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에 뜬 스위프트… 눈 돌릴 겨를이 없다

이정우 기자 2023. 11. 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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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 공연 실황 담은 ‘테일러 스위프트 디 에라스 투어’ 韓 상륙
팝·댄스·컨트리… 40곡 선보여
팬과 함께한 17년의 추억 선물
노래 가사 자막 따로 없어 불편
일부 상영관에선 관객 춤추기도
테일러 스위프트는 공연 실황 영화 ‘테일러 스위프트 디 에라스 투어’에서 자신의 음악 여정을 압축해서 선사한다. CGV 제공

미국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디 에라스 투어’ 공연 실황을 담은 영화가 한국에 상륙했다. 역대급 규모의 투어로 침체된 지역 경제를 살리면서 미국에선 ‘테일러노믹스’란 말까지 유행시켰고, 영화 티켓 수익으로만 전 세계적으로 2조 원을 훌쩍 넘겼다. 더구나 공연 영화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극장의 효자 상품. 실제로 용산 CGV 아이맥스(IMAX)관의 경우 심야 상영을 제외한 1, 2회차 모두 주말 3일 동안 600석이 매번 가득 찼다. 그런데 아직 한국에선 스위프트의 인기가 미국만큼 뜨겁지 않아 ‘찻잔 속 태풍’이란 의문이 든다. 그래서 4일 극장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해봤다.

◇팬들에겐 선물

이번 영화는 현시대 미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아티스트가 역사를 쓰고 있는 현재진행형인 공연을 국내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올해 3월부터 내년 12월까지 예정된 스위프트의 ‘디 에라스 투어’에 한국은 빠져 있다. 실망했던 한국의 스위프티(테일러 스위프트 팬덤)들이 영화에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일. 예매 개시 5분 만에 용산 CGV 아이맥스관은 전석 매진됐고, 5일까지 3일 동안 1만3723명이 봤다. CGV 단독 개봉에다 3시간에 육박하는 러닝타임으로 하루 2∼3번씩밖에 상영하지 못하는 걸 감안하면 유의미한 성과다.

물론 의미만으로 비싼 티켓 값을 내며 극장을 갈 이유는 없다. 영화는 무엇보다 보는 맛이 있었다. 정규 7집 ‘러버’의 ‘Miss Americana & The Heartbreak Prince’를 시작으로 스위프트는 3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부단히 색색 옷을 갈아입으며 컨트리, 팝, 댄스를 망라한 자신의 음악적 여정을 집약해서 보여준다.

자신의 앨범을 한 시대(era)이자 하나의 방으로 표현하고, 이를 쌓아 올려 하나의 집(eras)으로 만든 오프닝 무대 배경은 궁금증을 자극한다. 리프트를 활용해 상하가 움직이는 중앙 무대나 각 앨범의 상징물과 색상이 바뀌며 한 시대를 함께 겪어나가는 듯한 스토리 있는 공연 전개는 지루할 틈이 없었다. 무엇보다 현장성이 탁월했다. 7만 명 넘는 관중을 배경으로 스위프트가 노래 부르는 광경은 압도적이었다. 영화는 미국 투어 마지막 장소인 로스앤젤레스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공연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특히 팬에겐 스위프트와 함께한 17년을 압축한 선물 같은 작품이다. 정규 1집부터 10집까지 모든 앨범 중 40곡을 추렸다. 스위프트가 공연 중 “여러분 덕분에 다른 장르를 조금씩 도전해볼 수 있었다”며 “음악적 경험을 되돌아보면 흥미로울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하자 영화 속 관중들은 환호하고, 이를 지켜보는 관객 대다수가 끄덕였다.

영화가 개봉한 3일 서울 용산 CGV에 인파가 몰려든 모습. CGV 제공

◇가사 자막이 없어 난감

스위프트를 잘 몰랐거나 히트곡 두세 곡 정도 아는 게 전부인 라이트 팬이라면 난감할 수 있다. 가사 자막이 없기 때문이다. 현장과 동일한 조건에서 스위프트의 공연을 즐긴다는 게 이 영화의 취지라지만, 스위프트의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는 팬이 아니라면 3시간에 걸친 여정 중에 무슨 노래를 부르는지 몰라 길을 잃기 일쑤다.

상영관마다 분위기가 천차만별인 점도 주의사항이다. 역대급 ‘관크’(관객+크리티컬의 합성어로 관람을 방해하는 행위를 의미)를 당했다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너무 조용해서 흥을 표출하지 못해 아쉬웠다는 반응도 나온다. 상영관에 따라 휴대폰을 들고 불빛을 비추는 ‘폰딧불’과 박수, 흥얼거림은 예사. 용산 CGV의 경우 첫날 2회차에선 영화 상영 도중 관객들 일부가 앞에 나가 춤을 추기도 했다.

◇망설이다 놓칠라

영화는 현재 2주차까지만 상영이 계획된 상태다. 망설이다 극장에선 못 볼 수 있단 얘기다. 상영 조건이 까다로운 점도 선택의 폭을 좁힌다. CGV는 월·화·수 상영을 배제하고, 목·금·토·일에만 상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개봉 1주차에 아이맥스 상영에 집중했던 CGV는 2주차엔 싱얼롱(따라부르기) 상영을 추가한다. CGV 관계자는 “3주차부터는 관객 추이를 봐서 상영 규모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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