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는 무엇인가

서울문화사 2023. 11. 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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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게임에 중독됐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백인 소년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CEO 일론 머스크가 되어 이렇게 말한다. “저는 전기차를 재창조했고, 지금은 사람들을 로켓선에 태워 화성에 보내려 하고 있습니다. 그런 제가 차분하고 정상적인 친구일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그럼 그를 어떤 친구라고 생각해야 할까? 항공우주공학자, 경영 전문가, 일론 머스크 전기 번역가에게 물었다.

1 윤영빈 서울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우주발사체를 만드는 데는 얼마나 많은 비용(돈, 인력, 국가적 협조)이 필요합니까?

우주발사체 개발은 어느 고도에 얼마나 많은 페이로드(위성의 무게)를 실어 올릴 수 있느냐에 따라 비용이 결정됩니다.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이 드는 대규모 사업이라 그간 국가 주도로 진행되어왔습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IT 분야에서 성공한 사업가들이 우주 관련 민간기업을 세우기 시작했고, 기존의 발사체보다 저렴한 발사체 개발을 목표로 우주개발 트렌드를 바꾸어갔습니다.

국가기관이 아닌 민간기업이 유인우주선을 만드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요?

미국의 민간기업이 유인우주선을 만들 수 있었던 근본적 이유는 나사(NASA)를 중심으로 축적된 우주 기술과 경험을 갖춘 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민간기업이 이와 같이 짧은 시간 내에 유인우주선을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우주개발 역사는 1961년 소련의 유리 가가린이 세계 최초로 우주비행에 성공하고, 이후 1969년 미국이 세계 최초로 인간을 달에 보내는 데 성공하면서 지속적으로 발전했습니다. 그렇지만 미국에도 고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우주개발은 항상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일론 머스크와 스페이스X가 달성한 공학적 성과는 무엇입니까?

일론 머스크가 2002년에 세운 스페이스X의 공학적 성과는 우주발사체의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스페이스X는 2008년 팰컨1 발사 성공을 발판으로 2010년 팰컨9 발사에 성공한 후 2015년에는 1단 회수까지 이루어냈습니다. 회수된 1단 엔진은 성능을 점검한 후 2017년에 재사용하는데, 그간 1단 엔진은 일회성으로만 사용하였기에 재사용은 매우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스페이스X는 1단 엔진을 17회까지 재사용하는 데 성공했으며, 재사용 횟수가 늘어날수록 위성 발사 비용이 줄어들게 됩니다. 따라서 현재 팰컨9의 위성 1kg당 발사 비용은 과거 소모성 발사체에 비해 1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2029년까지 인류를 화성으로 보내겠다고 말합니다. 공학계에서 바라본 일론 머스크의 ‘인류 화성 이주’는 얼마나 가능성 있는 이야기입니까?

태양계의 행성 중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와 비교적 환경이 유사한 행성은 화성이지만, 생물체가 존재하기에는 매우 열악한 자연 조건입니다. 대기의 산소가 희박하고 평균온도가 영하 23℃로 매우 낮습니다. 중력도 지구의 3분의 1 정도이고 모래폭풍, 방사선 노출도 매우 심하지요. 따라서 이런 기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인간의 화성 이주는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해결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리라 봅니다.

“일론 머스크가 2002년에 세운 스페이스X가우주개발에 미친 영향은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우주개발의 패러다임을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바꾸는 역할을 했으며,뉴스페이스라는 새로운 시대를 개척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1969년 인류는 달에 첫발을 내딛는 데 성공했지만 그 후 반세기가 넘도록 달에 착륙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지금도 달과 화성에 착륙할 수 없는 가장 큰 기술적 어려움은 무엇입니까?

지구에서 달까지 가는 데는 3~6일이 걸립니다. 최근 다시 유인 달탐사가 재개되어 조만간 인간을 달에 보내서 달기지를 건설하고자 하는 계획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화성도 1960년대부터 많은 궤도선과 탐사선을 보내 탐사를 시작하였습니다. 최근 퍼서비어런스가 화성에 착륙하여 생명체를 찾는 탐사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화성까지 가는 데만 6~7개월이 걸립니다. 인간이 화성에 가기 위해서는 귀환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이런 기술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인류를 화성에 보내는 것은 어렵습니다.

우주항공산업은 서방국가를 중심으로 성장해왔습니다. 한국의 우주항공산업이 지닌 장점과 한계는 무엇입니까?

