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대전환으로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창간 32주년 특집]
新 부민강국 6대 키워드 - 미래 준비하는 교육개혁
수십명 한교실에 모여 수업
AI인재 시대 요구 못따라가
2025년 AI교과서 순차도입
“학생 때 디지털 도구 익히면
직장서 생산성 높일 수 있어”
‘교사와 교재가 없는 교실, 캠퍼스 없는 대학.’
세계 각국은 이미 인공지능(AI) 시대를 대비해 교육 대전환에 나서고 있다. 교육개혁을 통한 소프트웨어 인재 육성에 미래 국가 경쟁력이 달렸다는 판단에서다. 한국도 ‘신 부민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디지털 기기 활용 역량과 창의적 문제 해결 방식을 갖춘 21세기형 인재를 교실에서부터 양성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대학은 물론 초·중·고에서부터 ‘수십 명이 한 교실에 모여 같은 수업을 듣는’ 획일화된 교육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새로운 인재 요구하는 시대적 물결 = 한국은 AI 경쟁력에 비해 인재 부문에 있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달 12일 영국 토터스인텔리전스의 ‘글로벌 AI 지수’를 분석해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AI 경쟁력은 62개국 가운데 6위로 조사된 반면, 인재 부문에선 상대적으로 낮은 12위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엔지니어 같은 현장 인력 부문에선 20위를 기록해 종합순위와의 격차가 두드러졌다. 2022 AI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AI 부족 인력은 7841명으로 2020년(1609명), 2021년(3726명)에 이어 해마다 2배 이상씩 늘고 있다. 인재 양성의 기초가 되는 공교육도 부족한 실정이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지난해 5월 발표한 국제 정보·컴퓨팅 교육 실행 수준 분석 결과를 보면 한국은 15개국 가운데 9위로 평균보다 낮게 나타났다. 초등학교 17시간, 중학교 34시간의 상대적으로 적은 수업 시수가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1위 국가인 미국은(샌프란시스코 기준) 초등학교에서만 연 20시간씩 총 100시간, 중학교는 연 45시간씩 총 135시간을 가르치고 있다. 인재를 키우지 않으면 AI 선진국에서 AI 식민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윤석열 정부도 ‘디지털 인재 100만 양성’을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AI 시대 교육개혁 첨병은 대학 = 대학교육에서부터 혁신이 필요한 이유는 대학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으로 연결되는 세계적 흐름 외에도 △대학의 필요 △기업의 요구 △학생의 특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학이 시공간적 제약이 없는 학습 여건의 조성을 필요로 하고, 기업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능력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한국AI교육협회 회장인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도 “학생 때부터 디지털 학습 도구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면 직장인이 되고 나서 업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대학과 기업의 이 같은 변화는 어린 시절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자라 이른바 ‘디지털 네이티브’로 불리는 Z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의 입학·사회 진출 시기에 본격화됐다. 양 교수는 “입학생의 세대가 바뀌면서 대학에서도 자연스럽게 혁신을 시도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머지않아 현 Z세대보다도 디지털에 훨씬 익숙한 알파 세대(2010년 이후 출생)를 가르쳐야 하는 만큼 대학 교육 과정에 또 한 번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학가에서는 서울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지난 2016∼2017년부터 코딩이 교양필수 과목으로 지정돼왔는데, 이 같은 움직임이 공교육 변화에 따라 초등으로 대폭 당겨지면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특정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는 것에 한 학기를 투자한다는 데 대한 관점이 바뀌고 있다”며 “앞으로는 생성형 AI 활용 역량 제고에 상당히 초점이 맞춰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AI 디지털 교과서 등 공교육 변화 예고 = 오는 2025년부터 AI 디지털 교과서가 순차 도입되고 초·중등 코딩 교육이 의무화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학습 도구가 바뀌면 수업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문 교수는 “디지털 학습 도구를 활용한 결과물을 그대로 제출하면 학생의 창의성을 도리어 해치게 된다”며 “개인이 창의력을 발휘해 중간 산출물을 수정하도록 해서 최종 결과물만큼은 학생이 직접 만들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 교수도 “창의력과 사고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학생들이 가진 디지털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키워주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소현 기자 winn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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