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A급’ 복귀... 이젠 아시아나 인수해도 부담 크지 않다

이인아 기자 2023. 11. 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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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신용등급 BBB+서 A-로 8년 만에 상향
한진해운 사태·3세 경영권 분쟁·코로나19 사태 겹치며 신용도 부담
산업은행 지원 후 유동성 풀려... 아시아나 인수 우려 크지 않아

대한항공이 그간 발목 잡혔던 악재에서 벗어나 자본시장에서 재평가받고 있다. 한진해운 파산부터 남매간 경영권 분쟁, 코로나19로 인한 실적 악화 등 그간 기업가치를 훼손하던 이슈들이 하나씩 해소되면서 신용등급이 ‘A’급으로 올라선 덕이다. 이번 회사채 발행 과정에서는 예상보다 낮은 금리로 더 많은 금액을 끌어모을 수 있었다. 아시아나항공 합병 관련 불확실성이 남았지만, 향후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각안이 가결된 2일 인천국제공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계류장에 아시아나항공 항공기가 이동하고 있다./뉴스1

지난주 대한항공은 올해 두 번째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완판’에 성공했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2일 대한항공은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총 475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2년물 800억원 모집에 2700억원, 3년물 700억원 모집에 2050억원의 주문이 몰렸다.

예상을 넘는 주문이 들어오자 대한항공은 당초 모집 금액보다 많은 2500억원까지 증액 발행하기로 했다. 2년물 1300억원, 3년물 1200억원까지 늘린다는 구상이다.

가산금리도 대한항공에 유리하게 적용됐다. 앞서 대한항공이 제시한 희망 금리 밴드는 개별민평금리(11월 1일 기준 2년 5.650%·3년 5988%) 대비 -30bp~+30bp 가산이었다. 신고액 기준 가산금리는 2년물 -65bp(1bp=0.01%p), 3년물 -45bp로 나타났다. 기대했던 것보다 낮은 금리로, 투자자들은 더 높은 금리를 지급하고서라도 대한항공 회사채를 사겠다고 손을 내밀었다는 의미다. 다만 대한항공이 최종 발행 규모를 2500억원으로 증액하면서 2년물 -37bp, 3년물 -38bp가 제시됐다.

8년 만에 신용도가 상향 조정되면서 대한항공 회사채 매력도가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한국신용평가는 대한항공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BBB+(긍정적)’에서 ‘A-(안정적)’로 상향 조정했다. 보고서에는 “주력 부문인 국제선 여객 사업 정상화 흐름이 더욱 공고해졌고, 화물 시황 둔화 등에 따른 감익 국면에서도 양호한 이익창출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즉 재무적으로 탄탄한 체력을 갖고 있다고 인정받은 것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흉상 우측), 조현민 한진 사장(흉상 좌측) 등이 7일 서울 중구 대한항공 빌딩 1층에서 열린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흉상 제막식에 참석해 기념촬영하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 한진해운 사태·코로나19 겹쳐 신용등급 하향...산업은행 지원 후 아시아나항공 인수까지 ‘구사일생’

대한항공은 대내외 악재로 긴 시간 기업가치가 크게 흔들렸던 곳이다. 지난 2015년 메르스 발발, 저비용항공사(LCC)의 시장 진입에 따른 경쟁 강도 심화 등 악재가 겹치며 신용등급이 ‘A-’에서 ‘BBB+’로 떨어졌다. 한진그룹의 주력 계열사였던 한진해운의 신용등급 리스크가 불거지며 지원 가능성 부담으로 한때는 신용등급이 ‘BBB’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회사채 발행 시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한다. 이 경우 기업의 이자부담도 커지게 된다.

외부에서 재무구조 안정성에 의문을 키우는 동안 세 남매간 경영권 분쟁이 벌어졌다. 2019년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장녀인 조현아(개명 후 조승연)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주주 연합을 구성해 동생 조원태 회장을 상대로 경영권을 겨냥한 소송전에 나선 것이다. 이들의 법정 공방은 해를 넘겨 주주 연합이 해체하면서 겨우 마무리됐다.

조원태 회장은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쥔 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이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전 세계적인 입국 제한 조치로 항공 여객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항공업 침체가 길어지자, 매출도 고꾸라졌다.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으로부터 두둑한 지원을 받으면서 막혔던 유동성이 풀리기 시작했고, 최근 신용등급 상향 조정까지 이어졌다. 지난 2020년 11월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조건으로 한진칼과 총 8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산업은행은 5000억원은 한진칼의 보통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지원했다. 다음 해에는 대한항공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총 8637억원을 출자했다.

산업은행의 지원으로 대한항공 재무구조도 빠르게 개선됐다. 당시 대한항공은 최대주주인 한진칼의 초과 청약, 아시아나항공과 통합 기대감을 앞세워 유상증자 흥행에 성공해 총 3조3160억원을 모집하기도 했다.

아직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았지만, 신용등급 상향에는 이미 반영된 요인이다. 신용평가사들은 앞서 진행한 자본확충, 영업실적 개선이 통합비용 등 관련 불확실성을 상쇄할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현재 유럽연합, 미국, 일본 등에서 기업결합 심사에서 난항을 겪고 있으며, 최종적으로 인수가 성사된다 해도 운수권과 슬롯 반납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점은 변수다.

한편 대한항공은 실적이 개선되면서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순차입금은 6조6287억원까지 낮아졌다. 2021년과 2022년 연결 당기순이익은 각각 5788억원, 1조7295억원을 기록했고, 올 상반기에는 6110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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