우주항공산업의 특징은 최첨단,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점입니다. 장기간 많은 예산과 기술적 축적이 있어야 결실을 맺을 수 있기에 선진국 중심으로 발전해왔습니다. 우리나라는 비록 시작은 늦었지만 그간 축적된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제조업 기술을 바탕으로 위성 자체 제작이 가능합니다. 2022년에는 자력으로 개발한 누리호 발사에 성공했습니다. 그렇지만 선진국 대비 투자 비용과 기술이 아직 미흡하기에 정부 주도의 우주개발이 여전히 필요한 상황입니다. 향후 우리나라도 민간기업이 자발적으로 우주항공산업에 참여하여 주도적인 역할을 맡으면, 우주개발에 큰 시너지 효과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화성 이주 프로젝트’는 민영이 아닌 공공의 영역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일론 머스크의 몫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일론 머스크의 ‘화성 이주 프로젝트’는 성공 가능성에 대해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민간기업의 큰 장점은 강력한 추진력에 있습니다. 지난 4월 화성 탐사를 위한 첫 단계로 초대형 발사체인 스타십을 발사했는데, 비록 첫 발사에는 실패하였지만 조만간 성공하리라 생각합니다. 스타십을 활용한 탐사가 가능하면 유인 달탐사와 달기지 건설도 가속화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이런 강력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이루어낸 성과는 인류의 발전 역사에 한 획을 그을 것입니다.

우주공학자로서 바라본 일론 머스크에 대한 교수님의 개인적인 평가가 궁금합니다.

일론 머스크가 2002년에 세운 스페이스X가 우주개발에 미친 영향은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우주개발의 패러다임을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바꾸는 역할을 했으며, 뉴스페이스라는 새로운 시대를 개척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혁신적인 발상으로 재사용 발사체를 개발하여 발사체 시장의 판도를 바꾸었고, 끊임없는 도전 의식으로 화성 탐사를 위한 스타십을 개발하며, 수천 개의 스타링크 위성을 쏘아 올리면서 우주인터넷 서비스 시장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업적은 후세에 커다란 공적으로 평가받으리라 확신합니다.

2 김언수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및 본부 경영전략실장

일론 머스크는 ‘미래 산업의 선두 주자’인 동시에 ‘사기꾼’ ‘괴짜’로 통합니다. ‘20세기의 일론 머스크’를 꼽자면 어떤 인물이 있습니까?

19세기에 걸친 인물이지만 토머스 에디슨을 들 수 있습니다. 에디슨은 발명가인 동시에 산업 전반에 필요한 인프라를 생각한 인물입니다. 최근까지 1백 년 이상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세상을 주름잡은 제너럴 일렉트릭도 에디슨의 연구소에서 비롯됐습니다. 에디슨은 인간적으로 그다지 훌륭한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직류전기를 발전시킨 에디슨은 훗날 교류발전 체계를 이끈 조지 웨스팅하우스와 직류 전쟁을 벌입니다. 에디슨은 라이벌을 위협하기 위해 교류를 사용하여 사형집행용 전기의자를 만들었죠. 반면 웨스팅하우스는 특허 등록에 함께한 동료들의 이름을 올리고, 근로자가 주말에 쉴 수 있는 ‘위크엔드’를 최초로 도입했습니다.

‘자동차 왕’ 헨리 포드도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전기차의 대중화를 이끌었다면, 헨리 포드는 자동차의 대중화를 이끈 인물입니다. 당시 사람들에게 ‘앞으로 어떤 수단이 필요한가?’ 물으면 ‘빠른 마차’라고 답했습니다. 포드는 미래를 내다보고 그걸 현실화했다는 점에서 20세기 일론 머스크라고 부를 수 있겠네요.

일론 머스크는 스티브 잡스와 함께 21세기 가장 유명한 경영인으로 손꼽힙니다. 경영자로서 두 사람의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스티브 잡스는 스스로 이야기했듯 전에 없던 새로운 제품을 만든 인물은 아닙니다. 이미 세상에 나온 기술을 융합하여 새로운 사업과 산업을 만드는 데 집중했던 것이죠. 실제로 애플의 매킨토시 컴퓨터는 제록스가 쓰던 그래픽유저인터페이스와 마우스 기술을 응용해 개발한 것입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터치ID인데, 이 역시 오센텍을 인수하면서 그들의 기술을 적용한 것입니다. 그에 비해 일론 머스크는 새로운 기술을 직접 개발하고 상품화했습니다.

두 인물의 공통점은 무엇입니까?

