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EN:]임영웅 콘서트에선 가능했던 것들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2023. 11. 6.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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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난방기기 갖춘 천막 쉼터 '히어로 스테이션', 팬들 교류 및 대기 장소로 활용
간이 화장실 10개 설치뿐 아니라 핸드볼경기장 내 화장실도 개방
키오스크 포함 계산대만 17개, 콘서트 MD 중 의류는 사이즈 체크도 가능
표 분실 시 재발행 가능, 부스별 시작·마감 시간 표시
포토 존 다수, 진행 요원이 사진도 직접 촬영
공연장 안에는 고화질 대형 전광판 추가 설치해 시야 확보 노력
10월 27~29일, 11월 3~5일 총 6회 8만 4천 관객 동원
임영웅은 지난달 27~29일, 이달 3~5일 총 6회 동안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2023 임영웅 전국 투어 콘서트 '아임 히어로' 서울 공연을 진행했다. 물고기뮤직 제공
"이렇게 잘해놓은 거 처음 봤어요. 콘서트 중 이번 해가 최고로 잘해놨죠. 전국을 다 다녀봐도." (60대 여성 팬 나수정씨)
"정말 최고의 콘서트예요. 나는 이거 보고 나서는 다른 콘서트는 못 볼 것 같아요. (…) (티켓 값이) 전혀 안 비싸요. '더 받아도 돼' 이런 생각이 오히려 들 정도였어요." (60대 여성 팬 김혜경씨)

티케팅만 했다 하면 순식간에 전석 매진될 만큼 큰 사랑을 받는 가수 임영웅. '이럴 바엔 호남평야에서 공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예매 때마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터였다. 지난달 27일부터 시작한 2023 임영웅 전국 투어 콘서트 '아임 히어로'(IM HERO) 서울 공연에서는 또 다른 점이 크게 화제가 됐다. 바로 관객을 위한 다양한 '편의 제공'이었다.

CBS노컷뉴스는 '아임 히어로' 서울 공연 마지막 날이었던 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케이스포돔) 인근을 방문해 임영웅 콘서트에서 볼 수 있는 시설과 서비스를 직접 확인했다. 공연장 인근에서 만난 '영웅시대'(임영웅 공식 팬덤명)에게 생생한 후기도 들었다.

서울 공연 마지막 날이었던 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인근에 있던 히어로 스테이션의 모습. 천막으로 되어 있어서 비를 피할 수 있고 난방 기구도 설치돼 있었다. 김수정 기자
소파, 난방 기기, 휴지통 등이 마련된 히어로 스테이션 내부. 김수정 기자

가장 먼저 들른 곳은 '히어로 스테이션'. 최근 발표한 댄스곡 '두 오어 다이'(Do or Die)의 콘셉트가 '우주여행'인 만큼, 부대 시설도 거기에 맞춰 이름 붙여졌다. 천막 형태인 '히어로 스테이션'은 등받이 없는 3~4인용 소파가 디귿(ㄷ)자 모양으로 펼쳐져 있어 앉아 쉴 수 있는 곳이다. 난방 기기를 갖춘 것은 물론이다.

공연 관람을 앞둔 관객들은 보통 카페나 음식점 등을 이용한다. 인원은 많지만 공연장 근처에 있는 시설은 한정돼 있으니 자리 맡기가 쉽지 않다. 근처에 갈 곳이 마땅치 않아 아예 야외에서 시간을 때우는 경우도 잦다.

이때 콘서트 주최 측이 나서서 관객들이 편히 쉴 수 있는 '히어로 스테이션'이라는 별도 공간을 만들었다. 팬들의 휴식 공간인 동시에, 가족이나 보호자가 대기할 수 있게 했다. '공식 팬 카페 가입 도움 드립니다' '음원 스밍(스트리밍) 가입 설정 도움 드립니다' 등의 팻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 팬 간 정보 교류도 가능했다. 게다가 무료다.

