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보듬는 기술…서울시, AI로 도전적행동 완화 돕기
CCTV가 자해·가해 행동 감지해 기록…전문가 분석 통해 해결책 제공
가족 돌봄이나 센터 종사자 업무부담도 줄어…성과분석 후 사업 확대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인공지능(AI) 폐쇄회로(CC)TV를 활용하면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발달장애인의 도전적 행동을 언제든지 모니터링하고 기록할 수 있습니다."
지난 2일 서울시 종로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에서 만난 신건철 센터장은 센터에 설치된 AI 행동분석 시스템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발달장애인의 도전적 행동이란 다른 사람이나 자신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이나 물건을 파손하는 등의 위험한 행동을 말한다.
어린아이가 울거나 떼를 쓰듯이 의사소통이 서툰 발달장애인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이런 도전적 행동으로 관심을 끌거나 불만 등을 표출한다.
문제는 도전적 행동이 발달장애인 스스로를 위험에 빠트릴 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과도한 양육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돌봄에 지친 발달장애인 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사례도 종종 있다고 신 센터장은 설명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서울의 발달장애인은 3만6천여명으로 전체 서울시 장애 인구의 약 9.2%를 차지한다.
발달장애인의 도전적 행동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런 문제행동에 대한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또 도전적 행동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고 얼마 동안 지속되는지 상세히 기록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기록과 분석을 거쳐야만 도전적 행동을 완화할 수 있는 맞춤형 설루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전적 행동을 관찰하기 위해 돌봄 인력을 24시간 배치할 수도 없고, 대개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행동 특성상 관찰자의 구술에만 의존해서는 객관적 관찰이나 분석이 쉽지 않다.
이런 실무상 어려움 속에 최근 기술 발달에 힘입어 AI를 활용한 행동분석 시스템이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시 AI 행동분석 시스템 시범사업은 시의 제2기 발달장애인 지원 기본계획에 따른 사업으로, 지난달 6일 전국 최초로 종로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에 행동분석 시스템이 설치됐다. 도봉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에서도 시범사업을 운영 중이다.
해당 시스템에는 SK텔레콤이 개발한 동작인지 AI 기술이 적용됐다.
SKT가 개발한 AI 기술을 활용하면 발달장애인의 도전적 행동 패턴을 인식·분석해 이를 텍스트로 변환하고, 이런 행동이 얼마나 오래 지속됐는지도 기록할 수 있다.
또 발차기, 주먹질, 밀고당기기, 쓰러짐, 머리 때리기(자해), 드러눕기, 달리기, 배회하기, 점프 등 총 9가지 도전적 행동을 인지해낼 수 있다고 SKT는 설명했다.
SKT의 조혜진 ESG 얼라이언스 부장은 "AI CCTV를 통해 도전적 행동을 빠짐없이 관찰·기록하고, 이런 데이터에 기반한 중재 계획을 세워 현장 선생님들과 협업해 완화하는 다양한 중재 방안을 시도해볼 수 있다"고 시스템을 설명했다.
또 "시범 사업을 통해 도전적 행동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를 AI에 학습시키고 시스템을 고도화할 수 있다"며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이상동기 범죄 등 일상 속 위험을 감지하고 대응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시는 AI 행동분석 시스템과 연계해 도전적 행동 완화를 위한 전문가 지원 사업도 시범운영하고 있다.
단순히 행동패턴을 분석해 자료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행동수정 전문가가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설루션을 제공해 도전적 행동을 완화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서울시발달장애인지원센터는 종로구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 도봉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의 의뢰가 들어올 경우 전문가 집단 인력풀을 구성해 발달장애인의 행동 수정을 위한 다양한 맞춤형 중재 방안을 제공한다.
AI 행동분석 시스템은 센터 종사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협의회에 따르면 센터 이용자 10명 중 약 3명이 도전적 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을 돌볼 현장 인력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센터종사자의 이직률은 43.3%에 달했다. AI 도입은 현장의 어려움 해결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신 센터장은 "AI 행동분석 시스템 활용으로 센터 종사자의 업무 부담이 줄어들 뿐 아니라, 도전적 행동 대응 과정에서 인권침해 시비에 휘말리는 경우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AI 행동분석 시스템과 전문가 지원 사업을 내년까지 시범 운영한 뒤 성과 분석을 거쳐 확대 시행할 방침이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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