산업 생태계를 바꿨습니다. 큰 안목에서 제품, 서비스, 인프라 등 사업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모두 관리했습니다. 아이폰 이전까지 최고의 히트작은 모토로라 레이저였습니다. 판매량도 엄청났고 기존의 알루미늄 대신 마그네슘과 크롬을 사용해 ‘과학기술의 총화’라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을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반면 아이폰은 우리의 일상과 비즈니스 방식을 바꿨습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물론 앱스토어 같은 보완재까지 함께 변화시켰습니다. 테슬라도 마찬가지죠. 4~5년 전만 하더라도 전기차 시대가 오려면 20년은 걸릴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걸 앞당긴 주인공이 일론 머스크입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는 제조공정이 다를뿐더러 충전 인프라를 반드시 갖춰야 합니다. 일론 머스크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배터리, 제조 기반, 충전 인프라까지 구상하고 준비하며 테슬라를 이끌었습니다.

훗날 ‘일론 머스크의 대단한 업적’으로 기억될 성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지구 안에서는 페이팔(엄밀하게는 X.com), 지구 밖에서는 스페이스X라고 생각합니다. 페이팔은 결제 시스템으로 시작한 회사지만 지금은 온라인 뱅킹까지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현금은 물론 카드조차 안 들고 다니죠. 생활 방식을 바꾸었다는 점에서 페이팔은 유의미한 업적을 남겼습니다.

스페이스X는 인류 최초로 로켓 회수에 성공했습니다. 회수한 로켓을 재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우주여행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여전히 우주여행을 하는 데 수백억원의 비용이 들지만 모든 사람들이 지구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시대가 오겠죠. 그런 점에서 스페이스X의 업적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높게 평가받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주로 나가기 위해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만들고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안전한 인공지능을 만드는 거죠.최종적인 목표는 ‘세상을 바꾸는 일’입니다.”

회사를 경영하는 데 CEO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입니까?

경영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포기할 수 있느냐?’입니다. 자동차를 몰듯 회사도 ‘우리는 어디로 간다’ 하는 방향이 있어야죠. 그 방향대로 잘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미래를 보는 안목을 갖추고 불필요한 요소를 덜어내야 남들보다 빠르고 멀리 나아갈 수 있습니다. 혹자는 여러 회사를 동시에 운영하는 일론 머스크를 두고 ‘포기를 못하는 게 아니냐?’ 질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의 회사는 크게 3개 축으로 돌아갑니다. 우주산업, 지속가능 에너지, 인공지능. 이 세 가지를 중심으로 각 사업은 서로 연계되어 있습니다. 우주로 나가기 위해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만들고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안전한 인공지능을 만드는 거죠. 최종적인 목표는 ‘세상을 바꾸는 일’입니다.

말씀하신 ‘미래를 보는 안목’은 학습과 노력으로 얻을 수 있습니까?

냉정히 말하자면 전략적 안목은 재능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 수준에는 도달할 수 있지만, 노력으로도 도달하지 못하는 영역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략적 안목을 키우기 위해서는 ‘What’이나 ‘How’로 시작하는 질문보다 ‘Why’로 시작하는 질문을 던지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더 넓은 안목으로 현상의 표면이 아니라 뿌리까지 파고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론 머스크는 ‘왜 인간은 지구에만 있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았을까요? 이런 질문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제로 행동에 옮길 수 있는 강단은 학습과 노력만으로는 얻을 수 없습니다.

CEO의 독단적인 방침은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합니다.

명문 축구 클럽 감독들은 선수들의 의견을 수렴해 전략을 짜지 않고 자신이 짠 전략에 따라 선수를 기용합니다. 위대한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의 의견을 모으는 것은 쉽지 않을뿐더러 전부 수용하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기업문화가 수평적인 것처럼 보여도 회사 경영에서 핵심적인 의사결정은 수직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연구 사례를 보면 우량 기업은 대부분 초반 이직률이 높습니다. 모든 사람의 말을 포용하고 기분에 맞춰 일하는 것은 이상적이지만 현실성이 떨어집니다.

일론 머스크는 전 세계에서 미디어와 SNS에 가장 자주 노출되는 기업인입니다. 이러한 행보가 사업에 득이 된다고 보십니까?

일론 머스크가 그간 선보여온 제품들은 대중이 처음 접하는, 즉 제품성이 검증되지 않은 것들이 대다수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그가 미디어를 통해 시선을 끄는 것은 사업상 긍정적인 효과를 낳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알게 되고 시도하게 되니까요. 그런 점에서 지나치게 세상을 앞서 나간 제품을 만든다고도 생각합니다.