공연장 가는 길에 마련된 안내판. 김수정 기자

서울 구로동에서 왔다는 60대 나수정씨는 "히어로 스테이션이 너무 좋았다. 어제도 이용했고 오늘도 바로 거기로 가려고 했다, 비가 와서"라며 "팬들하고 이야기하고 자기 방(팬들의 소규모 모임) 식구끼리도 만나기도 한다. 스밍 못 하는 사람들한테는 스밍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스터디를 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히어로 스테이션에서 만난 '별빛웅' 소속 여성 팬(※ 기자 주 : 총 6명 모임이라는 '별빛웅'은 각자의 이름이 아닌 방 이름으로 기사에 나가기를 원해 이렇게 표기했다)은 "너무 편하고 좋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별빛웅 소속 또 다른 팬은 "(이번에는) 올림픽공원은 넓어서 ('히어로 스테이션' 설치가) 가능했던 것 같다"라며 "작년에도 겨울이라 난로를 야외에 군데군데 놔뒀었다"라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찾은 장소는 화장실이었다. 수천 명에서 만 명이 넘는 대규모 인원이 몰렸을 때 가장 난리 통이 벌어지는 곳이 바로 화장실이다. 소속사 물고기뮤직은 공연장인 체조경기장은 물론, 맞은편 SK핸드볼경기장도 내 화장실도 개방했다. 이날은 공연 시작 30분 전인 오후 5시 30분까지 운영했다. '임영웅씨 콘서트 보러 온 게 아닌데도 화장실을 쓸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현장 스태프는 당연히 쓸 수 있다고 답했다.

간이 화장실은 신사용 2개를 포함해 총 10개(개당 4~5칸)가 마련돼 있었다. 김수정 기자
체조경기장 맞은편에 있는 핸드볼경기장 화장실도 공연 시작 30분 전까지 쓸 수 있게 했다. 김수정 기자

칭찬 후기가 넘쳤던 간이 화장실도 직접 가 봤다. 여성용 2개, 신사용 2개, 숙녀용(여성 전용) 6개 등 총 10개였다. 한 개당 5칸이었고 손을 씻을 수 있는 세면대, 손 세정제와 손 건조기가 포함됐다. 화장실을 써 본 영웅시대의 만족도는 높았다. 서울 신길동에서 온 50대 홍복순씨는 "들어가면 네다섯 칸이 있는데 엄청 좋다. 깨끗하다. 밤에 쓸 때는 더 환해지고 더 좋더라"라고 답했다.

주말에는 오전 11시 30분부터 열린 콘서트 MD(소속사에서 낸 공식 상품, '굿즈'라고도 함) 부스의 경우, 판매처, 상품 수령처, 계산대로 구역이 나뉘었다. 키오스크 카드 전용 5개, 카드 전용 11개, 현금 전용 1개 등 계산대만 17개를 두어 빠르고 원활한 결제가 가능하게 했다. 결제 영수증에는 공연 날마다 달라지는 임영웅의 손 글씨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날 문구는 "이번 가을도 나와 함께 해줘서 고마워"였다.

부스에서는 공식 응원봉, 응원봉 충전식 배터리 세트, 응원봉 전용 파우치, 아크릴 마그넷, 배지, 카드홀더, 스마트톡, 피젯스피너, 엽서 세트(서울), 전국 투어하는 도시별로 각각 만든 와펜 배지, 담요, 볼캡, 영웅시대 키트, 쇼핑백, 슬로건 등을 팔았다. 스웻셔츠와 반팔 티셔츠 등 의류를 살 때는 사이즈 체크도 가능했다. 나수정씨는 "옷 살 때도 사이즈가 안 맞을까 봐 한쪽에 펼쳐놓고 다 사이즈에 맞게 입어볼 수 있게끔 안내해 준다"라고 부연했다.

지난 4~5일 주말 이틀 동안 공식 MD 판매처는 오전 11시 30분에 열렸다. 사진 찍을 당시는 오픈 전이었다. 현금 전용 계산대 1개, 키오스크 카드 계산대 5개를 포함해 총 17개 계산대가 마련돼 있었다. 김수정 기자

각각 경기도 광주, 충남 아산에서 왔다는 김혜경-김이경 자매도 응원봉 등 MD를 샀다. 김혜경씨는 "다들 교육을 잘 받고 나오는 것 같다. 어떻게 그렇게 사람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웃으면서 대할 수 있는지…"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날 만난 영웅시대가 공통적으로 칭찬한 것 중 하나가 현장 스태프의 '친절함'이었다. 종합 안내소를 비롯해 포토존, 각종 부스 등 팬들이 모일 만한 장소에는 늘 스태프가 곁에 있었다. 존댓말이 기본이었고, 불필요하게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김혜경씨는 "안전 요원 일하는 게 얼마나 힘들겠나. 3시간 동안 누가 휴대전화로 안 찍나 이렇게 보고, 뒤늦게 온 사람 자리도 안내하고 중간에 화장실 가는 분들에게는 플래시(빛)을 비추고 모시고 갔다가 돌아오더라. 그래서 내가 나가면서 '너무 고생하셨다'고 하니까 웃으면서 아니라고 조심히 들어가라고 하더라. (임영웅) 공연에 오면, 다 너무 잘 대해주니까 (스태프들이) 자식 같고 기분이 너무 좋다"라고 전했다.

