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투자 감소 원인이 모태펀드 운영 부실?[긱스]
정부는 다양한 방법으로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규제 개선을 제외한 지원 방식은 대부분 돈이 필요하죠. 정부의 대표적인 스타트업 투자 지원 사업은 모태펀드입니다. 해당 자금은 국민이 납부한 세금으로 마련합니다. 정부가 관련 예산을 세우고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하면 국회의원들이 해당 예산안을 심의·확정합니다. 정부는 국민이 납부한 세금을 허투루 쓰면 안 됩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모태펀드 문제점을 전합니다. 이번 분석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문위원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한국의 주요 스타트업 지원 정책 중 하나가 모태펀드 제도다. 모태펀드는 민간의 벤처 투자 활성화를 위한 재원이다. 벤처캐피털(VC) 등에 출자하면 VC는 이를 종잣돈 삼아 벤처 펀드를 만들어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모태펀드는 국내 스타트업 투자 수요를 끌어낸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모태펀드 예산을 작년(5200원)보다 70% 줄여 3135억원으로 편성했다. 이런 영향 등으로 올해 들어 국내 벤처투자액은 급감했다. 정부는 업계의 반발과 우려 등으로 내년 관련 예산은 4540억원으로 올해보다 확대해 책정했다.
벤처 투자 감소의 원인?
정부는 그동안 모태펀드를 제대로 운영했을까. 최근 국내 벤처 투자 감소 요인 중 하나가 모태펀드 운영 부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모태펀드의 자펀드 결성 시한을 준수하지 못한 자펀드 비중이 지난해 크게 증가했다. 여기서 자펀드는 모태펀드의 출자를 받은 펀드를 뜻한다. 정부는 모태펀드를 투입해 민간이 벤처에 투자할 펀드의 조성(자펀드)을 돕는다.
모태펀드는 정부의 '벤처투자모태조합 운용지침'에 따라 자펀드의 결성 시한을 운용사 선정일로부터 3개월 이내로 한다. 모태펀드 업무를 맡는 공공기관 한국벤처투자가 운용사의 부득이한 사유로 시한 연장의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3개월 이내로 연장할 수 있다. 운영사가 추가로 부득이한 사유가 생기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및 해당 계정 소관기관과 협의해 추가로 유예기간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2020~2022년 3년 간 운용사 선정 후 자펀드 결성까지 소요 기간을 보면 2차 결성 시한 지키지 못한 자펀드 비중이 2020년 9.5%에서 2022년 21.2%로 급격히 증가했다. 국회에 따르면 한국벤처투자는 "2022년 고금리 기조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회수시장 침체 등으로 민간 출자자 모집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펀드 결성이 지연되면 민간 자금 공급이 늦어져 모태펀드 사업의 효과가 떨어진다.
일부 자펀드의 투자 집행률이 떨어진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모태펀드 사업의 목적인 창업·벤처기업 등에 대한 유동성 공급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결성된 자펀드의 투자가 활발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2020~2022년 3년 간 조성된 자펀드의 2023년 3월 말 기준 투자집행 실적을 보면 모태펀드 자펀드의 투자 소진율은 2020년 결성규모의 73.0%, 2021년 결성규모의 47.6%, 2022년 결성규모의 8.0%로 나타났다.
해당 미투자금액(결성액 기준)으로 보면 2020년 1조 1844억원, 2021년 2조 2917억원, 2022년 2조 8720억원에 달한다. 한국벤처투자는 국회에 "2022년의 경우 고금리 및 경제 불확실성 등으로 벤처업계의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돼 전반적으로 투자집행이 보수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계정별 자펀드 투자집행 현황을 보면 일부 계정의 투자집행률이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결성된 자펀드 중 연구개발특구계정, 도시재생계정, 해양계정의 투자집행률이 각각 30.5%, 35.6%, 44.6%로 평균치(73.0%)와 차이가 컸다. 2021년에 결성된 자펀드 중 도시재생계정, 특허계정, 청년계정의 투자집행률이 각각 8.8%, 28.1%, 28.8%였다. 2022년에 결성된 자펀드 중 특허계정, 해양계정, 중진계정의 투자집행률이 0.5%, 1.6%, 4.8%로 10%로 넘지 못했다. 유망 스타트업이 필요한 자금을 적시에 공급받을 수 있도록 신속한 투자 집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목표 수익률이 0%
모태펀드 기준수익률이 낮은 경우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기준수익률이 0%인 자펀드도 있어 동일한 분야 내 자펀드 간 기준수익률에 편차가 크게 나타났다. 펀드 기준수익률이란 정부가 펀드 운용사에 성과 보수를 지급할 수 있는 기준이 되는 내부수익률(IRR)이다. 펀드 청산 후 내부수익률이 기준수익률을 초과하는 경우 기준수익률을 초과하는 투자 수익의 일정비율 이상을 운용사에 성과보수로 지급한다.