교수님이 본 일론 머스크는 어떤 경영인입니까?

대단히 교과서적인 경영인입니다. 일론 머스크는 공상과학 만화책에 등장할 법한 일을 현실로 만들고자 하는 사람입니다. 실제로 그걸 해내고 있죠. 시장의 미래를 내다보고 단호하게 의사결정을 하면서 구체적인 방향과 실행 방법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모범적인 경영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일론 머스크> 번역가

일론 머스크의 말들은 논란을 빚지만 화제성도 높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남긴 수많은 말 중 가장 오래도록 회자될 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정말 어려운 일 중 하나는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지 파악하는 것이다. 일단 질문을 제대로 파악하고 나면 답은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다”입니다. 머스크는 청소년 시절부터 많은 책을 읽었습니다. 어린 나이임에도 의식의 범위를 확장하고 질문을 잘 던질 때 비로소 난제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아파르트헤이트 시절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유년기를 보냈습니다. 훗날 일론 머스크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유년기의 경험이 있을까요?

1970~80년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총기 난사와 칼부림이 난무하던 폭력적인 사회였습니다. 선천적으로 사회성이 부족했던 머스크는 또래로부터 신체적인 폭행을 당하고 아버지에게는 정서적 학대를 당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그런 환경에서 성장하면서도 도망치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폭력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는 동시에 상황을 이겨내고 살아남으려 한 거죠. 그는 스스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린 시절에 삶은 곧 고통이라는 데 길들여졌지요. 나를 키운 것은 역경이었어요. 그래서 견딜 수 있는 고통의 한계점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인생에서 가장 큰 도전과 위기는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일론 머스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도전은 인류를 다행성종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인류는 언제 꺼질지 모르는 의식의 촛불을 보유하고 있고, 그것을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큰 위기는 그의 도전과 관련 있습니다. 스페이스X 초기에 야심 차게 준비한 로켓 발사가 세 차례나 실패했고, 테슬라마저 생산에 차질을 빚으며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렸습니다. 당시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X와 테슬라 중 하나를 포기해야만 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습니다. 하지만 머스크는 두 회사 모두 친자식처럼, 어떤 자식도 포기할 수 없다는 부모의 심정으로 처절한 노력을 기울여 모두 살려냈습니다.

월터 아이작슨의 <스티브 잡스>와 <일론 머스크>를 번역하셨죠. 두 책을 번역하는 동안 느꼈던 인간 스티브 잡스와 일론 머스크의 닮은 점과 다른 점은 무엇입니까?

스티브 잡스와 일론 머스크의 멘토 역할을 했던 오라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은 두 사람 모두 강박장애의 바람직한 사례에 해당한다고 말합니다. 강박장애가 그들의 성공 요인이라는 겁니다. 문제가 풀릴 때까지 강박적으로 매달려 해결책을 찾아냈기 때문입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스티브 잡스는 제품의 설계 및 디자인에 집착적으로 매달렸다면, 일론 머스크는 거기서 더 나아가 제품의 근간이 되는 과학과 공학, 제조에도 집착했습니다. 잡스가 머스크보다 사람들과의 교감 능력이 훨씬 뛰어나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납니다.

일론 머스크의 수많은 동업자가 겪었던 공통적인 고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일론 머스크의 동업자들은 하나같이 힘들어했습니다. 대인관계에서 너무 무심하거나 배려가 부족하기도 했지만, 무모한 수준의 일정과 목표 설정 때문에도 힘들어했죠. 특히 머스크와 회사 경영을 함께했던 동료들은 리스크를 감수하려는 그의 의지와 욕망에 아연실색하곤 했습니다. 한 예로 일론 머스크의 옛 동료 두 명은 페이팔에서의 경험을 담은 책을 집필할 계획을 세웠는데, 머스크에 관한 장의 제목을 ‘리스크라는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남자’로 잡을 정도였습니다.