포토 존에는 현장 스태프가 상주하며 팬들의 사진을 촬영했다. 김수정 기자

포토 존에서는 스태프가 직접 사진을 찍어줬는데 이에 따른 만족도도 높았다. 별빛웅 소속 여성 팬은 "항상 똑같이, 다 친절하다. 기본이 '친절'"이라며 "어떻게 포즈 잡으라고도 다 알려준다. 여럿이 오면 (빠지는 사람 없이) 같이 찍을 수도 있고 너무 좋다"라고 말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매표소에 있던 '티켓 CS 분실 재발행' 코너였다. 혹시 티켓을 잃어버렸거나 두고 온 관객들을 위해 마련됐다. 임영웅 콘서트에서는 분실 티켓을 재발행할 수 있다는 사실이 관객 후기 등을 통해 알려지며 많은 K팝 팬들이 놀라워하기도 했다. 수많은 아이돌 콘서트에서 티켓 소지 여부와 본인 확인 과정에서 과도하게 관객을 추궁하는 사례가 벌어져 비판이 쏟아진 것과는 정반대였기 때문이다.

편의 시설과 서비스 모두 쉽고 직관적이었다. 5·9호선 올림픽공원역 3·4번 출구 근처에는 '공연장 가는 길'과 커다란 화살표 안내판이 기다리고 있었다. 체조경기장에 가까워졌을 때는 입장 게이트 안내, 공연장 외부 안내도, 11/4~11/5 주말 공연 관련 오픈/마감 시각이 적힌 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입장 게이트 안내판은 따로 하나 더 있었고 간이 화장실 가는 길도 커다랗게 표시해 두었다.

매표소에는 티켓 CS 분실 재발행 코너가 있었다. 김수정 기자

즐길 거리도 풍성했다. 페이스 페인팅, 투어 기념 스탬프(도장) 찍기, 영웅시대를 닮은 스페이스맨에게 엽서 보내기 등을 마련했다. 물고기뮤직은 "콘서트를 기다리는 설렘까지 놓치지 않는 임영웅 콘서트"라고 설명했다. 공연 시작 시각은 저녁 6시였으나 오전부터 적지 않은 영웅시대가 일찌감치 공연장을 찾은 이유다.

임영웅 콘서트는 공연장 '안'도 신경 썼다. 체조경기장을 360도 개방해 더 많은 관객을 수용한 임영웅은 고화질 대형 전광판을 통해 관객 시야 확보에 힘썼다. 김혜경-김이경 자매는 "너무 잘 보였다. 영웅이가 우리 앞으로 올 때는 실물을 봤고, 다른 쪽으로 이동하면 전광판을 봤다. (전광판도)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보이더라"라며 생생한 후기를 들려줬다.

두 사람은 공연 시작 전 찍은 내부 사진을 기자에게 보여주며 "이 돌출 무대를 기준으로 대형 화면이 여기에도 있고 저쪽에도 있어서 (임영웅) 얼굴이 각도별로 다 나왔다"라고 설명했다. 김이경씨는 "무대가 워낙 커서 압도적이더라"라고 덧붙였다. '별빛웅' 소속 팬 역시 "직사각형으로 된 전광판이 여러 대 설치돼 있다. 그래서 어느 곳(자리)에서 봐도 다 잘 보이게 해 두어서 좋았다"라고 말했다.

5일 공연 MD 영수증에는 '이번 가을도 나와 함께 해줘서 고마워~'라는 임영웅의 손 글씨가 담겼다. 나수정씨 제공

임영웅은 이번 콘서트에서 올해 6월과 10월 각각 발표한 '모래 알갱이' '두 오어 다이'를 포함해 '무지개' '런던 보이'(London Boy) 등 다양한 곡의 무대를 선보였다. "노래를 정말 끝내주게 잘한다"라고 말문을 연 김혜경씨는 "거기다 너무 유연하고, 유머와 센스가 넘치지만 굉장히 예의 바르고 지적이기도 하다. 팬들에게 가까이 가려고 하면서도 선을 넘지 않는 점이 좋다"라고 밝혔다. 나수정씨는 "텐션이 너무 좋고 춤도 정말 잘 춘다. (이번엔) 춤에 뿅 갔다"라고 전했다.

약 3시간 동안 이어진 서울 공연 마지막 날, 임영웅은 앙코르 콘서트 계획을 발표했다. 내년 5월 25~26일 이틀 동안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별빛웅 소속 팬들은 앙코르 콘서트 발표 순간이 이날 공연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그때 천장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환호가 대단했다" "그게(앙코르 콘서트가) 제일 큰 화두였다"라고 전했다.

6일 소속사 물고기뮤직에 따르면, 임영웅은 서울 6회 공연으로 8만 4천 관객을 만났다. 이후 대구, 부산, 대전, 광주에서 전국 투어 열기를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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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yesonyo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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