남도가 ‘채무 제로’ 기념식수(사과나무)를 심었던 적이 있었다.

당시 홍 전 지사는 “미래 세대에 빛이 아닌 희망을 물려준다는 의미로 사과나무를 심는다. 사과나무가 징비록이 돼 채무에 대한 경계가 됐으면 한다”며 기념식수에 의미를 부여했다.
경남도의회 증축 공사에 따른 벌목 작업으로 이곳에 심어져 있던 아름드리 나무들이 잘려 나가고 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과나무 잎이 말라가며 죽어 가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4개월 뒤 기념식수를 40년생 주목으로 바꿔 다시 심었다.

그런데 이 주목도 고사(枯死) 위기에 처해졌고, 그 이듬해 4월 다른 주목으로 대체해 기념식수를 다시 심었다.

결과적으로는 이 3그루의 기념식수가 모두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잘려 나간 도청 이전 기념식수는 폐기물로 처리돼 결국 소각(燒却)됐다고 한다.

증축 공사 중 나무 벌목 건에 대해 도의회는 △수목 이식 시 비용 과다 △공기 연장 △예산 초과에 따른 중앙투자재심사 등을 고려해 ‘이식이 어렵다’는 판단에 나무를 제거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창원시가 S-BRT(간선급행버스체계) 공사를 하면서 도로 중앙에 심은 대동나무 450여 그루를 살리기 위해 다른 곳에 이식한 것과 비교하면 도의회의 이런 결정에 도민 시선이 곱지가 않다.

공사 부지 소유주인 경남도도 지장물 처리에 대해 도의회의 제대로 된 설명이나 협의가 없었다며 불쾌한 심경을 드러내고 있다.

경남도 고위 관계자는 “현재는 도청과 도의회 인사가 분리 됐기에 개입할 여지가 없는데, 만약 인사권이 도청에 있었다면 벌목에 대한 그 책임을 물을 수도 있는 징계 사안”이라고 꼬집었다.
경남도의회 증축 공사에 따른 벌목 작업으로 이곳에 심어져 있던 아름드리 나무들이 잘려 나가고 있다.
도의회의 나무 벌목 결단 배경에는 현 도의회 의장의 ‘치적 쌓기’ 때문이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도의회 증축 공사는 내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하는데, 현 도의회 의장 임기가 내년 6월이어서 이를 맞추기 위해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것이다.

조경수 전문가인 ‘노거수를 찾는 사람들’ 대표 박정기 활동가는 “느티나무는 이식 성공률이 매우 높고, 기후변화에도 아주 효용가치도 높은 나무로 생물학적 뿐만 아니라 인문학적으로도 가치가 큰데 기념식수를 포함한 이런 나무를 베서 없앴다는 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기념식수 상징성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킬 필요가 있겠다”고 지적했다.

도의회는 증축 공사가 마무리되면 예산을 들여 기념수를 다시 심을 예정이다.

창원=글·사진 강승우 기자 ks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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