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의 날’ 서재희 “연극에서 드라마로 온 후 3년, 책임감이 생겼어요”[스경X인터뷰]

하경헌 기자 2023. 11. 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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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A 드라마 ‘유괴의 날’에 모은선 역으로 출연한 배우 서재희. 사진 UL엔터테인먼트



단 3년, 특히나 지난해부터 배우 서재희의 행보는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 JTBC ‘공작도시’에서 극 중 지방고검장 조강현의 내연녀 오예린으로 선보인 다음,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주인공 이희도(김태리)의 앵커 엄마 신재경으로 분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도 화제가 된 작품이었지만 차기작 JTBC ‘재벌집 막내아들’의 인기는 더 컸다. 극 중 진양철 회장(이성민)의 차남 진동기(조한철)의 아내 유지나를 연기했다. 다시 묘한 분위기의 여인 강혜경을 연기한 ‘기적의 형제’를 거쳐 ENA ‘유괴의 날’에 출연했다.

공통으로 그의 인물들은 속내를 들여다보기 힘들다는 공통점이 있다. ‘유괴의 날’ 모은선은 극 중 아이들에 대한 뇌 실험을 주도하는 최진태의 동료 의사로 최진태 사후 뇌실험을 주도하는 캐릭터다.

ENA 드라마 ‘유괴의 날’에 모은선 역으로 출연한 배우 서재희. 사진 UL엔터테인먼트



“이번에는 오디션을 보지 않고, 대본이 왔던 작품이었어요. 기뻤죠. 원래 제가 대본을 읽는 속도가 느린데, 앉은 자리에서 보내주신 대본을 다 봤던 기억이에요. 사실 원작 웹툰에서는 잠깐 나오는 단역인데, 드라마에서는 악역으로 역할을 확장한다고 하시더라고요. 무엇을 위한 악역인지 그 인물을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인 것 같은데, 저도 그 부분들을 고민했어요.”

모은선의 뇌 실험 동기는 모성애에서 비롯됐다. 딸인 별이가 또래보다 느리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철렁한 모은선은 최로희(유나)에게 한 뇌실험을 결과물을 빨리 자신의 딸에게도 적용하려 마음이 바빠진다. 비록 결혼과 출산의 경험이 없어 모성애를 따라가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배역에 몰입했다.

“무엇 때문에 그래야 하는지 고민을 했어요. 아이가 장애가 있다는 설정이라면 더 나은 사람으로 가야 한다는 점에서 엄마의 욕심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남편 그리고 최진태와의 관계도 생각했죠. 똑똑한 로희를 보면서 내 딸도 로희일 수 있다고 생각했죠.”

ENA 드라마 ‘유괴의 날’에 모은선 역으로 출연한 배우 서재희 출연장면. 사진 UL엔터테인먼트



하지만 로희 역의 배우 유나나 자신의 딸 별이 역의 아역배우를 볼 때는 너무 사랑스럽고 예쁘기만 했다. 너무 작고 사랑스러운 아이를 보는 마음은 애틋했지만, 자연스럽게 이를 모성애로 연결할 수 있었다. 특히 로희 역 유나와는 많이 친해져 그가 최근 출연한 연극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첫 공연과 마지막 공연을 직접 가 지켜봤다.

“촬영장에서 배우들을 보면 다 좋고, 방송 볼 때는 멋있게 나오더라고요. 예전 아주 어릴 때 한창 연기를 공부하며 연극을 할 때는 팔짱을 끼고 봤던 기억이 나요. ‘왜 저렇게밖에 못 해’하고 생각하는 마음이 ‘왜 이것마저도 감싸 안지 못했을까’하는 생각으로 바뀌기도 했어요. 윤계상씨는 너무 좋은 사람이었고, ‘재벌집’에 함께 나왔던 김신록씨는 촬영장에서는 자주 못 봤지만, 연락을 많이 했어요.”

2002년 연극 ‘꿈꾸는 식물’을 통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서재희는 2020년까지 꾸준히 연극 무대를 지키던 배우였다. 그러던 그가 JTBC ‘런 온’을 통해 이른바 ‘매체 연기’를 시작했을 때는, 그를 알던 이들도 놀랄 정도의 뉴스가 됐다. 그는 딱 3년을 봤다. 매체 연기가 무엇인가를 탐구하고, 그가 어떤 쓰임을 받을 수 있을지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ENA 드라마 ‘유괴의 날’에 모은선 역으로 출연한 배우 서재희 출연장면. 사진 UL엔터테인먼트



“매체 연기를 한 지 이제 딱 3년이 됐더라고요. 어떻게 가야 할지 아직은 잘 모르지만 ‘이런 생각과 이런 마음은 중요하겠다’ 느꼈던 시간이었어요. 확실히 어릴 때 분명했던 것들이 나이가 들면서 어려워지고 조심스러워지는 것 같아요. 연기가 제가 저를 보이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작품을 보이는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아직 스스로 ‘배우’라는 호칭을 쓰기 부끄럽지만 계속 연기를 열심히 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그를 드라마 그리고 영화로 이끈 것은 새로운 도전으로 자극을 받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었다. 긴 연습을 통해 한 호흡으로 연기를 풀어내는 무대와 달리, TV나 스크린에서의 연기는 수많은 스태프의 노력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의 연기를 모니터에서 다시 보는 일도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그렇게 3년을 지낸 그는, 10년 안에 자신의 관점으로 이야기가 갈 수 있는 작품을 찾고 있다.

“외모 때문인지 부잣집, 전문직 연기를 많이 하고 있는데, 사실 고향은 강원도 철원의 신철원이에요. 어릴 적 메뚜기를 잡고 도랑을 치고 놀았었죠. 그래서 연기도 어떤 이미지를 정해놓지 않아요.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찍던 때 노역 분장을 더 세게 하고 싶다고 해서 만류를 받기도 했거든요.(웃음) 이제 3년이 지났으니 어느 정도 책임감을 지고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NA 드라마 ‘유괴의 날’에 모은선 역으로 출연한 배우 서재희. 사진 UL엔터테인먼트



아직 서재희를 이름보다는 배역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실제 인터뷰에서 만난 그도 자신을 내보이는데 수줍음이 많은 ‘연예인’ 보다는 ‘아티스트’에 가까웠다. 하지만 최근 배운 서핑을 위해 긴 머리도 싹둑 자르는 그의 과감성으로 볼 때, 우리가 그를 훨씬 가깝게 기억할 날도 머지않았음을 느낄 수 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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