'2022년 벤처투자모태조합 운용지침'의 제19조는 자조합(자펀드 운용사)에 요구하는 기준수익률은 10% 이내에서 모태조합운용계획에서 정하는 바에 따르고, 특별한 정책적 지원 필요성이 인정되는 자조합은 모태조합 운용계획에 따라 기준수익률을 완화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2020년 이후 모태펀드 출자를 통해 결성된 자펀드의 분야별 기준수익률 현황을 보면 교육계정 자펀드의 기준수익률이 모두 0%로 나타나 지나치게 낮게 설정됐다는 지적이다. 기준수익률이 0%일 경우에는 운용사는 펀드 청산 후 내부수익률이 0%만 초과해도 성과 보수를 지급받게 된다. 운용사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 펀드의 수
익성을 주된 기준으로 출자 여부를 판단하는 민간투자자의 성향을 고려할 때 모태펀드에 대한 민간투자자 유치의 어려움도 커질 수 있다.
자펀드 분야별 기준수익률 현황을 보면 주목적 투자대상 및 투자목적이 같은 분야에서 자펀드 간 기준수익률이 다르게 설정된 것도 문제다. 한국벤처투자는 국회에 "기준수익률이 업계 간담회 등을 통해 정책적 목적을 고려해 설정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스마트대한민국펀드(그린뉴딜) 분야의 경우 자펀드 기준수익률이 1%에서 7%, 버팀목분야의 경우 1%에서 8% 이상으로 설정되는 등 차이가 컸다.
투자 손실 펀드 발생도 문제
펀드의 수익률이 낮은 것도 개선 사항이다. 모태펀드의 최근 5년간(2018~2022년) 청산된 펀드의 평가손익 현황을 보면 문화체육관광부와 특허청 소관 모태펀드의 수익률이 각각 0.4%, 5.2%로 나타났다. 전체 청산펀드 수익률인 38.7%를 크게 밑돌았다.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의 모태펀드의 수익률이 특히 낮았다. 영화계정은 총 출자금액 370억원 중 회수된 금액이 335억 1,000만원으로 34억 9000만원 손실이 발생했다. 영화발전기금의 출자액(160억원)도 12억 5600만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모태펀드의 주요 목적이 높은 수익률이 아니지만 저조한 수익률이 지속될 경우에 민간자본 유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모태펀드 회수액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국회 예산안 심의 시 회수액의 재출자계획을 제출하지 않아 회수재원의 활용 경로를 사후적으로만 확인이 가능하다. 모태펀드는 매년 자펀드 청산 시 발생한 손익을 국고로 회수하지 않고 자금을 출자한 계정에 귀속해 재출자에 활용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예산안 심의 과정에는 회수액 규모를 확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국회에 계정별로 재출자 예정인 회수액 규모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모태펀드 출자에 활용된 재원을 예산액과 회수액으로 분류해 살펴보면 2022년 모태펀드 출자를 위한 예산액(9378억원)이 전년보다 4915억원 감소했다. 하지만 재출자에 활용된 회수액(7699억원)은 전년보다 4390억원 증가했다. 총 모태 약정액은 전년과 비슷한 1조 7077억원이었다.
과기정통계정은2022년 예산액이 1년 전보다 감액됐지만 재출자된 회수액이 더 큰 규모로 증가해 총 모태 약정액은 오히려 증가했다.엔젤계정의 경우에는 최근 5년간 예산이 투입되지 않았지만 회수액만으로 운영됐다. 국회 관계자는 "회수재원은 급증하고 있지만 해당 쓰임에 대해서는 국회 심의를 제대로 받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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