<일론 머스크>를 번역하시는 동안 일론 머스크가 가장 흥미롭게 느껴졌던 일화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머스크는 스스로 아스퍼거증후군(자폐스펙트럼 장애의 일종)을 앓고 있다고 밝힐 정도로 사회적 단서를 잘 포착하지 못하고 자신의 행동과 말이 다른 사람에게 미칠 영향을 자연스럽게 인식하지 못하는 인물입니다. 동시에 그는 외로움을 많이 타서 “결코 혼자 있고 싶지 않아”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기도 합니다. 늘 누군가와 함께하길 원하죠. 그럼에도 마음의 안식처를 쉽게 찾지 못하고 때로는 자식에게도 따돌림을 당하는 모습이 짠하게 느껴져 인상에 남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돈이 많은 남자’ ‘뉴트론 일론’ ‘천재 사업가’ ‘희대의 사기꾼’ 등 일론 머스크는 수많은 별명으로 불립니다. 그중 일론 머스크를 가장 잘 설명하는 수식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수많은 수식을 가졌다는 점 자체가 일론 머스크라는 인물에 대해 설명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일론 머스크는 완전자율주행이 1년 안에 실현될 것이라는 말을 몇 년 전부터 해오고 있거든요. 투자자 입장에서 ‘사기꾼 아니냐?’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죠. <일론 머스크>에 나오는 내용입니다만, 일론 머스크가 매번 그렇게 말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바라본 일론 머스크는 ‘집념이 우주적인 인물’입니다. 과장을 보태자면 지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수준의 집념이 강한 사람입니다. 그는 눈앞의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늘 새로운 일을 벌일 것이고, 그 일들은 결과적으로 인류에게 유익한 성과를 안겨줄 것입니다.

일론 머스크의 회사들

Zip2

1995년 일론 머스크와 그의 동생 킴벌 머스크가 창립한 회사. 도시의 각종 정보를 인터넷으로 검색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구조를 개발했다. 1991년 컴팩 컴퓨터는 Zip2를 인수했고 일론과 킴벌은 각각 2천2백만 달러, 1천5백만 달러를 벌었다. 일론 머스크는 그 돈으로 당시 세상에서 가장 빠른 양산차 맥라렌 F1을 구입했다. 가격은 1백만 달러, 한화로 약 13억5천만원이다.

페이팔

일론 머스크는 1999년 온라인 결제 회사 엑스닷컴을 설립하고 이듬해 소프트웨어 회사 컨피니티와 합병하여 페이팔을 창립한다. 현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온라인 결제 플랫폼이다. 2002년 7월 페이팔은 15억 달러에 이베이에 인수됐다. 페이팔 매각으로 일론 머스크가 회수한 금액은 약 2억5천만 달러, 한화로 약 3천3백87억원이다.

스페이스X

2002년 설립된 우주탐사 기업.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X 창립 후 초기 프레젠테이션 때부터 2010년까지 화성에 무인 탐사선을 보내는 것이 목표라고 공언했다. 스페이스X는 2015년 12월 우주로 쏘아 올린 팰컨9 로켓의 1단계 추진 로켓 회수에 성공했으며, 2023년 1분기에는 사상 첫 흑자를 기록했다. 그리고 올해 10월 일론 머스크는 우주탐사에 대한 공헌을 인정받아 제74회 국제우주회의(IAC)에서 ‘세계 우주상’을 수상했다.

테슬라

테슬라는 2003년 7월 마틴 에버허드와 마크 타페닝이 설립한 회사다. 일론 머스크는 2004년 테슬라 모터스에 6백40만 달러를 투자하며 이사회 회장 자리에 올랐다. 테슬라의 첫 시제품 로드스터는 2006년 공개됐다. 당시 일론 머스크는 신제품 공개 행사를 직접 진두지휘했는데, 게스트 명단 검토 및 메뉴 선정은 물론 냅킨 디자인까지 직접 승인했다. 2018년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X 로켓에 로드스터를 실어 우주로 보냈고, 로드스터는 ‘우주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에 올랐다. 이 차는 지금도 초속 1.9km의 속도로 우주를 돌고 있다.

오픈AI

2015년 일론 머스크가 구글에 대항하기 위해 설립한 인공지능 개발사. 머스크는 1억 달러를 기부하며 오픈AI를 비영리회사로 시작했지만, 이후 마이크로소프트로가 대규모 투자하면서 영리회사로 바뀌었다. 일론 머스크는 2018년 오픈AI를 떠났고 이후 인공지능 회사가 영리 조직으로 운영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2023년 7월 12일 일론 머스크는 새로운 인공지능 스타트업 ‘xAI’를 출범시켰다. xAI 공식 홈페이지 상단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xAI의 목표는 우주의 진정한 본질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2023년 일론 머스크가 운영 중인 회사들의 총규모는 전성기 시절 스티브 잡스가 운영했던 애플과 픽사를 합친 것의 세 배에 달한다.

Editor : 주현욱 | Illustration : 최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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