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올팍·에릭남·최시원…젊은 韓 '테크 셀레스터' 뜬다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젠지(GenZ) 세대' 대표 싱어송라이터로 떠오른 지올팍(Zior Park·박지원)의 원래 꿈은 '음악을 취미로 하는 사업가'였다.
과거 음악 관련된 스타트업 회사를 창립하기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가기도 했다. 올해 초 내놓은 앨범 '웨어 더즈 새스콰치 라이브? 파트 원' 타이틀곡 '크리스천(Christian)'으로 단숨에 주목 받는 뮤지션이 된 지올팍은 그럼에도 여전히 사업에 대한 꿈을 놓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신드롬즈' 법인 등기를 마친 뒤 이 회사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소비자 취향을 분석해 의류나 콘텐츠를 제작하는 회사로 알려졌다.
지올팍은 국내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행사인 '컴업(COMEUP) 2023' 연사로도 나선다. 오는 8~1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이 행사엔 국내·외 29개국 혁신 스타트업, 투자자, 창업 관계자가 참여한다.
지올팍은 스타트업 창업 경험과 이를 앞으로 어떻게 끌고 나갈지에 대한 비전 등을 대해 이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뮤지션으로서 정체성보다 사업가로서 정체성에 방점을 찍을 예정이다.
지올팍은 최근 '웨어 더즈 새스콰치 라이브? 파트 투'를 발매하고 '바이 바이 바이(BYE BYE BYE)(Feat. Sion)' 등 트리플 타이틀곡을 내세워 뮤지션 활동도 활발히 병행 중이다. 최근엔 세계 최대 오디오·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Spotify)의 '레이더 코리아(RADAR KOREA)' 아티스트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내 연예계에 지올팍 같은 '테크 셀러스터(Tech-Celester)'가 뜨고 있다. 테크(Tech)와 셀러브리티(Celebrity)를 의미하는 셀러를 합성한 단어다. 앞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연예인을 이렇게 부르면서 뜻이 굳혀졌다.
국내엔 지올팍 외에 콘텐츠 관련 스타트업을 운영 중인 가수 에릭남 등이 대표적인 셀러스터다. 앞서 힙합가수 겸 프로듀서 박재범이 소주 브랜드 '원소주'를 만든 주류 전문 스타트업 '원스피리츠'로 주목 받았다. 이 회사는 해외 투자 유치에도 성공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2세대 대표 K팝 걸그룹 '원더걸스' 출신 유빈도 르엔터테인먼트 설립과 함께 패션 브랜드 '데비어퍼'를 론칭하는 등 스타트업 창업자로서 새 인생을 시작했다.
한류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겸 배우 최시원은 지난달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연 '2023 스타트업콘'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그는 핀테크, K-뷰티, F&B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 투자자로 활동한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서울시의장 표창을 받기도 했다.
할리우드에선 일찌감치 테크 셀러스터들이 활약했다. 스타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미국의 폐기물 처리업체인 루비콘 등 친환경 스타트업 등에 투자를 해오고 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전기 영화 '잡스'에서 잡스를 연기한 애슈턴 커처는 대표적인 테크 셀러스터다. A그레이드 인베스트먼츠 등 벤처캐피털(VC)을 공동 설립한 그는 스포티파이,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 등에 초기투자했다.
미국 드라마 '다크 엔젤'로 유명한 배우 제시카 알바는 친환경 회사 '어니스트컴퍼니'를 창업해 2012년 포춘지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가 1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녀는 2013년 스타트업 창업가 자격으로 국내에서 열린 'SDF 서울디지털포럼 2013'에 참석해 연설하기도 했다.
연예인이 스타트업 대표로 나서는 건 본인에게나 회사에게나 윈윈일 경우가 많다.
예컨대 영화 '데드풀'로 익살이 섞인 재간을 선보인 배우 라이언 레이널즈는 스타트업 민트모바일을 육성하는 등 스타트업계 거물로 통한다. 성공적인 스타트업 운영 경력으로 트렌드에 앞서간다는 인상과 함께 지적인 면모도 얻었다. 영화와 반대되는 이미지를 아우른 것이다. 또 스타가 대표로 있는 경우 신뢰도가 상승하기 때문에 외부 투자 유치를 끌어내는 데도 유리하다.
최근 국내를 기반으로 삼는 테크 셀러스터들의 특징은 젊다는 것이다. 에릭남, 박재범, 최시원 모두 30대 중반이다. 특히 지올팍은 94년생으로 만 서른살을 앞두고 있다. 재능과 끼를 기반 삼아 일찌감치 다방면에 관심을 두는 행보가 여러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MZ세대의 성향과 맞물려 이들로부터 지지를 얻고 있다.
연예계 관계자는 "성공한 젊은 스타들 중에는 음악 외에도 패션, 환경 등에 관심이 많아 스타트업 공동 창업이나 스타트업 투자에 호기심을 보이는 이들이 많다"면서 "성공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 만큼 '테크 셀레스터'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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